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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04
    쓰지도 달지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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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5/09/22
    이미 잊혀진 뜨거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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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09/05
    생각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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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인생(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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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5/08/19
    정동진 독립 영화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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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07/27
    검은 호랑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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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07/24
    레알판타 마지막, 폐막작(7)
    새삼
  10. 2005/07/23
    레알 판타 두 번째.(2)
    새삼

쓰지도 달지도 않은.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글을 하나 읽었다.

 

한 남자가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어.
역무원이 그에게 기차표를 요구했지. 그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와
양복 저고리 주머니를 샅샅이 뒤졌어. 하지만 기차표는 나오지 않았어.
그러자 그 역무원은 말했어.
왜 당신은 양복 안주머니를 찾아보지 않는 거죠?
남자는 말했어.
내가 그곳까지 뒤져보았는데 기차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난 더이상 희망이 없지 않소.


 

나도 그 우화 속의 남자처럼,

그 마지막 희망이라는 거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그냥 오늘 툭, 하고 줄 하나 끊어지듯, 아무일 아니었던 듯,

그렇게 안쪽 주머니를 열어버렸어.

그래서 내가 눈물나게 좋아했던, 내 인생 최고의 고백이었던 시를, 

우연히 어느 책 사이에서 발견했을 때

이제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지.

안쪽 주머니에도 기차표는 없었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지 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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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잊혀진 뜨거움에 대해..

추석 연휴 마지막날, 책 한 권을 읽었다.

달의 제단,

안동 어드메 조씨 집안의 종갓집인 효계당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곳에서 발견한 오래 된 언간이 이야기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데

책의 얘기는 우선 제쳐두고 - 별로라서가 아니라 꽤나 괜찮았기 때문에 미뤄두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제일 앞에 있던 작가의 말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 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그냥 '척'이든 아니면 진짜 잊은 것이든 나는 그 쿨한 세상에 있었다.

소설도 영화도 그림도 음악도 뜨겁게 타오르는 것보다 세상에 냉소적이고 차갑기만한 것들을 좋아했다. 무엇이든 극으로 향하는 것은 촌스럽다고, 적당히 세상을 비꼬아대는 '쿨함'을 좋아했었다. 사랑도, 영원도 믿지 않는다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비웃어왔다. 나는 얼마나 그 뜨거움과 멀리에 있었던 걸까. 맹렬히 불타오르고 싶은 욕망은 언제 사라진 걸까.

 

 



오늘 '너는 내 운명'을 봤다.

작정하고 신파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눈물을 쪽쪽 짜냈고, 어쩌면 이제는 없을지도 모를, 그런 '영원한 사랑' 따위에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다른 다방 아가씨들과 옆을 스치는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순진한 시골 노총각과 세상의 풍지풍파를 다 겪고 이제야 자신만을 사랑하는 '오빠'를 만난 그녀. 그런데 그 세상 때문에 그녀는 에이즈에 걸렸고, 사랑하는 그녀에게 죽을 때까지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꿈꾸고.

설정부터 너무나 뻔했다. 근데 이 뻔한 이야기는 심지어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 되었'단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물음에-이 영화 속에는 이 연인이 함께보는 영화로 '봄날은 간다'가 등장한다- 당연히 모든 건 변한다고 말하던 그녀는 결국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믿는다. 죽을 때까지 사랑할거냐는 물음에 죽은 후에도 계속 사랑할거라고 대답하는 남자 덕분에 말이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믿지 않던 그녀다운 말버릇이 하나 있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 '진정?' 하고 다시 묻는 것. 그를 믿고 사랑을 믿고 의지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그 되물음은 점점 사라져간다.

 

나는 아직도 그 되물음에 익숙하다. 그리고 아직도 내 모든 걸 다 던져 볼 만한 '무엇'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을, 영원하다는 무언가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 믿음이 혹여 망가질까 대단히 열심히, 차가운 방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뜨겁고 때로는 유치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 그나저나 전도연이 참 귀엽다. 어쩜 저럴까, 저런 아가씨람 나라도 폭 빠지겠네 싶을 정도로. 그리고 황정민의 빨개진 얼굴은 참말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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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1.

