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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8/31
    알 포인트 - 죄책감과 공포가 부른 광기(2)
    하이에나새끼
  2. 2004/08/27
    애니 - 교고쿠 나즈히코 항설백물어(2)
    하이에나새끼
  3. 2004/08/23
    2004 전쟁과 변혁의 시대 다녀왔습니당. ^0^
    하이에나새끼

알 포인트 - 죄책감과 공포가 부른 광기

 

정말로 오랫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것 같다. 그런데 따져보면 지난 휴가때 대구에서 시실리 2km 를 본지 겨우 보름남짓한 기간이니까, 올해 극장에 들린 절대 편수는 적을지 몰라도 그리 오랫만인것은 아니다. 난 왜 보름만에 간 극장이 그리 낫설었을까? 그건 어쩌면 '혼자' 극장 나들이 한것이 반년도 더 전의 일이어서가 아니었을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건 진짜 미스테리다. 난 혼자들어간 극장의 상영작이 아니면 '영화봤다' 는 기분을 못 느끼는 불감증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거기다 이번엔 혼자 들어간 극장이 어색함마져 주었다. 다들 끼리끼리 앉아있는 좌석들을 보노라니 어쩐지 왕따된 느낌이다. 이건 정말 생소한 감정이다. 여지껏 괘 많이 독수공방식 영화감상을 즐겼건만 단 한번도 이런적은 없었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내게는 알 포인트의 미스테리를 푸는것보다 이 미스테리를 푸는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알 포인트란 로미오 포인트를 줄인 말이다. ( R 이 로미오 할때 R 이란다 ) 로미오 하면 생각나는거 없는가? 그렇다, 로미오와 줄리엣. 바로 그거다. '로미오가 몰래 줄리엣을 만나러 간다' 는 문학구절에서 파생된 군대 작전 용어로, 비밀리에 수행되는 구출작전이 벌어지는 지역을 로미오 포인트, 즉 알 포인트 라고 한단다. 참고로, 영화속에는 이런 설명 안나온다. 영화 광고가 실린 신문에 실린 친절한 설명이다.

 

베트남 어느지역인가에 신기한 땅이 있단다. 뭐 이것도 제작사측의 설명이라 그리 믿을것은 못되지만, 그 지역으로 작전하러 들어간 부대는 실종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처음에 프랑스 식민지군이 한날 한시에 그곳에서 몰살당했고, 그 이후로 그 지역에 들어가는 병력은 죽거나 실종 되어버린다고 한다. 영화속에는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가지 못한다' 는 비석마져 보인다. 상당히 흥미진진 하면서도 무서운 설정이 아닐수 없다.

 

알 포인트를 보려고 마음먹은것은 휴가를 맞아 대구로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본 씨네21 에 실린 공수창 감독의 인터뷰를 본 이후다. 공수창 감독은 인터뷰에서 알 포인트를 공포영화가 아니라 반전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컨셉으로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찍었다' 가 아니라 '찍고 싶었다' 라는 표현은 '그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것은 감독의 역량이 모자라서 그러지 못한것과, 흥행을 중시하는 제작사의 입김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을수 있기에 나는 두가지 경우중에 어느쪽인지 궁금해져 버린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둘 다다. 맑스는 국가간의 전쟁이란 항상 해당국가의 하층 노동계급들끼리 적으로 만들어 죽고 죽이며 적대감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었다. 알포인트는 거기까지는 나름대로 잘 묘사하고 있다.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에게 사드릴 송아지를 위해 작전에 자원하는 어린 병사는 마치 취업과 경제난을 걱정하며 월 200 ~ 300 정도의 월급을 바라보고 이라크로 지원하는 사병들같다. 그리고 이라크 저항세력이 그러하듯, 베트남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한 가난한 사병들에 대항해서 서로간에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나는 숨바꼭질을 펼칠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 포인트는 예전의 '플래툰' 이나 '하얀전쟁' 들이 가졌던 반전의식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전쟁의 잔인함, 부도덕성, 비인간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비판하고 있으나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모순에 대한 비판은 빠져있다. 송아지를 사기위해서 작전에 나서는 군인은 보여주지만 베트남의 우리 군대가 그곳에 파병된 진정한 이유, 박정희가 보다 많은 미국의 원조를 얻어내기 위해서 침략전쟁에 팔아치운 용병단에 불과했다는 부분은 빠져있다. 자본주의 제국열강들이 무엇때문에 그 전쟁을 일으켰으며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성장할수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알 포인트를 온전한 반전영화라고 부르기가 어려운 이유다.

