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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7
    새벽잠
    으라차찻
  2. 2007/02/23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해고’와 ‘외주화’ 잇달아
    으라차찻
  3. 2007/02/09
    비정규직 해고사태 … 결국 거센 반발 불러와
    으라차찻
  4. 2007/02/01
    애인이 있다면 서울이라도 괜찮아(3)
    으라차찻

새벽잠

난 군 생활을 최전방에서 했다. 뭐 최전방이라고 해봤자, 서울서 가깝다. 파주와 휴전선 등이 내 군 근무지니까. 휴전선에서는 6개월을 보냈다. 우리 소대는 판문점 바로 옆 지역 경비를 맡았다. 휴전선 생활하면 생각나는 것이 네 가지 있다. 두가지는 자연현상이고, 또 다른 두가지는 노래다.

 

비무장지대는 모두가 아시다 시피 자연의 보고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곳. 그래서 한국 땅에서 거의 원형대로 보존된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거의 원형대로 보존된 자연, 그 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저녁별과 아침 안개다. 휴전선에서의 생활은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철책선 앞에서 근무를 선다. 해질 무렵 근무를 나갈 때 노을이 지면서 북쪽에 밝은 별들 하나 둘이 자리 잡긴 시작한다. 한 폭의 그림이다. 군생활이 너무나 지겹지만 이 때만은 저녁 노을과 별 빛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별이 예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저녁에 먼저 뜨는 별이 더 아름다웠다. 그 때 나에겐 저녁에 먼저 뜨는 별이 사실상 새벽별였기에 그랬을까?

 

또 하나는 아침안개다. 새벽녁이 되면 비무장비대 늪지에서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난다. 해가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 기운이 약해 안개를 물리치지 못하고 서로가 어울려 있을 때,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수줍은 햇빛과 깨끗한 물기 머금고 있는 공기가 좋았다.

 

휴전선의 밤은 조용하지 않다. 특히 밤 12시에는 북한 방송과 남한 방송이 뒤 섞여 시끄러울 정도다. 북한방송은 주로 정치적인 내용과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북한 방송은 하루 종일 방송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남한 방송은 하루 종일은 아니고 일정 시간에만 튼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 그대로 보낸다. 북한방송과 남한방송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남쪽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치선동을, 남한은 방해방송인 셈이다.

 

북한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깊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 가는 사이에 들은 노래다. 트럼펫으로 인터내셔널가가 잔잔하면서도 애잔하게 깔렸다. 이제 노래를 들었을 그 당시 감동은 생각안나지만, 그 노래를 듣고 너무도 감동스러웠단 기억만은 남아있다.

남한방송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양희은의 '백구'다. 밤 12시, 교대시간이다. 이날은 높은 고지, 2층 초소로 교대를 나갔다. 이 초소는 비무장지대다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교대 시간 30분 동안은 이전 근무조와 교대조가 같이 근무를 선다. 계단을 한참 오르고 나서 잠시 땀을 식히는 동안 우리 쪽 방송에서 양희은의 '백구'가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집 생각이 났고, 강아지 때 보고 온 우리집 개 생각이 났다. 아련한 그리움이 가슴 밑 바닥에서 올라 왔다.

 

제대하고 나서 난 그 강아지한테 물렸다. 술 먹고 집에 와서 반갑다고 장난치다 물렸다. 그 놈 입장에서 왠 놈이 갑자기 나타나 주인인냥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왜 잠도 못자게 구냐였을 것이다. '백구'는 주인만 따르는 진도개지만, 믹스견은 노래의 소재가 아니다.  이렇게 현실은 냉정하다. 어쨌든 술 먹은 내가 개였을까, 그 놈이 '개쌔이'였을까? 

 

한참 군생활 이야기를 했다. 최근 언제부터인가 새벽잠이 없어졌다. 오늘은 6시에 일어나서 혼자  아침 챙겨먹고, 도시락 싸고, 자전거 타고 출근했다. 늙으면 부지런해지는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는데, 아마 그 새는 나이가 들어 새벽 잠이 없는 새가 아닐까? 새벽에 군 생활이 생각났다. 갑자기. 그래서 생각난 것을 적어봤다. 쓸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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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해고’와 ‘외주화’ 잇달아

 

 

공공운수연맹 지난 9일 ‘정부 대책 철회 결의대회’ 열어 


 서울 성신여고에서 12년째 행정실에서 근무한 정수운씨,그녀는 우울한 구정을 보냈다.2월 28일에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이다.정수운씨는 지난 달 말 학교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정수운씨는 지난 95년부터 학교 행정실에서 일해왔다.