몸의 이상은 걱정에 걱정에 걱정을 불러온다.

감자를 너댓 개 쪄 놓고 나서

걱정이 날 뒤덮을 때마다 반 개씩 잘라서 먹고 있다.

 

2.

캣츠비를 보고 나서 마음이 뭉실뭉실하니 아파서

또 멈춤 상태로 가만히 멍하니 밤이 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부지런히 캣츠비를 모아놔야지. 초반엔 재밌었는데, 뒤로 갈 수록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우울하긴 하지만.

그나마, 감자가 맛있어서 다행이다.

 

3.

집에서 뭔가를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특히 나처럼 집중도가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어디 나가서 편하게 앉아서 책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에 드는 까페 하나 있으면 좋겠다.

 

4.

바람이 분다.

올 여름은 나에게 참 혹독하게 굴었다.

아마 절대 못 잊을 거다. 내내 미웠다 이번 여름이.

 

5.

서울영화제, 대만뉴웨이브영화제, 자라섬재즈페스티발...

그 어디에도 가지 못했다.

스케쥴표만 덜렁덜렁, 책상 구석에 쳐박혀. 슬프게. 있네.

 

6. 

그래도 노래는, 가을이니까, 리드미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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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영화의 처음과 끝은, 제자와 스승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유치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어쩐지 뽀다구나는...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르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 뿐이다.

--------------------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은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어보았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두 시간 여 동안 그야말로 간지가 좔좔 흐른다.

영화를 뒤덮고 있는 검은색, 남자들은 현실 세계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다.

손동작 볓 번이면 양복에 구김도 가지 않은 채 적들을 해치울 수 있다. 그리고 희고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아가씨가 문을 열어주는 일식집에서 고급회를 먹고 최고급 검은 세단을 타고 다니지.

뒤로 갈 수록 힘이 좀 딸린다는 건 인정하지만, 난 사실 이 영화에 반했다. 이런 뽀대나는 영화가 너무 오랜만이라, 너무너무너무 반가웠으니까.ㅎㅎ 이런 내용으로 이런 간지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김지운씨도 멋쟁이.

이병헌이야 뭐 내내 멋있는 척하며 온갖 폼 다 잡으니 그렇다 치고,

이 영화의 진짜 맛은 간간히 나와주시는 다른 남성분들이신데,

특히 에릭의 간지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사라고는 전화 목소리 뿐이지만, 그가 나오는 몇 초간 나는 숨도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고.

궁예 아저씨 스타일은 목소리에서 최고봉을 달리시고, 마지막 이병헌이랑 라 돌체 비타 앞에 서 있을 때 아주 간지나신다.

 

 

무엇보다 황정민씨 캐릭터가 제대로인데, 지금까지 봐 온 역할 중 최고로 어울린다. 순박하고 어리숙하고 그런 거 보다 백사장 역할이 진짜 딱. 이다. 그리고 노래도 정말 잘 하신다! ㅠ.ㅠ

노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야 뭐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다 할 수도 있으나, 음악만은 정말 좋다. 특히 황정민상이 부른 노래. 으아~ 직인다. (밑에서 플레이하면 들을 수 있음~ 달콤한 인생, 이라고 노래할 때 내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정말이다.)

 

어쨌든 나로선 간만에 매우 러블리한 영화를 만난 셈이다. 이리 간지 좔좔 흐르는 검은색 느와르를 어찌나 기다렸던가..

 

 

+)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말이 많았었던 것 같다.

개봉 했을 때 보지 못해서 뭐가 뭔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여기저기 이 영화에 관한 글들을 보니,

영화의 끝에 나오는 이병헌의 쉐도우 복싱 장면을 놓고,

영화 전체는 이병헌의 꿈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더라.

오히려 난, 그 장면이 달콤한 꿈 같았는데. 그래서 슬펐는데 말이지...

