1월 1일 새벽에...

새벽까지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았다. 그리곤 역시나 한치도 전진이라고는 없는 답보의 한숨을 쉬어가며 그렇게 밤을 새웠다. 지금 시각은 7시가 채 못된 시각. 2004년의 아쉬움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단식농성단이 단식을 풀고 천막을 거뒀다. 하루 하기도 힘든 단식을 근 30일 가까이 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난 3일간 소금과 물도 섭취하지 않고 끝장 단식을 한 사람들, 참으로 할 말이 없다. 그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곡기를 끊고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몸을 바친 사람들에게 이 새해가 또다시 절망의 한 해로 남게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덕담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소위 '지도부'다. 전쟁 중에는 최소한 동지들의 투쟁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비판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해가 시작되는 이 마당에, 민주노동당의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 대해서 조용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짚어야할 부분은 짚어야 겠다.

 



1. 한나라당, 기사회생

국가보안법 철폐 논쟁이 불붙으면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자들은 누굴까? 누가 보더라도 이번 국보철폐논쟁 과정에서 얻을 거 다 얻은 집단은 역시 한나라당이다. 지난 3월 12일,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더불어 최악의 삽질을 하고야 말았다. 탄핵이 그것이다. 노무현이 탄핵되어야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작 탄핵사유는 접어둔 채 엉뚱하게 선거법 위반으로 노무현을 걸고 넘어졌다. 물론 옵션으로 경제파탄을 낑궈넣긴 했지만 어떤 이유건 노무현의 탄핵사유로는 그닥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역시나 헌재는 탄핵기각을 했고, 이 과정에서 졸지에 "친노=민주. 반노=반민주"라는 해괴한 논리가 결부되면서 장안의 초값을 껑충 뛰게 만드는 거국적 촛불잔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탄핵 이후 언론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대표적인 3인이 있다. 최병렬, 조순형 그리고 홍사덕. 나라를 살리겠다고 쌀뜨물로 배를 채우던 최병렬, 지금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조순형, 역시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나락으로 빠트린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도의적 책임을 다했다는 소리 못들었다. 홍사덕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이툰 따라 이라크로 갔는지 그림자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세 사람만 골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민주당, 호남에서 겨우 몇 석 건지면서 민주노동당보다도 적은 의석을 차지한 채 제4당의 오욕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앞에서 대선 당시 채무를 변제하라고 '장외투쟁'까지 하고 있건만, 언론조차 시큰둥하니 쳐다보질 않고 있다.

 

한나라당, 사실은 바로 이렇게 민주당의 꼴이 나는 것이 정상이었다. 삽질과 닭짓의 버라이어티한 향연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형근, 김용갑 등 대한민국 정체성의 표본으로 자칭하는 대표적 수구 인사들이 계속해서 공천이 됨에도 불구하고 일단 총선과정에서 민주당처럼 완전히 씨가 마르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가 위기상황의 구원투수로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박정희 향수를 등에 업었다는 둥 비판이 있었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415총선에서 선방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의석을 얻었다고 하여 한나라당이 뭔가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정책이 제대로 있길 했나, 그렇다고 해서 뉴스메이킹을 할만한 자체적인 건수를 가지고 있길 했나...

 

그런데, 이렇게 쥐뿔도 없을 것 같았던 한나라당, 국가보안법 철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오히려 논쟁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앞뒤 하나도 맞지 않는 소위 '정체성' 논쟁이었다. 국민의 주권으로부터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부터 당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묘한 정당,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죽으나 사나 지키겠다는 희안한 정당, 그런데 되려 이렇게 앞뒤 맞지도 않는 논리와 지들의 정체성마저 혼동을 해버리는 넋나간 짓을 하던 한나라당은 그 덕분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사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던 폐지되지 않던 간에 지들이 손해볼 일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 아직도 잔존해 있는 빨간색 알레르기, 국가안보론 등을 이유로 죽자고 국가보안법 철폐는 안 된다는 이야기만 지금까지 해왔다. 한번 들여다보라. 한나라당이 철폐 안 된다고 하는 것 이외에 도대체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대체입법을 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지금까지도 그럴싸한 대체입법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으며, 존치론을 주장하면서도 국가보안법 개정안조차 눈에 띄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초지일관 "국보법 철폐 반대" 이거 하나였다.

