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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우리가 관계를 맺는 곳

 

어떤 공간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려면 나와 그 공간에 서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을 때다.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 혈연적 관계가 그 곳을 구체적인 장소로 느끼게 한다.

 

부산을 떠난지, 3개월.

그 사이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계신다.

부산 광안리 집은 빈집으로 방치된지 한 달 반.

 

부산으로 출장을 가도 이제 집에서 안 잔다.

한 달 반이나 빈집은 너무나 춥기 때문이다.

 

이젠 부산으로 출장 갔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친근해졌다.

집으로 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처음 부산으로 출장 갔다 서울로 오는 길이 마치 군대 첫 휴가 갔다고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30년 동안 부산에서 살아 스스로 부산 토박이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곳이 바뀌고, 30년 동안 살던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시자,

부산은 이제 단지 익숙한 곳으로만 변한 느낌이다.

 

그러나, 부산 곳곳은 잊지 못할 사건들과 맺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단지 익숙한 곳만이 아니라 내 역사와 함께이리라.

그리고 지금은 다시 나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오늘 아침 ktx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역, 내리지말자 새마을여승무원들의 농성장이 눈에 띄었다.

서울역을 나오니 ktx 여승무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었다.

서울역 맞은 편, 대우센터 건물 앞에서는 바로 그 곳에서 해고된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역 지하철 역사, 창원시에서 내걸은 시 홍보간판이 눈에 띄었다.

'기업 사랑의 도시, 창원'

홍보간판을 크게 차지하 사진은 창원로타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창원로타리, 지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노제를 지낸 곳이다.

그날의 노제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저 사진은 서글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간도 어떤 관계를 맺냐에 따라 역사적이고, 계급적이다.

서울역 한편으로 이제는 흉물 마냥 버려진 구 역사가 보인다.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우지 않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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