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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7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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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2/03
    놀라운 아이맥스의 세계. - 폴라 익스프레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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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2/01
    2005 Rory's book clu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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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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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1/20
    태릉선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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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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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5/12/20
    두 개의 판타지 영화, 그리고 일상의 판타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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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11/11
    잘가라, 서커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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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11/11
    신 기생뎐
    새삼
  10. 2005/11/10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2)
    새삼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

나의 새해 결심 중 하나는,

종류를 막론하고,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겠다는 것.

덕분에 다섯 권 읽었다.

달려라 아비,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떨림,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 이다.

이유없이 우울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떡하니 써 있길래,

지하철 심심풀이용으로 들고 나왔는데, ㅋㅋ 재밌지 모야~.

그래서 이 늦은 시간에 잠도 안 자고 이런 소개글을 올려본다.

 

블래키는 우울증에 걸린 검은 개인데,

나와 비슷한 증상들을 많이 앓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해피는 그와 반대로 매우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캐릭터.

블래키는 주로 이런 식이다.


나도 나를 정말, 정말, 못 미더워 한다. 으흑.

내가 젤 많이 꾸는 꿈은, 도망다니거나, 혹은 내가 뭘 못한다고 다른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엿듣는 꿈이다. ㅋㅋ (마치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하는 A형의 행태와 비슷하다.)

 




나도 은근히 저 걱정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눈치도 많이 보고.. 고치고 싶은 것 중 하나!

 

 


이것이야 말로 정말 A형스러운 나의 모습. ㅠ.ㅠ

 

이 외에도 몇 개가 더 있는데, 스캔 귀찮아서 대략 줄임.

여하튼 해피가 되고 싶으나 블래키에 머무르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좀 슬펐다. 흑.

 

그리고, 우울증에 걸리면, 늘,


또,

 


이렇게 되어 버린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량을 조절하기가 너무 어려워.

 

어쨌든 뒤에 짧지만 탈출기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거다.

자기 자신이 예뻐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예뻐하지 않는다나.

그래서 난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자만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살기로 했다.

그래, 까짓 거 내가 사는 건데 남들이 뭐라든...

아 그러면서도 또 은근 걱정하고 있는 스몰 마인드의 소유자.

 

그래도 책 덕분에 소외된 왼 발을 한 보 앞으로~(요즘 랩에 심취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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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아이맥스의 세계. - 폴라 익스프레스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고 질질 짰다던 한 친구는

작년부터 계속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졸라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강요했다.;; 이런 영화는 꼭 봐줘야 한다나.

어찌하다보니 그 영화는 아이맥스로 재개봉을 했고,

그 아이는 도대체 이 영화를 왜 14000원이나 내고 봐야 하냐고 투덜대는 친구들을 이끌고 온갖 욕을 먹어가며 끝끝내 이 영화를 보여주고 말았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다가 더이상 이런류의 감동휴먼스토리 애니메이션이 재미없어진 나는 계속 궁시렁거렸지만,

어쨌든 굉장하긴 했다. 가죽옷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영화 속의 지겨운 진리는 아이들에게 산타를 믿게 했을 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삐뚤어먹은 나같은 덜 큰 아이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켰다. 보이지 않는 지배계급의 압박 같은 거? ㅋㅋ

 

 



날 놀라게 한 건 바로 아이맥스 영화관이었다.

오오오 정말 기차가 내 코 앞에서 슨다!!

부끄럽게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이다, 부딪힐까봐. ㅋㅋ


 

촌년처럼 오오오- 를 연발하며 영화를 봤는데,

보고 나니까 좀 어지러웠다.

사이드에 앉아있어서 그런지 좀 화면이 겹쳐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신기한 경험!

 

+) 이거 보면서 내가 다 오금이 저렸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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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Rory's book club

달군님의 을 읽고 나도 읽은 책들을 좀 정리해 보려고 했었는데

당최 기억이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가

너무 배부른 김에 그냥 기억나는 것만 메모해 둔다.

멋진 리뷰도 곁들인다면 좋겠지만

우선은 기록.

오래 된 건 정말 기억나지 않아~ 으흑.

기억해 내면서 알게 된 건 나 참 작년에 책 안 읽었다는 거다. ㅋㅋ

 

1월

지중해 문화 기행

 

2월

바늘

다섯번째 아이

 

3월

회색 영혼

미애와 루이 가족 4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4월

 

5월

유혹의 심리학

 

6월

쨍한 사랑 노래

나 이뻐?