 

거품물고 쓰러진 김용갑의 사즉필생하는 자세, 아예 했던 말만 되풀이하는 녹음테이프 작전으로 더 이상의 논의진척을 사전 억제해버린 박근혜의 100단어 전술, 그과정에 티비건 신문이건 닥치는대로 뛰어들어 지난 반세기동안 울궈먹었던 반공방첩의 논리를 그대로 떠들어대던 기타 등등... 그런데 이게 어필을 하게 된다. 눈에 확 띈다. 왜? 그건 대응논리를 펼쳐야할 다른 정당이 한나라당과 정확하게 각을 세울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어설픈 형법개정안 들고 나왔다가 그나마도 당 안에서 당론도 못세우고 버벅거렸기 때문이다. 열우당의 이 어리버리한 갈지자 횡보 와중에 한나라당의 구호와 선전은 매우 강렬하게 언론을 장식했고, 초장에 그 논리가 먹혀 국민 중에 70%가 국보법 폐지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결과까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연말을 지나 정초 새벽까지 이어진 지리한 공방 끝에 정치적으로도 한나라당은 기사회생의 장을 열었고, 실질적으로도 2004년 연내에 국가보안법 철폐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얻었다.

 

2. 열우당, 겨우 겨우 본전치기

탄핵 사태 이후 열린 우리당, 급작스런 신장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장사가 된다는 판단을 한 많은 사람들이 열우당으로 러시를 이룬다. 총선을 치루면서 대선 당시 보여주었던 신파정치, 애걸정치, 구걸정치 등 온갖 구질구질한 짓거리 다 한 덕분에 과반 의석을 넘는 의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반지르르한 "개혁"을 수행하겠다고 입바른 소리를 했다. 탄핵사태를 이용한 국면전환에 성공한 열우당은 올 상반기 정치판 최대의 승자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이후 보여준 열우당의 행보는 열성적인 열우당 지지자들마저도 의아해할만큼 갈팡질팡이었다. 제정신 못차리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현상을 "열우당 개혁하듯"한다고 할만큼 열우당의 개혁질은 도대체 뭘 개혁하겠다고 했던 것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열우당의 우왕좌왕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다름 아닌 국보철폐 논의였다. 제17대 국회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겠다는 공언이 있자, 갑작스레 나타난 안개모는 대체입법 가자는 둥 국보법 개정을 하자는 둥 물타기를 시작했다. 국가보안법 전면폐지가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자 형법 개정안이 돌출했다. 유시민 같은 부류들은 당론을 유도할 생각은 접어둔 채 자유투표 실시하자고 하면서 정치적 면피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서부터가 열우당의 패착이 시작된 부분이다.

 

천정배, 이부영 등 당지도부들은 지들 나름대로의 명확한 판단을 내놓지 못한채 목소리 큰 쪽의 논리를 따라다니기에 바빴다. 지난 8월 이후 열우당의 국보법 폐지와 관련된 입장이 얼마나 뒤죽박죽이었는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한나라당의 강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혼란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이 와중에 노무현은 그 유명한 "박물관" 선언을 한다. 구시대의 낡은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이젠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적어도 노무현이 이런 발언을 할 정도라면 열우당 의원들, 당론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는 대충 방향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거 역시 영빨이 서질 않았다. 노무현의 발언 이후에도 열우당의 중심 못잡는 흔들림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2004년 막판까지 몰리면서 국보폐지를 주장하는 농성단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한마디를 기대하기도 했다. 노무현이 한 마디만 하면 열우당이 국보법 처리 강행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애초부터 가능성이 없는 기대였다. 노무현은 당장 국가보안법의 철폐보다도 더욱 시급한 사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다름아닌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통과였다. 열우당 의원 전원이 동의를 해준다고 해도 파병동의안의 단독처리는 향후 정치적인 족쇄로 작용할 것이 뻔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지 한나라당의 도움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의 입에서는 기대했던 국보법 철폐 독려가 나온 것이 아니라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이 튀어나오게 된다.