 

호러? '그토록 기다려온 품격높은 호러무비' 라는 식의 카피가 아직도 눈앞에 어른어른 하는데, 사실 한국의 호러영화들중 '고품격' 을 꼽으라면 당연 '소름' 이다. 형체없이 밑바닥부터 스물스물 올라오는 그 소름끼치는 경험을 다시 느끼게해줄 '고품격 호러무비' 는 아직 나온적 없다. 그건 알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알 포인트가 주는 공포감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들이고, 가시적인 부분들이다. '순수 호러' 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덤벼드는 영화들과의 경쟁에서 '퓨전 호러' 가 더 큰 말초적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 '호러' 가 무서움으로 승부하려면 '소름' 을 겨냥하고 극복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종합적으로 알 포인트는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기는 내공도 부족했고, 거기에 제작사측이 자꾸 무서운 장면을 넣으라고 강요한것처럼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린다. 마지막 부분의 귀신은 안 나왔어도 될뻔했고, 감독도 굳이 그것을 넣으려고 한것은 아닌거 같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압박감을 줄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이전까지의 장면들에서 실제로 군인들을 해친것은 굳이 '귀신' 이라기 보다는 죄책감과 공포감으로 인해 스스로 미쳐가고 서로 죽이는 모습들이었다는 점에서 볼때 후반부의 그 귀신은 아무래도 좀 생뚱맞을수 밖에.

 

이런저런 악재들은 있지만, 그래도 알 포인트는 나름대로 봐줄만한 영화다. 지나치게 평가절하한것 같지만, 사실 전쟁의 상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묘사되었고 감독의 의도대로 일정부분 '반전' 의 메시지도 충분히 담고있다. 소재도 참신했고, 배우들의 연기나 극중 구성도 무난한 편이다. '그토록 기다려오지'는 않았지만 블록버스터와 액션과 코미디가 판치는 여름 영화판에 그나마 봐줄만한 영화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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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교고쿠 나즈히코 항설백물어

짐승은 원래 놀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논다고 해서 나이트 클럽이나 헌팅이나 그런걸 하는것은 아니고 -_-; 주로 영화, 혹은 만화나 소설책 따위를 뒤적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프라모델 따위를 주물럭 거리고 있는걸 좋아한다. 말하자면 '혼자놀기' 에 능숙한 타입이다. -,-;

 

어쨌거나 이놈의 놀기를 좋아하는 버릇때문에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게임을 하고 있거나 봐야할 신문, 책 대신에 소설이나 만화를 보고있는 모습이 꽤 자주 발견된다. 그런 모습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사냥' 해 버리는것이 사회나 개인에게나 여러모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 거기, 진담으로 받으면 곤란하다구 -_- )

 

아무튼 그런고로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인데, 주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적은 그 '어둠의 루트' 를 애용한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어떤 취향을 좋아하냐면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 기왕이면 좀 심각한 ( 혹은 심각해 보이는 ) 스토리들을 좋아한다. 반면에 선과 악이 나뉘는 작품이나 ( 건담 seed 를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 )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착하고 이쁜짓 하는 애니들은 끔찍히 싫어한다. -,-;

 

작년에는 '키노의 여행' 이 날 즐겁게 해주었고, 작년에 출시된건 아니지만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도 좋았다. 게다가 새롭게 발견한 '레인' 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런것들을 보며 흐뭇하게 지낸 작년에비해 올해는 이렇다하게 건질만한게 그다지 눈에 띄이지 않아 따분해 하던차에, 드디어 멋진 녀석이 내 레이더에 감지되었으니 바로 요놈이다.

 

교고쿠 나즈히코 '항설백물어'

 

  

괴담을 모아 출판하려는 주인공 '모모스케' 가  좌측 하단의 부적술사 '마타이치' 를 중심으로, 그 옆의 인형술사 '오긴' 그 위쪽에 있는 변신의 대가 '나카미미' 이렇게 3 인조로 이루어진 퇴마 (?) 집단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항설백물어 의 중심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우선 작화가 독특하다. 특히 색상은,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정도로 명암의 효과가 뚜렷해서 전반적으로 대략 암울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거기에 가끔씩 보이는 3D 타입의 거리들과, 무엇보다도 각 회마다 중심적인 인물을 제외하고 나오는 이른바 엑스트라들은 정말 인간같지 않게 대충 대충 그려져있다는것 또한 특이점이다.