 

7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8월

공주님

달의 제단

 

9월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독살

청춘가를 불러요

 

10월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들돼지를 프로듀스

배드 마마 자마

꽃게 무덤

to cats

 

11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신 기생뎐

잘가라, 서커스

 

12월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2006년

달려라 아비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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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Brothers


 

정말 귀여웠어. 호랑이들. 우리 또또를 연상시키는 귀염둥이들.

나는 잠깐 울고, 호랑이들에 계속 감탄하고, 영화 속의 편견들에 몸서리쳤지만,

그래도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 건 사랑스런 호랑이들이었으니, 나에겐 성공한 영화.

 

태어나서 처음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베어였다.

꿀 덩어리를 잡고 죽어가는 엄마 곰과 그를 지켜보던 새끼 곰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헐리웃식으로 동물에게 영어 나레이션 따위 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해 낸다는 건, 굉장한 거니까.

 

그래도 백인들의 이상한 지배 논리와 동물 우위에 인간이 있다는 논리는 버거웠어.




날 울렸던 장면

 

 


겁이 많은 건 정말 또또 같았어.

 

 


꺄아~ 너무너무 귀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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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니가 있어서 강해질 수 있었던 거야...

니가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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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y.

내가 올 들어 바꾼 닉넴인 Rory.

사실 난 내 본명을 너무 좋아해서,

닉네임을 오래 사용한 적이 별로 없다. 별명도 오래 불린 게 없고, 그래서 예전에 하이텔 뭐 그런 거 할 때도 맨날 이름 바꾸고, 까페에서도 홈페이지를 할 때도 맨날 이름 바꿨다. 그래서 난 닉네임으로 불려본 적이 거의 없다. ㅋ

그 전에 사용하던 icecat은 울 집서 우리가 모시는 곤냥이님이신 우리 또또의 성격을 빗대어 만든 거였다. 혹자는 냉동고양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나...ㅋ

그리고 모리, 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여하튼 Rory는 일종의, 나의 이데아 같은 거다. ㅋ

저 옆에 빨간 풍선이 날아가는 데 밑에 서 있는 잘 안 보이는 계집애가 로리다.

그리고 쫌 더 예쁜 사진을 보여주자면...




 

사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진도 있지만.

요 녀자의 본명은 알렉시스 브레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그녀가 맡은 캐릭터인 로리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길모어 걸스'라는 드라마에, 길모어 쥬니어로 나오는 로리.

난 이 드라마를 사랑한다. 진심이다.

그래서 사실 간단히 내용 요약 같은 거도 하기 싫도 모두에게 꼭 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간략히 소개하자면,

16세에 아이를 갖게 된 로렐라이 길모어가 32세가 되어 16세의 딸인 로리와 생활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해서, 로리의 성장 및 그들이 살아가는 스타즈 할로우 마을의 모습, 그리고 각종 러브러브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런 거란 말씀.

이것만 보고는 전혀 매혹적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보고 나면 반할 수밖에. 대사가 정말 최고최고, 로렐라이랑 로리는 모두 너무 사랑스런 캐릭터다.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에밀리(로렐라이의 엄마)- 로렐라이 -로리로 이어지는 3대 모녀의 모습이 우리 외할머니와 엄마와 나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와 난 같이 길모어 걸스를 보며 실컷 웃는다.

그리고 난 나를 로리 같이 낳아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곤 한다.

그녀는 너무 똑똑하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심지어 예일에도 들어간단 말이지...

그래서 난 당분간 그녀의 이름을 빌려 살아볼까 한다.

그만큼 삶에 열성적이고 도전적이고 또 귀엽고 예뻐지고 싶어서. ㅋㅋㅋ

 

길모어 걸스에 관한 얘기는 앞으로 차차 더 해야겠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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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판타지 영화, 그리고 일상의 판타지.

최근에 본 영화들은 많은데,

또 이렇게 저렇게 써 놓고 싶은 얘기들도 많은데.

제대로 정리를 못했다.

어디 글을 하나 써 줘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부랴부랴 한밤중에 썼다.

좀 더 재미나게 쓰고 싶었는데... 아 요즘은 벽에 너무 빨리 부딪친다.

 

 



겨울, 크리스마스, 연말. 이 맘때가 되면 티비 속에서는 갑자기 어려운 이웃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위한 성금 모으기가 진행된다. 좋은 일이고, 아름다운 손길임에는 분명하지만 언제나 이 시기에만 세상 속에 사랑이 가득한 걸 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고, 따뜻한 손길도 언제나 내밀 수 있는 것일 텐데, 연말이 되면 다들 1년을 엉망으로 보낸 것을 반성하려는 것인지 모두들 착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이 갑자기 따뜻하게 변해버리는 것도 일종의 판타지가 아닐까.