 

 




A Honeyed Question


 
검은 풍선을 입술에 대고


고갤 떨군 채 스텝을 밟네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는 음악은


비정한 내 피를 또 다시 흐르게 하네


유혈이 낭자한 밤에 타버린 살의 내음새


햇살이 선명한 낮에 달콤한 너의 살 냄새


벚꽃이 흩날릴 때에 모든 게 멈추면 좋겠네


심장이 터져 근사한 양복 얼룩지면


아무도 모르게 흐르는 강에 띄워줘


유혈이 낭자한 밤에 타버린 살의 내음새


햇살이 선명한 낮에 달콤한 너의 살 냄새


벚꽃이 흩날릴 때에 모든 게 멈추면 좋겠네


달콤한 인생 빛에 바랜 망자의 하루


당신은 기어이 아무런 대답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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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자본주의의 공포다. 이 영환.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엉성했으나,

굉장한 여.운.을 남긴다. - 아, 글로써 이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이 얼마나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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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독립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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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킹정동진영화제- 플레이 테니스

달군정동진에서의 1박2일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다들 뒤늦게 후기들을 올리시는 지라.

빡시게 놀아서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올 여름 유일하게 바다를 볼 수 있었던 기회라 매우매우 좋았다. 보고싶었던 영화들도 볼 수 있었고.

젤 궁금했었던 가리베가스는 내가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괘안았고

굉장히 잔잔했는데 제일 오래 기억나는 건 산책. 엄마로 나오는 분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우리집 칼 잘 든다고 식칼로 배추를 써는 건 아직도 생생. 근데 더욱 서프라이즈인 것은 그게 실제 감독의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오오..

핵분열가족, 호랑이 푸로젝트, 남자들의 수다는 재미있었다. 재미란 말은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ㅋ 어쨌든 나는 이렇게 약간 비틀린 영화들이 좋다.

유일한 다큐였던 희망2005-공무원노조 동해시지부의 이야기는 뭐랄까, 굉장히 따뜻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소재 자체는 슬프고 무거운데 보고 나선 따뜻한 느낌이 남아서 참 좋았다.

흡연모녀랑 돌고래.. 안녕은 어쩐지 비슷한 느낌. 근데 난 흡연모녀에 나온 엄마 역할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김윤진이랑 비슷하기도 한데, 하여튼 무지 매력적이다. 돌고래.. 안녕에 나온 꼬맹이는 올리비아 핫세를 닮아서 너무 예뻤다. 그렇게 예쁜 애는 뭘 해도 예쁘더라. 영화보는 내내 그 여자에 예쁘단 얘기만 한 거 같다. ㅋㅋ

양성평등은 짧고 굵은 재미난 아이디어의 영화였고, 플레이 테니스는 보는 내내 저거 만드느라 노가다 좀 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ㅋ

베트남처녀와 결혼하세요는 내 예상과 달리 매우 로맨스스러운 영화였고, 홍시와 종이비행기는 사실 약간 난해,, 했다. ^^;;

아쉽게도 돌 속에 갖힌 말은 보지 못했고.

 

그리고 영화 이외에도 밤 새 이어졌던 술자리와 그 밤 끝자락에 찾아갔던 바다와, 일어나서 끓여먹었던 라면과 실컷 물놀이 했던 해수욕장과 지친 몸을 이끌고가 먹었던 회와 올라오는 길 차 안에서 불러댔던 노래도, 모두모두 즐거운 추억~

 

 

이건 내가 태어나서 만들어 본 가장 큰 모래찜질ㅋㅋ


 


 



내가 카메라 잘못 열어서 빛 들어간 사진. 괴로워하는 삼권기자와 그 뒤의 배트의 손아귀가 인상적.

 

물 속 사진 퍼레이드.

 

스캔하다가 스캐너 오류나서 다 못했다.

초상권 침해 되신 분 연락주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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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는 마녀.

오늘 드디어 보았다. 그 유명한 친절한 금자씨.

사람들 말처럼 이영애 참 예뻤다.

