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넘의 담배를 확~!!

(이 글은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19세 이상만 보시길 바람. 자체 검열결과임. 왜 검열했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 없으므로 궁금해하지 마실 것. ^^)

 

처음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래도 1학년 동안은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다.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을 올라가면서부터였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허구헌날 술을 퍼마시러 돌아다녔는데, 고삐리 2학년짜리가 그 정도면 주변에 꼬이는 넘들이 생양아치밖에 없는 것이 뻔한 것이고, 그런 넘들과 사이좋게 교류하면서 행인은 그넘들에게 술을 가르치고, 그넘들은 행인에게 담배를 가르쳤던 것이다. 에효.... 왜 그따우 짓을 했는지....

 



처음 피웠던 담배는 '솔' 이었다. 흰 바탕에 윗쪽 가운데 빨간 색 칼럼이 있고 그 안에 한 그루 멋진 소나무와 솔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박혀있던 그 담배. 당시 가장 비싼 담배였으며, 가장 고급 담배였다.

 

그 고급담배를 피울 능력이 되지 않는 행인은 '청자'를 피우게 되었다. 약간 구리한 똥색의 포장지(넘들은 그 색깔을 금색이라고도 하더만 그게 무슨 금색이냐... 똥색 맞다...)에 솔담배의 반액이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 무진장 독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청자를 솔처럼 피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 방법은 청자의 '청'자 'ㅇ'받침에 살짝 구멍을 뚫어주는 것이었다. 살짝 뚫린 그 구멍으로 연기가 솔솔 빠져나가면서 필터를 통해 들어오는 연기의 맛이 마치 솔담배의 그것처럼 변하는 거였다.

 

하지만 청자를 피우고 있으면 주변 양아치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촌놈이라고... 그래서 그 중간단계의 담배인 은하수를 애용하게 되었다. 약간은 가비야운 맛에 솔담배보다는 톡쏘지만 청자보다는 은은한, 그런 맛이었다. 당시 솔담배는 500원, 청자는 200원, 은하수는 330원이었다.

 

은하수 330원이 저렴하다고는 하나, 120원짜리 회수권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당시 상황에서 싹퉁머리 없는 애쉑이 회수권의 3배 가까운 담배를 사들고 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해서, 항상 은하수를 피울 수는 없었고, 청자나 은하수정도도 구하기 어려울 때 애용하던 담배는 '환희'였다. 이름은 환흰데 별로 환희가 이는 그런 맛은 아니다. 100원짜리 담배였는데 오죽하겠는가만은 어쨌든 이것도 감지덕지다.

 

그나마도 없을 때는 50원짜리 '새마을'을 피워야 했다. 그 때 솔담배 3개피를 100원에 팔던 때였는데, 100원이면 새마을 담배가 두 갑이 되는 거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이 새마을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촌에 가면 파는데, 이게 필터가 없는 담배라서 촌에서도 잘 팔리지 않았고, 노인네들만 애용하는 담배였다. 맛은 오히려 환희보다 좋았는데... 가출하면서 들고 나간 솔담배가 다 떨어진 이후 약 두달간 새마을만 피워대던 적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이 피웠던 담배는 역시 솔이었다. 은하수는 졸업과 동시에 피우지 않게 되었고, 졸업 직전에 '백자'라는 담배가 나왔는데, 은하수보다 싸게 출시된 이 담배는 담배라기 보다는 종이 말아놓은 것 같은 맛이 나서 별로 피우지 않았다. 가끔 솔담배와 동격의 대접을 받았던 '태양'이나 조금 값은 떨어지지만 격은 그럭저럭 맞았던 한산도거북선 등도 가끔 애용하는 담배였다.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는 아마 담배올림픽도 같이 열렸던 해로 기억된다. 그동안 심금을 울리던 수많은 담배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온갖 다양한 형태의 담배들이 쏟아져 나왔던 거다. 일일이 기억은 할 수 없지만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 두 가지는 솔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것, 그리고 88의 등장이었다. 솔은 네 가지로 구분되었다. 전형적인 형태의 "빽솔", 그리고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해선 청솔, 홍솔, 박하솔이 그것이다. 88 역시 신등장 하면서 흡착제가 들어있는 3중필터의 위력을 발휘했는데, 88 라이트, 88 골드, 88 멘솔 등 3가지 형태의 담배가 나왔으며, 키가 훌쩍 커진 88 마일드도 함께 출시되었다. 가히 담배의 중흥기라할만큼 사라진 담배들도 많았고, 새로나오는 담배들도 많았다.

