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진중공업에 다녀왔다.

 

사다리를 타고, 공장 담벼락을 넘어, 정문으로 달려가, 용역깡패들을 밀어내고,

1박 2일, 공장은 해방구였다. 김진숙씨 표현대로, 혁명전야.

 

사회운동의 이정표가 되리라 싶다.

지역과 직종을 넘어서는 연대.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라서가 아니라 수평적인 제안과 참여에 따른 연대.

숫적으로도 민주노총에서 지침 때린다 해서 천 단위 전국집회 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이렇게 모인 이들이 공장 담벼락을 넘었다는 데 있다.

넘었다는 그 사실보다, 어떻게든 넘었으리라는 데 있다.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대중 속으로 후퇴해 버린 운동과 그 반경향으로 현장을 외치다 종국엔 현장에 같혀 버린 운동. 이렇게 민주노총을 이야기하면 억울해 하려나? 어쨋든 어느 쪽도 공장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안에서 밖으로도, 밖에서 안으로도.

 

대중이데올로기를 직접 파고들고, 그 균열 속에서 형성되는 운동을 사회운동이라고 부르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밀물 밀려들 듯 모였다 흩어지는 운동을 사회운동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 그 균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짧았지만, `1박 2일 공장 노숙 투쟁은 그런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한 번도 마이크를 넘기지 않았고, 이 전선을 후퇴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론, 아직은 모른다. 이 1박 2일 희망버스가 이대로 끝난다면, 하나의 이벤트로 남을 뿐이다. 다만 이 희망버스가 언제든지 다시 조직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돌아왔다.

 

잘은 모르지만 희망버스가 어제 공장에 들어간 것과 유사한 예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이 떠올랐다. 전노협 선봉대가 원천봉쇄를 뚫고 물과 식량을 고공농성단에 전달했을 때, 그 위에 있던 이들은 내려가면 다른 건 몰라도 전노협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골리앗투쟁과는 투쟁의 결의와 강도가 또 달랐겠지만, 희망버스가 전노협 선봉대와 같은 효과를 남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나를 버리며 연대하는 운동. 그것이 복원되어야 하고, 그것만이 살길이다.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6월 12일 새벽 http://www.youtube.com/watch?v=Nwloxtf7k8Q

6월 12일 오후 http://www.youtube.com/watch?v=z1RC3CBnG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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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정문에 있던 용역깡패들과, 그들을 밖으로 몰아내고 정문을 탈환한 희망버스 참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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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로 장식한 85호 크레인

 

밀물 밀려들 듯 다 흩어지는 운동을 사회운동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 
밀물 밀려들 듯 모였다 흩어지는 운동을 사회운동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