쓸데없는 빈정거림으로 얘기를 시작한 건, 얼마 전에 보았던 두 편의 판타지 영화 때문이다. 판타지 영화는 겨울에 강세인 건지, 올 겨울만 해도 해리포터를 시작으로 나니아 연대기, 킹콩 등등 많은 판타지 영화들이 극장에 걸려있었다. 나는 그 중에 한 편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게 됐다. 딱히 책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영화를 재밌게 본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해리포터 시리즈는 매번 보게 됐다. 그리고 덧붙여 얘기하자면 이번에 나온 ‘불의 잔’은 내가 본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로 재미난 영화였다.

또 한 편의 판타지 영화는 ‘아빠가 필요해’라는 독립 애니메이션이다. 길이도 10분 정도이고, 투박한 목소리가 등장하는, 해리포터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화였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좋았다.

이 두 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건, 어떤 것이 정말 ‘판타지’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해리포터는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였다. 두 시간이 넘도록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영화는 끊임없이 마법세계의 화려함을 보여주었다. 설명적이었던 지난 시리즈에 비해, 부쩍 커 버린 아이들은 미묘하게 심리를 드러낼 줄 알았다. 이야기는 풍부해졌고, 볼거리는 늘어났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뒷맛이 영 씁쓸했다. 상상 속에서 그려진 마법 세계에서조차 여성들은 현실 세상 속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세계의 꽤나 큰 마법 겨루기대회의 3대 챔피언 중 유일한 여성인 플뢰르는, 몸에 딱 붙는 의상을 입고 고고하게 걸어다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자신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동생을 대신 구해준 해리포터, 혹은 친구인 론에게 키스로 보답을 해 줄 뿐이었다. 일상을 그린다는 드라마나, 환상의 세계를 엿보게 해 준다는 이 영화나, 여성에 대한 굳어진 생각은 그대로였다.

‘아빠가 필요해’는 오히려 그와 반대였다. ‘아빠가 필요해’의 주인공인 늑대는 미아자키 하야오의 영화 속에 나올법한 시골의 한 한적한 동네에서 글을 쓰는, 최근에 등단한 작가다. 그리고 어느 날, 처음보는 여자가 찾아와서는 당신이 아빠라며 6살 짜리 영희를 남겨두고, 멋진 주먹 한 방을 그에게 날리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두 명의 여자가 더 찾아와 각각 토끼와 바다거북을 늑대에게 남기고, 역시 멋진 킥을 날리고 사라진다. 결국 늑대와 영희와 토끼와 바다거북, 그리고 늑대가 산에 올라가 잡아왔던,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사슴의 이상한 가족이 만들어지고, 늑대는 영희를 위해 예전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아빠가 필요해’는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을 보여줬다. 예쁜 여자의 공중 킥이나 채식 요리만 만들어주는 사슴, 그리고 색다른 형태의 가족까지. 이 영화를 보면서 판타지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엄청난 스케일에 멋진 볼거리들도 좋지만, 진정한 판타지라는 건, 이렇게 정말 다른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하고.


하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해리포터를 보러 대한극장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같이 보기로 한 친구가 좀 늦어서 먼저 티켓을 끊고 기다리려고 매표소로 내려갔는데, 한쪽 구석에 예매 티켓을 찾는 무인 발권기가 몇 개 있었다. 그 쪽이 줄도 없고 한산하길래 그 앞으로 가서 티켓을 뽑고 있었다. 그 기계는 먼저 어느 사이트에서 예매를 했는지 선택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누르면 기계에서 지하철 티켓나오듯 영화표가 나오는 것이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누르고 있는 중에 옆 기계에 한 노부부가 나타났다. -노부부 말고 더 멋진 표현이 있으면 좋겠다. 여하튼- 머리가 하얗게 세신 두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란히 서서는 그 기계에서 예매한 티켓을 찾으시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이것저것 살피시며 화면을 누르자 할머니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주민등록번호를 틀리게 누르자, 늙으니 이 것도 잘 못하네, 하면서 호호 웃으시다가 열심히 번호 누르는 걸 도와주셨다. 난 그 광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더 날 놀라게 했던 건 기계가 뱉어낸 영화 티켓! 영화 제목은 바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 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일상의 판타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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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서커스