 

보통 엑스트라는 이런식으로 그려진다.

 

항설백물어의 캐릭터성도 독특한데, 주인공 모모스케는 전형적인 '나약한 지식인' 그 자체다. 그는 이것저것 잡다하게 아는것은 많지만 혼자서는 무엇하나 해결할수 없으며 우유부단하고 심약한 성격이라 심지어 마타이치들과 함께할때조차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기가 일수다. ( 4화 던가 에서 나온 귀마鬼馬 하야테에 관한 이야기는 예외지만 ) 애니사상 가장 주인공 답지않은 주인공이라 할수 있으며, 능력으로만 따져본다면 마타이치가 주인공에 어울린다 할것이다.

 

그러나 마타이치역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잔인하다 할만큼 인정사정이 없고 자신이 없애버리고자 하는 목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없애버리기 때문에 역시 주인공으로서는 실격이라 할수있다. ( 그런면에서는 역시 모모스케가 전통적인 주연에 걸맞는다 ) 게다가 마타이치는, ( 마타이치와 같이 다니는 오긴이나 나카미미도 마찬가지지만 ) 그 자체가 요괴아니면 귀신으로 보인다. -,-;

 

중심 스토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 대한 독설' 쯤 될것이다. 그들은 명색이 퇴마 집단이지만, 그들이 퇴치하는건 요괴나 악귀가 아니라 요괴만큼이나 더러운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인간군상들이다. 마타이치는 언제나 '악령 이 아래 멸하라' 하며 부적을 던짐으로서 매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때 부적아래 들어가는것은 인간들의 시체다. 즉, 마타이치의 '악령퇴치' 라는것은 사실은 악령같은 인간들을 퇴치하는 ( 없애버리는 ) 행위이다. 이때문에 모모스케는 초반부에 '당신들도 단순히 살인을 저지르는거 아니냐' 면서 마타이치들에 대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인간세상은 더러워. 다 없어져야해' 같은 것은 아니다. 총 13 화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마타이치는 다소 순화된 모습으로 등장해서 세상을 정화시키려는 ( 다 없애버리려는 ) 절대자 격의 상대와 대결한다.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허무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는것 역시 항설백물어의 매력중 하나다.

 

제목중 교고쿠 나즈히코는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소설을 쓴 작가의 이름이다. 그는 스스로를 제67548 성운의 알파 혹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소설가로, 괴기물이나 미스테리물에 뛰어나다고 하는데 아직 한번도 그의 작품을 보지는 못해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 소설 '항설백물어' 도 40 만부 이상이 팔렸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수입이 안된듯해서 더 아쉽다. 13 화로 비교적 짧게 끝나버린 ( 그러고보니 키노의 여행도, 부기팝도, 레인 도 모두 13 화 짜리다. 질질 끌지않는건 좋지만 방송국에서 작품성을 위해서 짧게 자른것은 아닐거라는것을 고려해보면, 역시 이런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장사가 안되나보다. 원피스나 코난 등이 100 화를 넘긴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아무튼 항설백물어는 여러가지로 독특하고 볼만한 작품이다. 어떤 작품군들은 자주 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특정 작품이 일찍 끝나버리면 아쉽고 2기가 언제쯤 시작되려나... 하면서 기다리기 마련인데 이 항설백물어도 그중 하나다. 아, 정말이지 2기 안나오려나... ( 참, 키노의 여행은 2 기가 곧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 

 

마지막으로 마타이치의 성격 ( 더럽다 -_- ) 을 잘 나타내주는 컷을 넣으려고 했는데 없어서, 아래의 두컷으로 대신한다.

