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 죽겠다...

 

대세가 코메디인 것은 이미 지난 대선 들어가기 전부터 확인했던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코메디로 만든다는 것은 좀 거시기한 문제다. 국회의사당이 무슨 무한도전 녹화장이냐...

 

살다 살다, 당명을 아예 한 사람을 추종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첨봤다. 이름하여 "친박무소속연대"! 걍 "친박연대!" 두둥~!

 

웃고 즐길 일이 없어 인생 고달픈 심사를 달래줄 무엇인가를 찾는 분이라면 반드시 한 번 친박연대 까페를 들러보시기 바란다. 초장부터 확 깨게 하는 당명, "반드시 살아 돌아 가 님을 지켜 드리겠습니다"라는 박근혜를 향한 절절한 다짐, 그리고 흘러나오는 장중한 배경음악과 심금을 후벼파는 자막. 이건 거의 초절정하이코메디의 티저광고 수준이다.

 

사이트에 '친박연대 정신'이라고 있길래 이게 무슨 당 강령쯤 되는 건가 싶어서 들어가 봤더니 내용이 가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 명에 사람이름 집어 넣은 것도 개코메디지만 '무소속 연대'는 또 뭐냐? 그걸로 당을 만든 건 또 뭐고? 하여튼 이거떨은 걍 개념은 어디다 쳐박아 놓고 정신은 집구석 화장실에 놓고 다니는 것들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또라이들의 집단 마스터베이션에 환호하는 닭들이다. '친박연대 정신'이라는 글 밑에 달린 덧들들 보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천지에 사는 넘들임에 분명하다. 하긴 뭐 이정도니 산을 뚫고 화물선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대운하 프로젝트가 추진될만도 하다.

 

공천탈락했다고 밖에 나가 충성맹세로 당 하나 뚝딱 만들고, 그 당의 목적이 당선되서 다시 원래 있던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니... 후져빠진 한국 정당정치의 표본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얘네들이 살아돌아가건 생코메디를 하다가 장렬히 전사하던 그 결과는 관심 밖이다. 어차피 살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고. 그래봤자 얘들 목적에 따르면 한나라당에 손해볼 일은 없다. 어차피 당선되면 다시 한집살림 차릴 거니까.

 

다만, 일하느라고 바쁜 와중에 업무차 들려보는 각 정당의 사이트들을 보다가 이렇게 뱃가죽이 찢어질 정도로 사람 웃겨주는 얘네들이 참 갸륵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웃겨주기 바란다. 니들 보면서 그나마 지친 정신을 릴렉스 시키고 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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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3 15:35 2008/03/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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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3/29 16:20

    행인님의 [웃겨 죽겠다] 에 관련된 글.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친박연대를 소개하는 까페니까 그러려니 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비장한 말씀에 실소가 푸훕... 남들의 눈물을 보며 웃으면 안 된다는데, 이건 아무래도 국민을 웃겨주기 위한 제스쳐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공식 홈페이지도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거니까 걍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기로 했더랬다. 그랬는데... 업이 업인지라 각 당 정책을 보고

  1. 정치뉴스가 지겨웠다가 어느 순간 재미있어지더군요. 근데 새로운 소재없이 반복되는 개그에 다시 재미없어졌어요.

  2. 존/ 요즘 코메디는 인과관계를 생각하면서 보면 웃기질 않죠. 걍 웃는 거죠. 아무 이유없이 자빠지는 슬랩스틱이라고 보심 됩니다. ㅎㅎ

  3. 와 디게 재밌다 너무 구차해 ㅋㅋㅋㅋㅋㅋ

  4. 박근혜가 정치를 참 못해요. 화가 나지만, 지금 중요한건 민생이기 때문에 신하(?) 일단 이명박's 한나라당에 힘을 더하게 하고, 그러면서 명박의 드러나는 실정에 대해 적절히 거리두면서 비판해주면 나중엔 자기가 무혈입성 할 수도 있는데, 왜 저러시나 몰라요.

  5. 물론 썩 공포스러운 상황입니다.^^;;

  6. 요즘 정신상태가 혼잡해서 정치뉴스를 안 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네요.

    ..이럴 때 웃음은 'ㅎㅎㅎ'보다는 '으허허허허허허(←이명박 웃음)'가 더 잘 어울릴 거라능... (도망친다)

  7. 뎡야핑/ 구차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실한 표현인 듯 합니다. ㅎㅎㅎ

    박노인/ 박근혜의 정치가 좀 의아스러운 점은 있지만 그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계열, 즉 한나라+자유선진+친박연대가 과반수 이상 의원을 내지 못하면 아마 또다시 탄핵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거의 0이라는데 아쉬움이 있지만요. 박근혜야 뭐 5년 뒤를 보는 거니까 지금 뉴스만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사실 저도 좀 공포스럽습니다.

    자폐/ 저런... 혹시 더 정신산란하게 해드린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쩝... 그나저나 명바기는 웃으면 그게 눈인지 주름살인지...

  8. 정말이지, 웃겨 죽을 것 같기는 한데(^-^), 박근혜의 파워가 이 정도라는 것이 조금은 끔찍하기도 해요. 왠지 박정희의 유령을 놓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치고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9. 무한한 연습/ ㅎㅎㅎ 끔찍하긴 합니다만, 걍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 해요. 죽은 박정희가 이길지, 산 사람들이 이길지, 그 승부가 언제 갈릴지 계속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좀 답답하긴 하겠지만요. ㅋ

  10. 저는 (어떻게 보실 지는 모르겠지만) 행인님의 이런 덧글을 보면 힘이 나고는 해요. "재미"를 이야기 하실 때 느껴지는 어떤 뚝심 같은 것이 저에게 전해지는 것 같거든요. 오늘 하늘 정말 좋더라고요, 하늘처럼 화창한 하루 보내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11. 무한한 연습/ ㅎㅎㅎ 감사합니다.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소풍인데 늘상 재미있게 놀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찌뿌등한 기분이었는데 덕분에 화창한 햇살 담뿍 안고 다시 일 시작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