 그 날 같이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비정규직 동료는 교장에게 “무슨 이유로 우리가 그만둬야 하는지 알려주세요”라며 따져물었다.교장이 말했다.“인터넷을 한 번 보세요. 언론에도 나고 그랬지 않습니까? 비정규직 법안이 불러온 현실입니다.나라가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을 괴롭힙니다”

 3월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정수운씨는 “하루 전만에라도 애기를 했더라면 이렇게 억울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 조합원으로 가입한 정수운씨는 지난 2월 9일 “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 결의대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학교 행정실에서 12년째 남들처럼 열심히 일만했던 그녀로써는 쉽지 않은 선택이였을 것이다.

 이 날 결의대회에서 정수운 조합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그 동안 열심히 일 해왔던 비정규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소수의 무기계약 노동자들을 만들려고 한다”며 정부와 학교를 규탄했다.이어 “내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데 이 아이에게 올바른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서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성신여교 교장 선생의 말 속에 답이 있다.작년 11월 30일 제정된 비정규법 때문이다.비정규법은 기간제노동자가 채용된지 2년이 지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려 말하면 사용자가 2년 안에 기간제노동자를 짜르면 합법적이다.특히,정부는 7월 법 시행 이전인 5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에 따라 무기계약 대상자를 우선 확정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장기근속 대상자를 우선으로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다.류정렬 학교비정규직지부 조직국장은 “무기계약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에서 5~6년 근속자들을 내보내고,새로운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류정렬 조직국장은 “학교에서 1년 단위로 짧게 계약하는 고용형태를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비정규직 규모는 8만명 가량.전국 6천여개 교육기관 비정규직 계약이 모두 2월 28일 만료된다.류정렬 국장은 “상담이 들어와 노조가 대응한 곳 중에서 재계약이 이뤄진 곳도 많다”며 “하지만 상근자가 한명인 지부에서 일일이 제대로 대응하기가 벅찬 것도 현실”이라며 공공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주문한다. 

 당연히 비정규직 계약해지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법원행정처에서 올해 40명의 민간경비원이 계약해지를 당했다.심지어 노동부 산하기관이 고용정보원에서도 비정규직 14명이 똑 같은 일을 겪었다.고용정보원은 이들 비정규직이 하던 일을 외주화로 돌릴 계획이다.

 한편,계약해지와 외주화는 동전의 양면이다.공공기관이 무기계약 대상자를 축소하기 위해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외주로 돌리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철도공사이다.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에 이어 직접고용 비정규직이었던 새마을승무원도 작년 연말 외주로 돌렸다.인천시 환경사업소에서 일을 하던 정병모 인천상용직지부장은 외주화를 거부하다 지난 달 31일 해고를 당했다.인천시는 직영으로 운영하던 환경사업소를 환경관리공단을 새로 만들어 여기에 위탁했다. 

 공공운수연맹은 지난 9일 기획예산처 앞에서 3백여명이 참가해 “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공공운수연맹이 출범하고 난 후 주관한 첫 집회였다.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문제가 그 만큼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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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사태 … 결국 거센 반발 불러와

 

=오는 9일 기획예산처 앞에서 비정규노동자들 “정부 대책 철회하라”며 집회 개최


 비정규노동자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 ‘비정규직 해고사태’를 부르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는 오는 9일(금) 오전11시 기획예산처 앞에서 ‘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 공공부문 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는 이날 집회에서 △차별 철폐 없는 무기계약 반대 △정규직화 노사합의 이행 △비정규노동자 외주화 및 집단해고 중단 △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이날 집회에는 KTX․새마을 승무원,산업인력공단․폴리텍대학 비정규직,학교비정규직,지자체 비정규직 등 비정규노동자 300여명을 포함해 전체 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공무원노조,보건의료노조,전교조가 참가해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같은 날 오후 4시 광주시청 앞에서도 ‘비정규직 외주화 및 집단해고 저지! 광주전남노동자 결의대회’가 공공노조 주최로 열린다.


