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리 이장댁 둘째 아들

'디디~디디~디~디~디리~~~~' 하는 오프닝 뮤직이 울리면서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이 화면에 가득 들어오면 한쪽 구석에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새겨지던 그 글자들, 전/원/일/기. 한때 '새마을영화'라 불리며 빨간 비디오가 돌아다닐 때, 멋도 모르던 중삐리 친구넘이 세운상가 어느 구석에서 깍두기같은 양아치 형님에게 당시 금액 50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매하여 부푼 가슴을 부여 안고 비디오 데크에서 돌렸던 비디오 테이프 한 개. 의상비가 거의 들지 않은 충격적 영상을 기대하던 이넘, 갑작스레 돌출되는 양촌리 전원풍경을 보다가 그만 급실성할뻔 했다는 에피소드는 뭐 웃길라고 하는 얘기라고 치고 넘기더라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상황과 자신의 수사내용을 묶어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는 책을 씀으로써 폭력과 고문으로 점철된 5공의 마지막 발악을 알렸던 안상수가 3공과 5공의 적자들이 모여있는 한나라당에서 의원까지 하는 아이러니까지는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정권획득한지 불과 1달만에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들면서 공천파동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에 대한 시중의 분노를 물타기하는 것은 자기 과거에 대한 부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부응하는 양촌리 이장댁 둘째 아들 유인촌.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자 배용준도 버는데 나라고 못버냐며 배짱을 튕겼던 그 인물. 배용준은 일본열도를 뒤흔든 '욘사마'의 전력을 가지고 있으나 유인촌은 '촌사마'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 어쨌거나 '욘사마'가 돈 벌었다고 '촌사마'도 벌어야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는 듯 싶기도 하고 맞지 않는 듯 싶기도 하고...

 

안상수가 꺼내든 칼, 유인촌도 휘두른다. 하기사 집권세력이 앉힌 자리, 어찌 보면 집권세력이 물갈이 될 때 알아서 물갈이 되어 주는 것이 그럴싸한 그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기왕에 임기제라는 제도가 있고, 그 자리가 위인설관한 자리도 아니고, 자리에 앉은 위인들이 특별한 하자도 없는 판에 이제 우리 세상이니 니들은 다 나가라고 엄포를 놓는 것은 상도덕에 맞지 않는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21세기 문화국가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문화부장관쯤 되신 분들이 어째 이렇게 문화적인 모습을 못보이고 기껏 '군사문화적'인 패권형 마인드를 보이느냐는 거다. 이건 뭐 유머도 없고 깊이도 없고, 양촌리에서 보여주었던 인간미도 없다. 그러니 유인촌은 '촌사마'가 못 되는 거고 그 주제에 욘사마와 동급으로 놀려니까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문화부장관은 허본좌가 더 나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안드로메다급 문화풍토를 조기 정착시키지 않겠는가?

 

천지 사방에 낙하산 뿌릴 곳은 많은데 먼저 박힌 돌들이 꿈쩍도 않하고 있어 가슴이 아픈 2mB 각하의 심중을 헤아려 이런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평양 한 복판에서 미제국주의자들의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울려퍼지는 마당에 문화부장관씩이나 된 사람이 은근슬쩍 색깔론에 기대 땅따먹기를 하려는 것은 이 사람의 자질이 매우 저질이라고 판단하게 만든다. 양촌리에서 삽질할 때는 그럭저럭 어울려 보였는데, 문화부장관으로 등극한 지금의 모습은 어째 '촌사마'로 달려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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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15:12 2008/03/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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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촌리에서 삽질만 한 게 아니라 국내와 해외의 노가다판에서 '야망의 세월'을 산 양반이기도 하기 땀시..^^

  2. 웅... 양촌리 이장할 때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흑 ㅠ.ㅠ

  3. 삐딱선/ ㅎㅎㅎ 야망의 세월에서는 포스가 워낙 약했죠. 그 포스로도 문화부장관을 할 정도면 차기 장관은 이효리도 괜찮을 듯 해요. ㅎㅎ

    에밀리오/ 티비에 비친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니까요. ㅎㅎ

  4. 행인/그럼 제18대 대통령은 강남에 금싸라기땅을 실제로 소유한 여성이 되는 겁니까?^^

  5. 삐딱선/ 드디어 그분이 오시는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