하지만 정말 놀라웠던 것은, 이런 불편한 영화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찾아와서 거금을 내고 본다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이 700만은 들거라고 했다.

세상에, 700만명이 이 영화를 보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

어쨌든 나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유명한 영화를 봤다.



1.

복수 완결편이니, 그런 건 사실 잘 모르겠다.

금자씨가 하는 게 복수인가? 뭘 위한 복수지?

'복수'라는 것 자체의 문제겠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잖아.

누구의 말처럼, 그런다고 애가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 복수가 그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복수는 올드보이쪽이 훨씬 더 잔인했다구.

 

2.

금자씨를 주축으로 한 여성들의 연대는 굉장하다.

홍콩 느와르에나 나올 법한, 갱들의 우정 같은.

각자 나름대로 신세를 지긴 했지만, 그래도 멋졌다.

(하지만 사실 나는 '마녀' 역시 금자씨의 친절한 연대에 합세하길 기대했는데. 흑.)

 

그녀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친절한 금자씨.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날 때는 정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는데,

영화관 사람들은 웃음에 너무 인색해서 많이 웃지 않았다.

아니, 사실 웃어야 할지 심각해져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영화이긴 하다.

(예를 들어 금자씨의 말을 고대로, 심지어 감정을 실어 통역해 주는 백선생의 모습은 진짜 최고로 웃긴데도, 크게 웃을 수가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나레이션.

예전에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마법의 쿠루쿠루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나레이션과 금자씨의 나레이션이 너무 비슷하다.

목소리 톤이나 어투, 그리고 들어가는 부분까지.

난 자꾸 그 만화가 오버랩되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ㅎㅎ

찬욱씨도 그 만화를 알고 있을까?

 

 

4.

이 영화를 보면, 게임처럼 카메오를 찾아보게 되는데,

내가 찾은 사람들은 모두 넷.

앵커 역할의 강혜정,

분위기는 잡지만 띨띨한 두 킬러 송강호, 신하균,

줄넘기하는 교도소 수감녀 윤진서,

류승완 찾으려고 눈알빠지게 쳐다봤는데 실패했다. 젠장.

 

5.

이 영화의 복수가 뭔가 뒤가 심심한 것은,

백선생이 너무나 악한 존재여서인 것 같다.

(아침먹다 부인에게 하는 꼴을 보니 정말 웩. )

더욱 잔인하게 죽여줘, 라고 관객들이 원할 정도로.

(아니, 나만 그랬을지도...-_-;;)

백선생은 어떤 인간적인 모습도 없고, 아니 아예 캐릭터 자체가 없고,

그냥 나쁜 놈, 죽일 놈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는 매우 재미없어지는데,

그래도 재밌게 만들어 낸 건 찬욱씨의 내공인가 보다.

 

사실 금자씨가 백선생을 좋아하는 것일까 걱정됐다.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가 가르쳐 준대로 엎드려 심호흡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얼굴에 구멍을 내 주어서 좋았다. (아 잔인해)

 

6.

기억나는 대사들.

- 개나 소나 집에 찾아오는 거 싫다고 했잖아요!

- 주님의 사업에 잘 쓰겠습니다.

- 넌 여자가 이렇게 하면 정 떨어지니?

- 당신의 관대하지 못한 딸,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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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눈물

시사회로 당첨된 영화.

정신없고 힘든 하루였으나 쫄레쫄레 대학로로.

밥 한끼 안 먹고 하루를 보냈다고 툴툴거리니, 동행했던 언니는 자체적으로 술 다이어트를 한다며 놀렸다. -_-;; 쳇.

 

어쨌든 영화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단지 공짜 영화라는 이유로,

검은 호랑이의 눈물, 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국적은 태국, 설문지에는 코미디/액션 장르라고 써 있더라.

 

초하이퀄리티 유머를 구사하기 때문에 사실 너무 피곤한 나는 살짝 졸기도 하였으나,

사실 재미있었다.

우선 태국어나 베트남어 같은, 동남아쪽의 말이 난 좋다.