 

행인은 특히 '청솔'에 관심이 쏠렸다. 아아... 그 맛... 그 특유의 향취... 그 때부터 행인은 일관되게 청솔만을 고집하는 청솔 메니아가 되어버렸다. 행인의 주머니에는 항상 청솔이 들어있었다. 뭐 어쩌다가 한 번씩 청솔 이외의 담배를 피우는 적도 있긴 했다. 특히 신상품이 나오면 그 맛을 함 비교해보고자 시연을 해보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도라지, 장미, 한강, 하나로, 엑스포, 글로리, 겟츠, 시나브로, 디스, 디스플러스까지... 나중에는 오마샤리프를 애용하기도 했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일이고...

 

군입대를 했더니 군초가 막 은하수에서 백자로 바뀌었다. 그넘의 군용 백자는 연초는 거의 없는 공갈빵같은 담배였다. 워낙 그지같이 납품이 되다보니 거의 애연하는 군바리덜이 없었고, 그리하여 불과 몇 달 보급되다가 군용담배가 군솔로 바뀌었다. 아아... 백솔을 군대 안에서 피우게 된 것이다. 그 고급담배가 이렇게 군대보급용으로 바뀌다니... 추억을 회상하면서 백솔과 동거동락하는 것도 잠시, 전역과 동시에 바로 청솔을 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청솔을 회사 때려치고 나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피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좋아하는 청솔이 어느날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곤 흰 솔 역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럴수가... 결국 전혀 타의에 의해 바꾼 담배가 88이었다. 그리고 그 88을 지금까지 피워왔다. 무수히 많은 담배들이 쏟아져 나왔고, 몇몇 담배는, 예를 들어 오마같은 담배는 잠깐 행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이넘의 입맛에는 88만한 담배가 없는 거다. 그리하여 꾸준히 88을 피워왔고, 다른 모든 88 전우들이 배신의 똥칼을 드리밀면서 다른 담배로 연종을 전환할 때도 묵묵히 외길 88의 길만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넘의 88이 드뎌 19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대로 뛰어올랐다. 최초 88을 샀을 때 그 가격 600원이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88의 가격은 3배 이상이 된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그닥 넉넉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 88의 가격이 이렇게까지 비싸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결국 이 88의 가격이 왜 이리 비싼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1900원의 담배값 속에 무려 1400원이 세금이란다... 그러니 담배값이 비싸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국민건강진흥을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시는 국가기관에서 고심끝에 골초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해서는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하시어 담배가격을 일시 와장창 올리는 충격요법을 쓰신 그 고뇌에찬 결단은 인정하겠으나, 1900원 담배값 속에 인건비도 아니고 세금이 1400원이라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질 않는다.

 

어차피 백해무익인지라 언젠가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 건강상의 이유 이외에도 담배를 끊어야할 충분한 이유가 생기는 것 같다. 이게 뭐냐... 도대체...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담배값을 올리지만 실상은 국민들의 주머니돈을 빼내 세금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니... 이넘의 나라가 지금 제정신인지...

 

그래, 지금 굉장히 고민중이다. 납세거부운동의 차원에서 금연을 할까나... 88을 하루 한 갑씩만 피운다고 해도 일년이면 365갑, 한 갑당 세금이 1400원이면 1년에 5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낸다는 얘긴데...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뻔히 눈뜨고 태워서 버리는데 들어가는 세금이 50만원이 넘어간다면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아닌가 말이다...

 

갈등 허벌나게 쌔리고 있다. 담배를 끊어야할 것인가 말아야할 것인가...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겠다. 줸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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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2 15:24 2005/01/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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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연에 실패한 사람이기는 합니다만..아까운 세금도 세금이지만, 일단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하여..저는 현재 '보류'중임다..ㅡㅡ 행인은 제 판단에 줄이시는게 어떠하올른지...쩝.

  2. 와. 담배가 저리 많았군요.
    저는 솔은 어렸을적 기억에 아련하게 남아 있고.,(물론 맛은 몰라요)거북선도 담배 곽은 본적이 있는것같네요. 고 1때 처음맛본 담배는 아부지 담배 '하나로'ㅎㅎ 글로리 ,겟츠, 한강 빼고는 다 피워본듯. 대학들어가서는 디스(1100원일때) 피웠고 100원이 없으면 88멘솔을.. 그리고 잠시 장미가 싸고 길고 그럼에도 굵다는 이유로 몇번 피워본것 같아요.
    행인님 글을 보니 담배 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는걸 실감.. 디스 1500원 ?瑛뻑㏊ 정말좌절 스러웠는데..