 

여기서부터 열우당 지도부고 당 의원들이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진행과정은 설명을 필요없을 정도다. 결국 생색만 내는 합의를 한 채 국가보안법 철폐 논의는 해를 넘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우당이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비록 국가보안법 등 자칭 '개혁입법'이 전혀 개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어영부영 흐지부지 되는 바람에 지지자들의 이탈이 있기는 하겠으나, 어차피 중요한 논의는 2005년에 다시 하게 될 것이므로 이 때, 지지자들의 결집을 도모할 수도 있는 것이고, 따라서 열우당은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카드를 자신들의 손에서 놓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본전치기는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민주노동당, 향후 전술구사의 곤란

민주노동당은 어떤가? 민주노동당,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가 당론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할 것은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가 과연 민주노동당의 당론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의 당론은 분명하게도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였다. 완전폐지라는 것은 형법의 보완이나 대체입법의 마련과 같이 실질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내용 중 일부를 살려두는 차원의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되었던 악법체계 자체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국가보안법 투쟁은 날이 갈수록 애매해지더니 결국 자기 당론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에서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지금까지 매달려왔던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투쟁'은 표면적으로야 어떻든 간에 그 실질적인 내용은 열우당의 형법개정안 밀어주기 투쟁 이외의 것이 아니었다. 당내에서 불거졌던 2중대 발언의 진의 역시, 형법개정안으로 가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취지가 정당한 것이었는지는 열우당의 형법 개정안이 국가보안법 완전철폐와 동위의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봄으로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열우당 최재천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의 핵심은 형법 '제87조의2'를 신설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신설되도록 한 형법 제87조의2는 내란목적단체조직에 관련된 것으로서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제87조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간첩죄가 되는 행위를 적국을 위한 행위에서 외국을 위한 행위로 바꾼 것도 주요 특징 중의 하나다. 열우당은 이 형법개정안을 통해 문제가 되는 이적단체 또는 반국가단체 구성죄의 처벌이 가능하게 되므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울 수 있고, 문제가 되어왔던 국가보안법 제7조 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내란목적단체조직죄는 이미 내란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그놈의 내란은 혼자 총질하는 걸로 이루어지나? 어차피 내란을 하려고 마음 먹은 자들은 독고다이로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구성하여 움직이게 되어 있고, 이미 형법의 내란죄는 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제87조의2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직접적 폭동의 혐의가 없다 하더라도 그럴 목적으로 모였다는 의심만 있으면 처벌할 여지가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경우 법 자체가 위헌의 혐의를 받고 있었기에 검사나 특히 판사가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되었던 반면에 위헌논쟁에서 벗어나 있는 형법이 이러한 범죄를 규정하게 될 경우 공안기관이나 재판부에서 부담없이 본 조를 적용할 수 있는 위험조차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체결사의 자유와 양심사상의 표현까지도 제어될 수밖에 없는 법 규정을 둔 열우당의 형법개정안을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서 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단식투쟁과 국회농성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형법개정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열우당 안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커녕 "열우당 2중대 소리를 듣더라도" 국보폐지라는 역사적 당위성을 위해 매진하자는 엉뚱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게 되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민주노동당의 오류는 전선의 규정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즉,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튀어나왔던 반한나라당 전선론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같은 물에서 놀 수 없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세상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 국보폐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열우당이었다. 그렇다면 국보폐지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이 각을 세우고 전선을 그엇어야 하는 정당은 분명 열우당이었다. 한나라당과는 전선을 긋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태는 열우당에 대해서는 기대를,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적대를 하는 자세로 굳어 있었다. 한나라당은 그저 무시하면 되는 존재였다. 한나라당과의 싸움은 열우당이 할 일이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열우당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지적하면서 흐지부지한 자세를 견지하는 열우당을 초지일관 압박했어야 한다.

