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셨어요?

한나라당이 제 목숨을 걸 모양이다. 하긴 뭐 나라를 살리겠다고 쌀뜨물만 퍼자시던 최병렬도 한나라당 출신이었고, 국가보안법 폐지되면 빨갱이 나라가 된다고 열변을 토하다가 그만 뒷골잡고 나자빠졌던 김용갑도 한나라당 출신이었고, 더 올라가면 반공방첩 오직 이 하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군대 빼돌려 정부를 엎었던 박정희의 딸도 한나라당의 현직 대표니 이 당의 구성원들, 뭘 해도 제 목숨 걸며 '제대로' 해볼라고 한다.

 

주관적으로는 굉장히 비장하게 '목숨' 걸고 한 판 붙어볼려는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는 완전히 개코메디다. 뭔가 비장하게 말을 열었으면 그 비장함이 심금을 울려야 하는데, 심금을 울리기는 커녕 횡경막을 자극해 딸꾹질까지 나게 만든다. 이눔의 사학법 그 알량한 거 하나 통과됐는데, 한나라당의 비장함은 마치 나라가 사생결단이라도 난 것처럼 묵직하게 쏟아져 나온다. 의장실 점거하고 급기야 개정 사학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단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같잖은 것에 비장함을 표시하면 보는 국민들 상당히 어이 없다. 비장할 곳이 따로 있다. 비닐하우스에 살던 어린애가 개에게 물려죽고, 살길이라도 열어달라던 어느 농민은 방패에 머리가 깨져 죽었다. 엄동설한에 노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집계가 되지 않을 정도고 빚에 쫄려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일이 아직도 속출한다. 입만 열었다 하면 민생을 이야기하는 한나라당이 비장해야할 일들은 실상 이런 것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비장한 한나라당, 위헌 어쩌구 하면서 난리를 뽀갠다. 검찰밥 먹으면서 물의를 일으켜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 김기춘 의원이 그 선봉에 섰다. 그리고 그 옆에서 또 한 분의 의원님이 목줄기에 핏대를 세우며 벌떡 일어서셨으니 그분은 김영숙이라는 분이시다. 교육부 고문 변호사들께서 이번 개정 사학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셨단다. 어느 분들인지 소개좀 받았으면 좋겠다. 헌법 공부하는 입장에서 의견청취좀 하게.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

 

기본적으로 이 건은 위헌소송이니 어쩌구 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다. 문제가 된 개방형 이사제도는 기업의 사외이사제도를 그대로 원용한 것일 뿐이고, 그나마도 하도 난리를 쳐서 7명 이상 이사 중 1/4이상을 채우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조차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저 난리다. 이사중에 전교조 출신이 끼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이 적화될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핵심 주장이다. 웃긴다.

 

여기 김영숙 의원이 핏대 올리며 난리를 치는 이유가 뭔지 잠깐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이 의원님, 알고봤더니 전국 초중고 교장회의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가 되신 분이다. 뭔가 대단한 포스가 있는 분인 듯 해서 잠시 이 분의 홈피를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그 전력 화려하기도 하다. 교육청 장학사에 교감에 교장에 교육부 교육연구관에 교과서 심의까지 하신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분은 "교육자" 출신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이 교육자 출신 국회의원께서 기껏 하신다는 짓이 그렇잖아도 걸레가 된 사학법을 위헌소송하시겠다는 거다. 도대체 이 냥반 헌법이나 제대로 읽어 보고 이따위 소리 하시는 건가? 개정 사학법을 위헌으로 걸기 위해서 우선 걸리는 헌법조항은 제31조제4항이다. 여기 뭐라고 되어 있냐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되어 있다.

 

아마 개방형 이사제도가 도입되면 사학재단의 "자주성 내지는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한나라당의 주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거 좀 너무 과도하지 않냐? 기업이 사외이사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그럼 사유재산의 절대성을 보장하는 현행 헌법을 어기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그 기업들이 입 꽉 다물고 암 소리도 안할까? 삼성, 현대, 지에스, 두산, 롯데 기타 등등 이 수많은 기업들이 힘이 없어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은 또 뭔가? 아니 그러면, 그동안 사립학교 재단 관계자 내지 사립학교 설립자 일가족이 자기 학교 학생들, 재단 임직원들 틈만 나면 동원해서 관제데모에 합류시켰던 거는 정치적 중립 지킨 건가? 아, 그건 20년전까지의 얘기라고? 요즘엔 안 그런다고? 웃기지 말지어다. 단적인 예로 애들이 두발자유를 요구하면서 촛불집회한다니까 교육청에서는 각급학교에 지시내리고 각 재단에서는 지들 발에 불똥튈까봐 교장교감 단속하고 나섰던 거는 정치적 중립이냐? 왜 학생들의 자주성은 지들 멋대로 무시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교육자출신이신 김영숙 의원님이 하셔야 할일은 개정 사학법 위헌소송 하겠다는 설레발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 정신나간 사학재단들에게 시원하게 욕지거리라도 해주시는 것이다. 내지는 아예 전국 각 사학들을 정밀감사하라고 감사원장 멱살을 잡고 흔들 일이다. 그런데 하시는 짓거리가 완전히 딴짓이다. 또는 삽질이다.

 

이런 분들께서 어디 가서 "교육자" 티내고 다니시는 꼴, 정말 눈꼴 셔서 못봐드린다. 뭔 좋은 학교를 만드시겠다는 건지 이 분 홈피를 아무리 둘러봐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오히려 이분 발언하시는 거나 토론회 주관하신 거나 기타 보도자료 내신 거 쭉 훑어보면 경쟁강화가 교육발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교육자 하실려면 좀 그럴싸하게 하셨으면 싶다. 위헌? 그 변호사들 꼭 좀 알려주셨으면 한다. 얼굴이나 한 번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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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2 15:56 2005/12/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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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어디 가서 선생이라고 하기도 창피해 죽겠는데... 참 그 구케이언은 참 얼굴도 두껍구려... 지 얼굴에 침 뱉는 줄도 모르고 나대다니, 원... 법 없이도 잘 살 우리끼리 잘 살아봅시다!!!

  2. 저도 참 낯부끄러워서 어디 강의한다는 이야기 하기 쑥스럽습니다. 우리끼리 잘 살 그날을 위하여~~!!

  3.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마디 하면 황빠들처럼 개티즌들이 몰려들어서 '그거 위헌 맞다'고 난리를 칠텐데...
    위의 그 구케의원에게 그렇게 한수 지도해 주시죠..ㅎㅎ

  4. 산오리/ 헉... 이상하게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아무리 국익이라고 해도 한나라당에는 잘 안가더라구요 ㅎㅎㅎ 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군지 잘 모르겠어여. 구케으언들이 어디 지도한다고 들어먹어야 말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