  3. 담뱃값 아껴서 부자 되진 않겟지만,
    사면서 돈아깝다는 생각까지, 짜증으로 남기면서 굳이 피우시려고?
    그냥 끊으세요.. 2주만 견디면 개길만 해져요.

  4. '청솔'과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농활가면 백자를 피울 수 밖에 없었는데, 다녀와서 한동안은 백자를 피우곤 했었지요. 88이후의 담배는 이름도 낯설군요. 이유야 어쨌든 담배끊고 나니까 개운해요. 산오리님 말씀대로 그냥 끊으면 된답니다.

  5. 음... 장담컨대 금연은 '신의 계시'가 필요한데(어떤 신이든 간에)..^^;;

  6. 그런데 주변 환경도 진짜루 중요한 거같아요.스무살부터 스물여섯살까지 담배를 피우다가 끊었는데 28살에 푸른영상에 들어와보니 다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거예요.할일도 없고 그래서 다시 피워버렸답니다. 뭐 지금은 또 금연기지만.

  7. 행인님은 마라도와 수정은 안피웠나 봐요. 전주로 250원짜리 마라도(종이필터), 수정(맨솔 담배) 330원 짜리를 주로 즐겨 피웠답니다.
    간혹 돈이 생기면 500원 짜리 아리랑(깍 포장으로 담배 모양이 말보르 흡사해 자주 피웠음.)을 피웠고, 700원짜리 글로리(디스 나오기전에 출시된 담배 인기가 별로 없었나 봐요. 900원으로 올랐을때 안피웠죠.)가 나왔을때는 휜바탕에 글로리라는 글짜가 넘 좋아 종종 피웠죠.
    담배 이름 중 빠진 것이 또 마운틴이 빠졌습니다.


  8. 요즘 나오는 에쎄도 종류가 가지가 담배 이름이 너무 많다.
    옛날 70년대 신성일이 나오는 영화를 우연히 보다가 청자라이트가 순하고 부드럽다는 영화 멘트를 듣고 그 당시 청자의 위력을 위풍담당했음을 느껴봄.

  9. 간장/ 마라도는 향이 영 어색해서 피우지 않았구요, 멘솔은 종류를 막론하고 피우지 않습니다. 글로리는 정말 피우고 싶지 않은 담배였구요, 이와 유사한 경우로 엑스포라는 넘이 있습니다. 아리랑은 쵸콜렛맛이 넘 진해서 피우지 않았구요... ㅋㅋㅋ

    암튼 담배가 여러 사람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구만요...

  10. 전 농활갔을때, 농민분들이 죄다 '솔' 피시던 기억 ^^;;

  11. 상당한 세대차이를 느끼게 하는 글이군요. --;
    제가 워낙 담배를 늦게 배우기도 했지만, 어릴때 할머니 담배 심부름하던 전설의 담배들이 아닙니까!

  12. 저도 솔은 기억이 나지만 그 전의 백자니 청자니 이렇게 많은 담배가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아~~ 흡연의 전성시대는 드디어 막을 내리는가BoA요.^^

  13. suksim/ 으아... 세대차이라닙쇼... ㅠㅠ

  14. 이렇게 엄연한 세대차이를 부정하시려는 게요? 근데 저는 왜 이 담배들을 다 본 기억이 나는 거죠? ㅠㅠ

  15. 저는 1년전인가 올랐을때 끊어버렸지요. 흑흑 단지 좀더 가난해서 먼저 끊어야 했다는. 어찌나 500원 오르니 다끊고 있어서 나름대로 꼬순지. 이말하면 맞아 죽겠죠.

  16. 저는 고3 졸업 후 누나한테 첨 담배배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88. 가끔 농활 때 청자, 백자를 피우긴 했지만. 첨에는 88이나 청자, 백자 맛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88에 익숙해진 후에는 도저히 못피우겠더군요.

  17. 근데..세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지, 담배값에 세금 많이 붙이는 것은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여튼 우리한테 담배값도 부담되는 건 사실이고, 저도 수시로 금연 시도를 하면서 실패하면 '감연'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