 

그런데, 농성장에 참여한 민주노동당 지도부들의 발언을 듣다보면 이건 실망한 열우당 지지자들이 하는 이야긴지 의회 내 제3당의 지도부들이 하는 이야긴지 분간하기 어려운 발언들이 계속 이어졌다. 당내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국보법을 폐지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등의 뜬금없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당 차원의 전략적 기획안을 도출하기 보다는 국보폐지국민연대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는 쌩뚱맞은 행동들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국보법이 폐지되고 열우당의 형법개정안이나 열-한 합의에 의한 대체입법안이 통과된다면 이후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때 가서 형법 개정투쟁할 것인가? 대체입법 폐지투쟁할 것인가? 지금 이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조차 당원들에게 알려내지 못하면서 이후 무슨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나중에 형법 개정투쟁하자고 할 때 당원이나 또는 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니들 2004년 투쟁때는 왜 열우당의 형법 개정안을 비판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진다면 그 때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게다가 실물적인 투쟁의 결과조차도 민주노동당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되지도 않았다. 올 2월에 다시 논의한다고는 하나 그게 어떤 방향으로 튈지조차 감을 못잡고 있다. 결국 민주노동당, 쌔가 빠지게 고생만 하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밑지는 장사만 하고 말았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4. 명확한 기획부터 확립하자

국가보안법 언제 철폐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완전폐지가 중요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할 일은 그러한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단식농성 참여하고 촛불집회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 내에서 전략적 기획이 없이 그저 몸만 갖다 대주고 머리수만 채워주는 투쟁을 하는 것은 정당의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준 사람들이 기껏 민주노동당이 몸대주고 머리수채워주기나 하는 정당활동을 하라고 지지해준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민주노동당의 존립근거라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일부 지도부의 정신상태는 국가보안법이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 정신상태 유지하려면 민주노동당 과감하게 때려 치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간부노릇 하시는 것이 더 올바른 투쟁방법일 것이다.

 

향후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기획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다시 몸대주고 머리수 채워주는 투쟁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지지 역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은 시급하게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주노동당만이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추구해야 한다.

 

간단하게는 공안기관에 대한 해체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검찰 공안부가 대폭 축소되는 과정에서 경찰 보수대 해체작업 역시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양심수를 제조 생산하는 기관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압박은 국가보안법 존치의 의의를 실물적으로 해소해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정립도 필요하다. 도대체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차라리 북한과 국교수교하자고 주장하자. 북한이 국가로서 정식 인정되게 되고 국가 대 국가로서 남한과 동등한 위치로 서게 되면 국가보안법은 존재의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왜 못하는가? 영구분단을 획책한다는 비판이 두려운가? 그럼 이거 이외에 대안을 내놔봐라.

 

전략전술의 기획인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시기론에 밀려 올 2월 국보투쟁에 돌입한다면 그 때는 당 존립 자체를 걸어야할지도 모른다. 정당답게 뭐 좀 해보길 바란다. 정당이 정당다워야 정권도 획득하는 거다. 2004년 국보투쟁처럼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0. 정초에 성질 좀 부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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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1 08:13 2005/01/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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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가 바뀌면 민주노동당의 모습 좀 찾아 갈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2. 안에서 시원하게 성질 부리는 사람 있다는 게 밖에서는 힘이 되죠. 기대할 만큼을 여전히 기대해야겠다는... 그래도 몸 생각하면서 성질 부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