◇ 비정규직 ‘해고사태’와 ‘외주화’ … 거센 반발 예견된 일


 지난 해 11월 30일 통과된 비정규직법이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먼저 실시된다.정부는 법 시행 이전인 5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에 따라 무기계약대상자를 우선 확정할 예정이어서,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해고 칼바람이 올해 상반기 내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짜르고 있다.법원 행정처가 지난 해 12월 계약직 민간경비원 40여명에 대해 재계약하지 않았다.사실상 해고다.심지어 노동부 산하기관에서도 비정규직 해고사태가 일어났다.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45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14명을 재계약하지 않고 해고를 했다.한국고용정보원은 이들 비정규직이 하던 콜센터 업무를 외주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광주시청에서 청소,주차,조경,민원안내 업무를 하던 50여 명의 용역업체 비정규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내몰렸다.광주시는 올해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고,3월 12일 경에 새로운 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비정규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이 유지될 것을 시에 요구하고 있지만,광주시청 담당자는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공공노조 광전공공서비스지부 전욱지부장은 “해마다 용역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해고 위협이 있었다”며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에 이어 새마을 승무원을 시작으로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주화할 계획이다.공사는 올해 역무,시설업무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계약서를 맺으면서 계약기간 조정에 대한 단서조항을 넣었다.시설업무 비정규직의 계약서를 보면 “다만 사업조정,변경,완료에 따른 인력조정과 인력운영계획 변경 등에 따라 계약기간이 조정될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다.즉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정부가 ‘정규직화’ 노사합의에 재뿌려

 

 지난 1월 22일 열린우리당과 정부 당정협의회에서 △산업인력공단 △양평군 △건설기술연구원 △한국도로공사 △경북대 등 6개 기관을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시범기관’으로 정하고,정부 추진단이 직접 밀착 결합해 비정규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노동조합과 사측 간의 합의에 딴지를 걸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시범기관으로 정해진 산업인력공단이다.


 산업인력공단은 노조가 지난 2005년 66일간의 파업  끝에 산업인력공단과 폴리텍대학(구 기능대학)비정규직에 대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노사합의를 맺었다.노동부도 이를 승인했다.노동부는 작년에 공단 정원 100명과 폴리텍대학 80명의 정원을 늘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하지만 기획예산처가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결국 이들 비정규직들은 노사합의를 이행할 것을 노동부와 기획예산처에 촉구하고 있다. 

 최근 노동부는 “노사 합의사항 이행이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노조의 질의에  “공공부문 비정규종합대책은 정부에서 공공부문의 올바른 비정규직 사용관행을 정착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사항으로서 당사자가 성실히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노사합의서와는 그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이어 노동부는 “산하기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중략)2007.5월 경 전환규모 및 처우수준 등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올해 들어 노동부마저도 노사합의에 따른 ‘정규직 전환’보다는 ‘무기계약 전환’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대 병원은 지난해 단체협상 과정에서 2006년 8월 31일 기준으로 2년 이상 비정규직 24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으나,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이전 관례대로라면 병원 측은 2월 말에 있을 이사회에서 노사합의사항을 안건으로 올리고 원안대로 통과할 예정이었다.현재 병원은 예전과 다르게 고민에 빠져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비정규대책을 내세우면서 제동을 건 교육부 때문이다.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오은영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5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에 따른 무기계약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라며,병원측에게 노사합의사항 사항을 2월 말 이사회에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병원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교육부에서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경 공공연맹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무기계약 전환은 정규직 전환과는 다르게 임금 등 차별이 존재한다”며 “정부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모범적인 노사합의를 가로막고,비정규직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을 하향평준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참고자료)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① 대회명칭:

(소제목)차별 철폐 없는 무기계약 반대․ 정규직화 쟁취!정규직화 노사합의 이행!비정규노동자 외주화 및 집단해고 저지!(주제목) 기만적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철회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② 일시:2007년 2월9일(금)오전11시

③ 장소:기획예산처 앞

④ 주최:공공부분 비정규대책본부

⑤ 주관:공공운수연맹


⑥ 집회순서

(사회:박진현/ 공공노조 조직부장)

 -몸풀기:발전차(새마을승무원 몸짓패)

 -민중의례

 -집단민원 및 요구사항 전달

 -투쟁사1:노사합의 미이행 규탄(산업인력공단,의료연대)

 -투쟁사2:외주화 중단 촉구(KTX․새마을 승무원)

 -몸짓공연:발전차(새마을 승무원)

 -투쟁사3:계약해지 규탄(학교비정규직)

  - 격려사: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대회사: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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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있다면 서울이라도 괜찮아

-  이 글은 부산울산경남 열사추모사업회에서 일하던 후배에게 쓴 편지글입니다. 이글은 열사회 소식지 '솥발산'에 실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옛날 열사회에서 일했고, 이 후배는 내 후임으로 열사회에서 9년 동안 일해왔습니다. 

