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시간 뒤면, 지리산을 오르고 있을 걸.

짐은 15리터도 안챙긴 것 같다. 지난 번 데인 기억 때문에 마구 줄였다.

밥은 그냥 햇반 찬 걸로 먹을 거다. 코벨 버너 그런 거 너무 무거워..

침낭도 무거워서 슬리핑백 얇은거에 비닐만 챙겼다.

비닐 두장 챙겼으니 어지건히 춥지 않고선 안 얼어죽을거야.

반찬도 필요없다. 김 부스러기 조금만 챙겼다.

이렇게 다 빼는데도 책에 대한 욕심은 어찌할 수가 없다.

 

2.

모처의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서울대 병원 노동자들에게 듣던 거나, 고대병원 노동자들에게 듣던거나, 얘기가 다르질 않다.

이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세상의 진실이 같잖아져서.

 

3.

밤늦게까지 기사를 쓰고 있었다.

천막농성장의 추석나기 인터뷰기사였다.

생각처럼 인터뷰가 따지지도 않았고, 생각처럼 글이 엮어지지도 않아서 쓰는 데 오래걸렸다.

나온 글도 맘에 들지 않아 계속 눈싸움만 하다, 기권하고 집에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농성장이 침탈당했다는 연락이 왔다.

허둥지둥 가보니, 전날 밤 늦게 침탈당했다한다.

내가 끙끙대며 기사를 쓰고 있었을 시간이다.

농성장이 없어진 마당에, '천막에서 추석나기'라니.

기사 쓸 시간에 농성장에나 와 있을 것을.

어쨋든 기사는 때늦었지만 올리긴 올렸다. 쩝.

 

4.

농성장에 문정현 신부님이 오셨다.

지금 떠올려보면, 다 같이 왜소하다.

난장이들끼리 기대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