 

부적술사 마타이치
인형술사 오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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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전쟁과 변혁의 시대 다녀왔습니당. ^0^

안녕하세요. 짐승이옵니다 _(__)_


그동안 광고 올린대로, 지난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 박 5 일간 진행되었던 '전쟁과 변혁의 시대' (이하 전.변)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변 다녀왔어요' 라고 말하기가 좀 뭣하네요. 들은것보다 못 들은것이 몇 배는 더 많은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휴가도 맞춰보려 했건만, 결국 장렬히 실패하고 말았다는...;;

 

아무튼 닷새동안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전.변 포럼을 계기로 새로운 분들을 많이 뵙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이번 전변은 특히 듣고싶은 포럼도 많았고, 그만큼 놓친것도 많아서 그 부분이 두번째로 아쉽네요. ( 제일 아쉬운것은 오셨던 분들이랑 별로 이야기를 못 나눈것... ;; ) 자율주의 논쟁이나 그람시에 대한 부분, 한국경제 위기론 등은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들이었고 그외에도 찍어놓은 포럼들이 많았는데, 그놈의 회사때문에 다 날려버리고 대신에 강의 내용이 들어있는 CD 들만 손에 남았습니다. 음냐, CD 사러 간거 아닌데... 일이 안풀린다니까요 >_<

 

참여했던 포럼중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한국군 파병' 부분은 다함께 운영위원인 김광일씨와 평화활동가 임영신 씨가 발제를 맡으셨습니다. 포럼 내용은 지금 이라크 내부의 분위기들과 정권과 기성 언론들이 독점하고 있는 이라크 관련 소식들에 맞서 우리의 관점에서 뉴스를 생산하는것의 중요성, 그리고 현재 이라크에서 저항의 촛점은 나자프이며 미국은 나자프에 대한 무력진압과 방관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을수 밖에 없다는 내용과, 미 대선에 관련하여 왜 존 케리가 부시행정부의 대안이 될수 없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반전운동에 참여하던 사람들 중에서 파병이후에 논점을 한반도 위기론으로 옮겨 좁히려는 관점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반전 운동을 지속시켜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사파티스타 봉기 10년' 도 좋았던 포럼중에 하나입니다. 발제는 다함께 편집팀의 이수현씨가 맡아주셨고요, 사파티스타 운동의 배경과 진행과정, 그리고 치아파스에서 수도인 멕시코 시티까지의 대행진 이후 멕시코 정권의 배신으로 인해 다시 치아파스의 정글지역으로 돌아가서 포위.고립 되어 있는 현실등을 이야기하고 그러한 결과는 뚜렷한 대안적 사회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권력장악을 거부하는 모습 ( 마르코스가 한말중에 '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서 권력을 장악한다' 는 내용에서 보여지듯이 ) 등으로 인해 기존 정치세력들과 타협할수 밖에 없었던 사파티스타 운동의 한계와 맹점들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신자유주의, 나아가서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은 노동자 중심의 정권장악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관점과 대안이 없었던것이 현재 사파티스타 운동이  처해있는 현실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맑스주의와 환경' 은 타이에서 오신 자이 자일스 웅파콘  씨가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슬라이드 까지 챙겨서 꼼꼼하게 이야기 해주시더군요. 일반적으로 맑스주의는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인간을 제외한 '순수한' 자연이란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할것입니다. 자연은 인류와 함께 진화하는것이며 상호 연관되어 존재하는것이지 독립적인 절대 순수의 이미지로 남아있는것이 아니라는 부분과, 맑스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향하는 이론이라는점, 환경문제는 과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이며 인간 모두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호주에서는 항만 노동자와 환경 노동자간의 연대가 건설되고 있다는점 등을 이야기했고, 현재 환경문제에 나서는 집단들의 문제와 한계점 ( 이를테면 독일의 녹색당은 기업주들과의 타협을 통해서 환경운동을 후퇴시켰으며 그린피스 같은 경우는 소수의 영웅적 행동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들 ) 을 지적하고 '단일쟁점' 의 정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자본주의의 극복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며 그것은 노동자 중심의 투쟁이 강화될때 현실로 나타날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 노동운동사' 는 소설가 방현석씨가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최근' 이라기 보다는 해방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봐야겠네요. ^^; 어쨌든 올해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승리는 소중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의회가 노동계급을 대변하지 않으며 ( 10 명이 아니라 100 명의 국회의원이 있다해도 말입니다 ) 현 시기는 새로운 운동이 조직되고 분출될수 있는 시기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국제적인 연대에 집중하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미국의 세계제패 전략과 오늘의 제국주의' 는 영국의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인 마틴 스미스씨가 발제해 주셨고요, 2차 대전당시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맞서 싸웠다는 환상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같은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던 것처럼 보는 견해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그 전쟁은 제국주의 국가들간의 충돌이었다는점, 미국의 일방정책, 제국주의 정책은 부시가 아니라 이미 신자유주의를 실행하고 있었던 클린턴 행정부에서 비롯되었기에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이점을 찾으려는 노력들은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점, 미국은 911 테러사건을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으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석유를 위한 전쟁이며 동시에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전쟁이었다는점, 그러나 미국은 무조건 강력한것만은 아니며 현재 이라크에서 처한 위기때문에 그 동맹국들과 지배층 사이에 분열이 생기고 있다는점 ( 그것의 주된 원인은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투쟁과 국제적인 반전 운동이며, 파병국들의 철수와 이라크 주둔에 대해서 자국안의 지배층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등이 그 주요한 분열지점 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반전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점, 그리고 운동이 고양기를 맞을수록 나타나게 되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할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것임을 지적했습니다.