난 천운영이 참 좋다. 좋다는 것에는 많은 뜻이 있는데, 부럽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내가 반했던 것은 '바늘'에 실려있던 한 단편인데, 그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써야지. 생각할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소설이었다. 어쨌든 잘가라 서커스도 나는 좋았다. 특히 림해화를 포함한 조선족 여인들이 자신의 남성을 부르는 '나그네'라는 표현이나, '귀맛 좋은 말' 같은 북쪽 사투리가. p5 서커스는 위험을 내포한다. 지독한 훈련을 통해 육체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서커스다. 그러니 서커스에서 얻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측은함이다. p23 다짐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그래도 내 몸을 관통해 사라졌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통만이 남았다. 바람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마음은 바삭 마른 이파리들처럼 바스락거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p54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면 잔잔해지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불가해 한 밤이었다. p57 봄에 처음 본 나비가 흰색이라면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리운 사람.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누르고 지나갔다. p77 두려움은 높이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부터 온다. 나는 어떤 높이에도 동요하지 않는 단단하고 차가운 심장을 가졌다. p85 여자의 눈은 단도라도 품은 듯 날카로웠다. 여자의 눈 속에 든 단도는 내 심장을 겨냥하고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짧고 강렬한 상처에 피가 솟구치고 심장이 멎었다. 엄마가 죽어가는 동안, 나 또한 그렇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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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생뎐