 

 너가 1월 말에 열사회를 그만두고 곧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월에 서울에서 결혼한다면서. 윤경씨가 전화를 했다. 너한테 편지를 써 달라고 하더라. 열사회 기관지 솥발산에 싣겠다며. 그래서 내가 “요즘에 애인한테도 편지를 안 쓰는데 내가 보경이한테 왜 편지를 쓰냐?”고 튕겼다. 그러면서 내 머리에 떠오른 장면이 무엇인지 아니? 아마 99년이였을거야. 너가 부산대 구 정문 쪽 2층 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하숙을 하고 있을 때였지. 그해 어느 날 너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한 참이나 종적인 묘연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난 너 하숙집을 무작정 찾아가서 막차가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날 허탕 쳤지.


 왜 이 생각이 났을까? 그 때 너는 뿌리 없는 아이 같았지. 너가 결혼한단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너도 가족이 생기는구나란 생각을 했다. 참 다행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떤 영화 제목처럼 “결혼은 미친 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이보그라도 괜찮아”란 영화에선 ‘미친 놈’이 ‘미친 년’도 좋아하는데, 멀쩡하고 게다가 번듯하기까지 하다면 ‘미친 짓’인들 못할랴? 내 봐라. 서울까지 여자 쫓아오지 않았느냐?


 요즘 어머니가 아프니 부산 가도 잘 곳이 마땅치 않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부산 광안리 집은 사람이 안산지 2달 가까이 돼 너무 춥다. 작년 연말에 부산 가서 집에서 잤다가 감기에 된 통 걸렸다. 새해 시작부터 고생 무지 했다. 그런데 사람은 참 적응이 빠르다. 부산으로 첫 출장 갔다가 서울 올 때는 군대 첫 휴가 나온 신병이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서울로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기분이다. 빨리도 달라졌지. 물론 부산에 가도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큰 이유겠지.


  불과 얼마 전까지 부산은 뿌리 내리고 산 곳이지만, 이제는 가더라도 잠시 마음 편히 쉴 곳이 없으니 씁쓸하다. 지금 부산은 나에게 어떤 곳일까?


 잊고 있었거나, 기억 속에 있는 과거의 일이 불현듯 구체적으로 다가 올 때가 있더라.   지난 20일 여자친구랑 남영역 근처를 거닐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된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대공분실 앞에 딱 서게 됐다. 한 번도 그 앞에 간 적도 없었다. 우연이었지. 하지만 여기가 바로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 곳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얼마 전 이곳에서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는 사실도 기억났다. 87년에는 난 중3이었으니 거리에서의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난 박종철 열사 부친이 생각났다. 97년 1월 어느 일요일, 합추사 사무실에서 만난 게 첫 만남이었다.


 지금의 열사회, 그 때는 합추사였지. 겨우 1년 있었고,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한 기억으로 될 살아 날 때가 있다. 우연찮게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 서면 박종철 열사 부친이 떠오르듯이, 인혁당 사건이 사법부에서 무죄란 판결을 내렸다는 기사를 봤을 땐, 인혁당 유가족들이 생각났다. 하물면 9년 있었던 너에게 더 많은 기억이 있을 것이고, 그 것이 어느 날 어떤 매개를 통해 불현듯 튀어 나올 것이라고 짐작한다.


 서울에 와서 책을 많이 본다.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어버리니 그 시간 동안 소일거리로 책을 뒤적인다. 최근에 신용복 선생의 ‘강의’를 읽고 있다. 참 좋은 구절이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하나 소개하마.


 流水地爲物也(유수지위물야) 不盈科不行(불영과불행). 우리 말로 해석하면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이다. 흐르는 물처럼 건너뛰는 법 없이 우직하게 바른 길을 고집하란 뜻이다. 참 좋은 말 같지 않니? 서울에서의 삶도 건너뛰는 법 없이 물처럼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 물론 물은 바위를 만나면 자신을 나눠 할류하기도 하고, 산을 만나면 돌아가기도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결혼 축하한다. 서울 어서 오너라. 오면 내가 저녁을 대접하마. 서울? 다들 살기 어렵다고 하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울도 괞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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