 

'노동계급, 조합, 현장 조합원 운동' 은 원래 도우미 하는동안 진행되었던 포럼이라 못 들을뻔 했습니다만, 다행히 발제의 일부분은 참여할수 있었습니다. 발제는 역시 마틴 스미스씨가 맡아주셨구요, 노조는 노동자들의 힘을 강화시켜주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대학' 이라 불릴수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극복을 위해서 싸우는 일은 흔하지않으며 대부분 체제 안에서의 개혁에 치중하고,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관료' 들이 생성되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노조관료들은 기업가나 정부등이 가하는 위로부터의 압력과 평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의 압력, 양자사이에 위치할수 밖에 없으며 이 와중에 개량주의 정당들은 관료들을 이용하여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억압하고 자신들이 체제안에서 가지는 위치를 유지하고자 하기도 합니다. 또한 노동조합 지도부중 '좌파 지도부' 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만 기대를 걸수는 없으며 심지어 가장 전투적인 좌파노조라고 하더라도 경제투쟁에만 매몰될수 있다는점, 그리고 중요한것은 좌파 지도부냐 우파 지도부냐가 아니라 관료냐 평조합원이냐에 주목해야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장조합원 운동이 중요하다는점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 발제중간에 나와야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나온 이야기들은 잘 모르겠군요. ^^;;

 

제가 참여했던 포럼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5 일간 약 50 여개의 주제를 가지고 포럼이 진행되었는데 회사일 때문에 1/10 밖에 못들었네요 (ㅠ.ㅠ) 간략하게 정리하기는 했지만 참여했었던 포럼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해볼것이고, 참여하지 못한것들은 구입해둔 CD 를 듣고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반적으로 이번 전.변 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발언들이 소중한 역활을 하셨던거 같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예년에 비하자면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 강화되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말씀에 동의하고요, 그람시에게 가해졌던 스탈린주의적, 사민주의적 왜곡들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요하게 다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외에 맑스주의의 전통을 지켰던 혁명가들에 대한 포럼이 주요하게 다뤄졌던것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포럼기간동안 1400 여권의 사회과학 서적과 수많은 팜플렛들이 판매되었는데 특히 트로츠키나 로자같은 맑스주의의 전통에 입각한 서적들이 주요하게 판매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포럼에서 마틴 스미스씨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면서도 조직에 참여하려 하지않고 운동에 대한 회의감과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영국에서는 나나 ( non-organized, no-act 일 겁니다. -_- 정확할거라고 기대하지 마소서... --; ) 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조직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 라는 뜻이라고 하면서,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전쟁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 고립되어 있지말고 함께 행동하고 함께 싸우자고 말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은 잘 조직되고 잘 훈련된 자들이며, 우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가진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몇몇 소수의 힘으로 이 사회를 바꿀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혼자 떨어진채 왜 세상이 이 모양이냐고 손가락질만 하며 있을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들과 싸워 이기고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길은 뜻을 같이하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동에서만 찾을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사람들이 다함께에 있다고 생각하며, 만약 지금 이글을 보시는 분들이 다함께에 가입해서 함께 싸우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신다면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는일이 조금은 더 빨리, 그리고 더 가시적으로 보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나' 가 되지말고 다함께와 함께합시다. ^^; 곧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돌아오는 10월 17 일은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대규모적인 국제반전행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함께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함께하는 발걸음은 보조를 맞춰볼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고생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닷새동안 남보다 더 일찍 나오셔서 행사를 준비하신 진행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걸 보니 이제 드디어 지긋지긋한 더위가 가고 가을이 오는것 같습니다. 계절 바뀌는데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들 하세요.

 

그럼 짐승은 이만 물러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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