역시, 꽤나 좋았던 소설. 나이를 먹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의 이치들을 조금 엿본 기분이 들었다. p10 김천댁이 소쿠리를 까불때 마다 사스랑사스랑, 조개껍질이 서로 부딪치며 쓸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쿠리 밑바닥으론 재첩 알맹이가 소복하게 떨어진다. p12 기방에서는 음식과 기생이 동격이다, 맛도 좋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손님의 눈과 귀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다. p23 실지 따지고보면 일 중에 질로 거칠고 고된 것이 부엌일이여. 남들은 몸에 밧줄을 감고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게 훨씬 힘들다고 말할랑가 모르지만 그건 척 보면 힘든 표시라도 나제. 이건 허리가 부서지도록 일해봤자 벨 표시도 나지 않고 아주 사람만 잡는당께. 한 고비 넘고 또 한 고비를 숨이 턱에 차게 넘다보면 평지도 나오고 지름길도 보이고 허는 맛에 힘든 건 잊어뿔고 다시 손을 놀리게 되는 기 이일이기도 허지만 말이여. p39 늙음의 끝은 완전한 소멸이었다. 적요한 소멸의 늪에 빠지기 전까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거슬러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세모진 눈을 한층 날카로이 벼려 세상을 바로 보고 부단히 손을 놀려 손맛을 잃지 않는 길, 내리막길로 치닫지 않고 더딕 가는 길은 그 길 뿐이라는 걸 타박네는 안다. 누가 타박네에게 강단이 있다고 했던가. 단 한 순간도 그녀는 고단하지 않은 적이 없다. p40 나도 너처럼 무언가에 환장을 해 보고 싶다. 환장한 순간만은 구름에 발을 디딘 듯 물살에 몸이 실린 듯 그리 살아지는 게 아니더냐. 잠시라도 그 무게를 잊는 것이 아니겠느냐. 폭폭한 이 생을 단 일초라도 좋으니 내 것이 아닌 양 아무도 모르개 땅바닥에 살짝 부려놓을 수만 있다면. p80 어머니는 꿈과 희망과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관해 말하는 대신 무섭고 오싹한 것들을 일찍부터 주입시킴으로써 네 딸들이 인생에 대해 더이상 놀라는 일이 없도록 미리 방비하셨다. p144 능소화는 정말로 사람의 눈을 멀게하는 독을 꽃잎에 숨기고 있다네. 옛말 못 들었는가. 능소화의 꽃가루가 들어가면 눈이 멀게 된다는 말. p156 이 사람아, 땅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리얼리티가 심각학 결여될 때에만 사랑은그 이름값으로 간신히 아름답네. 자네도 아다시피 사랑은 시작이 퍽이나 중요하다네.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가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결정지어진다네. 그러하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셈이네. 놓쳐버린 꼴이지. 오마담의 손님으로 당당하게 부용각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네. 능소화의 주홍빛에 홀린 것이 문제였네. 그것은 문제였네. 그것은 덫이었네. 내 사랑은 시작부터 그렇게 혹독했네. p162 소리란 입에서 나오는 즉시 흩어져버려 붙잡아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태가 잇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것처럼 사람을 애닯게 하는 것이 없다고. 내 사랑이 그러했네. 흐르는 물을 손으로 움켜잡는 것처럼. 바라는 볼 수 있으되 가까이에서 매만질 수 없는 꽃처럼. p164 능소화와 대숲 사이에서 보낸 한 생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네. 거기에 하늘도 들이고 바람도 들이고 심심찮게 폭풍우도 불러들였으니 그만하면 한세상 잘 품다 가는 것 아니겠나.안 그런가, 이 사람아. p190 우리가 말하는 운명은 기대와 노력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우연하게 형성되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니? 우리같은 인간을 옴쭉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운명이라는 것이 실은 튼튼한 고리와 고리로 빈틈없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의견에 의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수 있게끔 느슨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p208 육갑허네. 지지 않는 것은 꽃도 아니여. 질 줄 알아야 꽃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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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빌려주기 전에 메모. 최근에 읽은 책들은 실패가 없다. 이 책을 읽은 내 친구 한 명은, 호어스트처럼 여유롭게 사는 것이 부럽다했으나, 나는 호어스트에게 너무나 공감을 느끼며 내 삶을 반성? 하고 말았다는.. ㅋㅋ 하지만 그런 자신의 삶을 너무 자신감 있게 바라보는 호어스트 조아~ 이힛 * 소파에 앉아 할 일을 적은 목록을 멍하니 바라본다. 오늘 안에 이 일들을 모두 해치우려고 일부러 8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쌓인 일을 바로 시작하는 대신 쪽지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 (중략)....쪽지에는 신이나서 할 만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일들을 하지 않으려고,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벌써 세시간째 이러고 있다. 이러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좀 명분이 선다. 어쨌는 나는 지금 뭔가 하고 있지 않은가? *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열 가지 심리 트릭!!!' .....(중략)....... '목표를 한 문장으로 요약, 가슴 깊이 새겨라. 문득 의욕이 사라지는 위험한 순간마다 크게 열 번씩 외쳐라.' 월요일 아침 9시. 자명종이 울린다. 상쾌한 아침! 눈꺼풀이 가볍다. 그러나 부엌창문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일어나기가 두렵다. 몸이 축 늘어지면서 기운이 빠진다. 구호를 열 번 외쳐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행복과 성공적인 인생을 원한다. 아무튼 좀 더 정돈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다. 너무 많이 빈둥거리지도 말아야겠다." 이 말을 일곱번째 반복하다가 나는 그만 잠들고 만다. 구호를 외치다가 지쳐버린 탓이다. * 나라는 사람은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에 할 일을 적은 쪽지를 붙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쪽지들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 수가 늘면서 점점 내 신경을 죄어 온다. 지금도 줄잡아 60-70개가 곳곳에 붙어있다. '호어스트! 제발 세무신고 좀 해! 어서, 제발, 당장!!!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 질질 끌지만 말고 할일은 좀 하면서 살자고, 이 화상아!..............(후략)' * ... 절대절명의 순간 게으름이 내 목숨을 구한다. 이 경험은 우리 같은 무력한, 나태한 씨들을 차마 눈뜨고 못 보는 이 시대의 지나치게 활동적인 사람들이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적시에 구사하는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이다. * ... 우체국이란 데가 원래 인생이 선사하는 온갖 즐거움을 결코 스쳐보내지 않는 곳이잖던가. * .. 얼마 전 나는 '줄긋기' 실험에 착수했다. 새 연필심이 완전히 닳아 없어질때까지 종이에 정확히 몇 개의 선을 그을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게 이 실험의 목표다. ...(중략)... 17239째 선을 막 내리긋는데 느닷없이 내 안의 소리가 석연치 않은 혐의를 추궁하는 교신을 보내온다. "어이 호어스트, 자네, 왠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참! 그런가? 하지만 그럼 안 되나? 어차피 내 시간인데." * 저항없이 무의미하게 이 사회에서 시간을 죽이는 노인,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까? 아니면 늙어서도 지금처럼 온종일 너끈히 창밖을 내다볼 만큼 팔팔한 정력을 유지하게 될까? 어쩌면 내가 저 노인이 있는 바로 저 양로원 창가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여기 내 집에 젊은 여자가 살고 있다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 그것은 노년의 장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보다 젊은 여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니 말이다. 이 얼마나 긍정적인 결말인가! --- 찾아보기 중에서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우리 두 사람은 자주 혼동됨. 그 자가 그 사이 몸이 좀 불었나? * 미국 : 설명할 방법이 없음 * 응급실 : 여기까지 갔다면 이미 큰 일을 해낸 것 * 천국의 문 : 전설의 명소, 아직 발견되지 않음. 아틀란티스 비슷하나 보물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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