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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자뭇 긴장감이 도는 시 한편을 읽었다.

뜨거운 노래를 땅에 깊이 묻는다라...

나는 나의 뜨거움을 어떻게든 들려주고 싶은데, 내가 이리 편하게 생각하는 걸 보면

깊이 묻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현실은 지나간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연예계에 종사하는 한 여성이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쭈욱 있어왔다.

그리고 소문만 무성한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해졌다.

 

이제는 웅성거림만 존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문제라면 각자 책임의식을 갖고 현실을 바꿔가면 좋겠다.

이 땅의 언니들이 더이상 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과 손 붙잡고 함께 걸어가고 싶다.

 

 

 

<유치환의 시>

 

고독은 욕이 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갈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가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 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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