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녀름님의 [이랜드 상품불매] 에 관련된 글.

사실 이랜드의 노동자 탄압은 매우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일이었다. 벌써 10년도 전에, 한나라당 지지자이자 골수 예배당 신도인 행인의 사촌동생이 조직적으로 노동환경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씩이나 했던 곳이 바로 이랜드였으니까. 이 사촌동생넘,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서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지만, 아마 이 골수 예배당 신도이자 대를 이은 한나라당 지지자 역시도 당시에 이랜드에서는 빨갱이라고 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특징이, 평상시에는 노동자들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대우가족. 대우가족의 종갓집 어르신쯤 되는 김우중은 현재 노구를 이끌고 옥살이 중이다. 가족들은 뿔뿔이 찢어져 고통을 당할 때, 이분은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는 이야기를 씨부려가며 전 세계 유람을 하고 있었다.

 

아주 유명한 가족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족" 삼성.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가족애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쬐끔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해서 개인 까페 사이트를 폐쇄시켜버리면서도, 가족한테도 못주는 떡값을 검찰한테는 넙죽넙죽 갖다 뿌리는 대범함을 보인다.

 

이랜드 역시 마찬가진데, "하나님"의 은총으로 모인 이 동네에는 은사로 뭉친 가족답게 100억대의 십일조를 교회에 갖다 바치기는 해도 시급 4000원짜리 비정규직의 목숨은 파리목숨으로 여긴다. 야훼 보시기 좋았을래나...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특징은 바로 이런 가족들을 여차하면 빨갱이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이랜드라고 다를 바가 없다. 기껏 한 달 80만원 주면서 하루 종일 앉아있지도 못하는 고된 강도의 노동을 시키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사회주의 계열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극단적 사태를 벌인다면서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땅에 사회주의 계열의 학생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면서 아직도 희망이 남아있다고 안도하기에는 이른 것이, 그 농성장에 나와 있던 노동자들 얼굴이 어디로 봐서 "학생들" 액면이란 말인가...

 

게다가 경총 부회장이라는 작자는 "현 이랜드 노조의 중심에는 좌파 노동운동선수들이 붙어있다"는 충격적인 폭로를 하기에 이른다. 어차피 얘들 입장에서는 노동운동하면 죄다 좌파고 빨갱이다보니 그 폭로의 중심에 "좌파"라는 수식어 하나를 사용한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런데 "선수"라니? 요즘은 노동운동도 선수 따로 뽑아서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노동운동도 U-20 대표,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 국가대표 뭐 이렇게 층위를 나누고 있단 말인가? 음... 좀 썰렁하군... 어쨌든...

 

김영배 경총 부회장에게 진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좋다. 기왕에 김부회장이 "선수"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니 나도 그에 준해서 좀 물어보자.

 

그렇다면 도대체 노동운동 "감독"은 누굴까?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노동운동의 "구단주"는? 좌파정권?(풋!) 북조선 인민공화국?

 

매대에 서서 하루종일 바코드를 긁는 작업, 혹은 매장정리와 청소를 하던 그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운동"을 하게 만들고, 종국엔 그들을 "노동운동 선수"로 발굴 육성했던 사람은 다름 아니라 바로 김영배 같은 자본가들이었고 박성수 같은 재벌회장이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만 보던 이들은 돈을 벌어올 때는 '가족'을 운운하다가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좌파노동운동선수"라는 죄목을 씌워 이들의 목을 친다.

 

이러니 한국 사회에 가족해체의 위협이 도래하는 것 아니겠는가? 노동부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나서야할 일이다. 독점재벌을 비롯한 자본가들에게 스스로 반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이 두쪽나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가당찮은 것이지만서도, 김영배, 생각같아선 이 어이없는 인간을 명예훼손죄로라도 고발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이랜드 상품, 반성 없는 한 나도 불매다. 뭐 지금까지도 걔네들 상품 이용할 일이 없었다만. 앗차, 녀름님의 포스팅을 보니 거기 vicman이라는 상품이 있던데, 혹시 이거 빤스 상표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행인도 그 빤스 꽤 입었던 기억이 나는데... 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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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1 11:14 2007/07/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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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하하..진짜 통쾌합니다! 집회장에서 연설하면 딱 좋을 내용인데요?

  2. 케산/세르쥬// ㅠㅠ 제가 집회장 연설에는 완전 쥐약이랍니다. ㅜㅜ

  3. ㅎㅎ 행인은 포스팅의 선수..ㅋ~^^;

  4. 아 진짜 재밌어요 ㅋㅋ

  5. azrael/ 헉... 선수...

    Fabi/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