뭔가 우리랑은 소리를 내는 구조 자체가 다르단 느낌.

그리고 60년대 영화 같은 분위기에 일부러 엉성하게 만든 것 같은 ㅋ 예를 들어 엄청나게 큰 달이라던가 심각한 장면에 갑자기 날리는 꽃잎들, 연극 무대 같은 배경 등등.

게다가 너무 자기 스타일 확고한 완전 변치않는 캐릭터들도 재미나고,

사실 영화 전체의 내용은 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 참 잘 엮어놨더라.

소나기 + 로미오와 줄리엣 + 서부 갱들의 복수극 등등등

 

근데 이 영화가 개봉한다면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볼 지는 의문이긴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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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판타 마지막, 폐막작

그리그리 보고싶어해도 하나도 못 보다가,

마지막 이틀 간 영화 4편을 소화해냈다. ㅋ

폐막작은 아는 언니가 예매해줘서 히히.

단편은 핵분열 가족, 장편은 X됐다, 피트 통 이었다.

 

 

핵분열 가족

 

되게 깔끔하고 화면이 참 깨끗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 좀 끔찍하긴 하지만.

예전에 봤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라는 영화의 축소판 같았다.

커다란 가족 사진, 정말 인상적이다.

 

사실 영화보다 감독들이 더 좋았다. ㅎㅎ

 

 

X됐다, 피트통

 

제목과는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약간 난감데쓰.

굉장히 휴머니즘스럽다가도 쇼비즈의 잔혹함을 막 보여주기도 하고,

엿튼 음악 덕분에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영화.

나도 디제이가 믹싱한 신나는 클럽 음악 좋아한단 말야~ 흣.

막 춤추고 싶어졌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실제 주인공이 궁금해.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 몸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 부러웠거든.

 

 

+) 오늘 사실 레알 폐막 파티 무지 가고 싶었다.

늘 허리우드 극장 갈 때마다 궁금했던 1,2,3 캬바레, 거기 나도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갈 수 있을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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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판타 두 번째.


 

+) 이벤트로 찍어주던 사진, 최대한 호러스타일로 찍으려 한 건데. 찍어주던 언니가 정말 이 사진으로 뽑을 거냐고 자꾸 물어봤다. ㅋㅋ

 

주먹이 운다를 보다가, 아니 보기 전에, 나는 놀랍게도 깜짝 상영작의 당첨자가 되었다!

영화 관객 중에 다섯 명을 추첨해서 티켓을 주는데,

나는 마지막 다섯 번째 당첨자가 된 거다. ㅋ

다들 조용히 나가서 티켓 받는데 나 혼자 막 소리지르고 무슨 상 받는 애처럼 날뛰어댔다.

부끄러워도 정말 신났다. ㅎㅎ

영화보기 전에도 이 티켓은 팔지도 않는다고, 나 너무 보고 싶은데 하며 툴툴거렸었거든.

 

어쨌든 그리그리 하여 보게 된 영화는 '시계태엽 오렌지'

사실 이 영화, 비디오로 가지고 있다.

사실 내 것이 아니라, 아는 선배 건데, 내가 5년째 안 돌려주고 있는 거다. ㅎ

화질이 워낙 안 좋아서 거시기했는데, 역시 큰 화면에, 여러 사람이랑 같이 보니 좋드라.

몸이 완전 열나고, 목도 붓고 이런데다가 일산에서 가는데 차 막히고 영화 시작 1분 전에 도착하는 등 생쇼를 해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2시간도 넘는 영화를 자~알 버티고 봤다. 나도 나에게 놀랄 정도로 말이지. 훗.

 

시작 전에 김홍준 감독이 예전에는 이 영화를 무삭제로 틀 수 있느냐 없느냐로 그 나라의 표현의 자유를 따지곤 했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이제는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요즘엔 너무 오바하는 영화들이 많아서...

그래도 좋았다. 이런 식의 유머, 연극 같은 대사와 표정이 좋다, 나는.

디비디 나오믄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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