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독립영화에 대한 단상

 

<단편영화산책>                                             방송영상 20041235 도유리


독립영화에 대한 단상



  독립영화란 무엇일까, 에 대한 대답은 비록 그것이 내 개인적인 정의라 할지라도,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라는 걸 이번 기회에 또렷이 깨달았다. 독립영화에 대한 정리를 하자면 먼저 ‘독립’ 이라는 말부터 정의 내려야 할진대, 우리가 흔히 쓰는 독립이라는 단어는 독립영화의 그것과는 꽤나 먼 거리에 있다는 확신을 지울 수 없는 탓이다. 이 지경쯤 되고 보니, 도대체 누가 독립영화에 최초로 독립영화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그 사람은 어쩌다가 그 말을 떠올렸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피어난다.


  아주 진부한 추측을 해보자면, 최초의 그 작명가는 독립영화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있는’ 영화라는 의미를 담아 그 이름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독립영화가 가진 특징들은 많지만, 그 모든 특징들을 한 번에 표현해낼 수 있는 단어를 찾기는 힘들었을 테니까. 아무튼 그 이름이 태어나던 시기에는 아마 그것이 명확하고도 현실적인 근거를 가진 이름이었을 테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고 멀고 까마득하긴 하지만, 독립영화라는 이름이 탄생하던 그 때보다는 그래도 독립영화에 대한 위상이 많이 높아진 지금, 독립영화에 상업성 짙은 자본이 전혀 침투해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것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작가의 태도 문제일까. 그런 맥락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독립영화란, (상업영화와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대신,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과 그 배경이 되는 이 사회에 천착해있는 영화라고. (이쯤에서 ‘천착(穿鑿)’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보니,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 이라고 한다. 정확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다큐멘터리이건 극영화건 간에 상업영화보다는 좀 더 진지한 태도를 품고 있으며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니까. 상업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거나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이고 또 심각한 왜곡이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단상’을 표현해보라는 과제를 받고서 이상하게도 독립영화의 ‘정의’를 강박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나로서는 이 단순하고도 진부한 답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진다. 막연하던 그 무엇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본 것은 아주 오랜만인 탓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