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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한척도'가 뭐길래..

‘세계 여성의날 102주년’을 맞아 여성권한척도(GEM)가 다시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GEM은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국가별로 여성의 정치·경제활동과 정책과정에서의 참여도를 측정하여 고위직에서의 남녀평등정도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UNDP이 최근 발간한 ‘2009 인간개발보고서’는 한국의 GEM을 조사대상 109개국 가운데 61위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의 경제력 순위가 세계 15위권인데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보수·수구세력은 물론 주류 진보진영 또한 ‘성주류화 전략’을 기조로 똑같은 목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인 여성국회의원 비율에서 한국은 전체 평균(18.8%)보다 낮은 14.7%로 187개국 중 81위로 나타나는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원을 20%로 높이면 GEM을 109개국 가운데 51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성평등지수 개선 모의실험 결과를 대안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은 당연히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모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발상은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여져도 괜찮은 것일까. 즉 이미 정당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할당제’를 포함하여 여성국회의원, 여성지자체의원, 전문직여성인사들의 수가 증가하면 이 땅의 여성노동자민중들의 삶의 질이 그만큼 향상되는 것일까? 그리고, 여성의 삶과 남성 그리고 성소수자의 삶은 분리사고가 가능한 것일까?

마침, 지난 3월 9일 인도에서 전국의회 및 주의회 의석의 33%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가 상원에서 통과됐는데 그 과정이 시사하는 바 크다. 애초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통과시키려던 정부 발의 ‘여성 의석 할당법안’을 두고 소수민족, 이슬람, 하층카스트에 기반을 둔 소수정당과 사회당 출신 의원들은 저항했지만 끝내 강행처리됐다고 한다. 표면적인 ‘여권(女權) 신장’ 슬로건과는 달리 이 법안이 부유한 상층 카스트들의 세습에 이용된다는 점과 하층 카스트 출신에 대한 의석 할당이 없다는 점이 반대진영의 문제제기였다.

유엔에서 여성권한척도(GEM)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기준이 나오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진 ‘여성주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남성을 철저하게 분리 사고하는 이론인 ‘급진적 여성주의’는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를 불문하고 세계 여성을 마치 단일한 집단처럼 상정함으로써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고 급기야 모든 성性들의 계급·계층적 모순 해결을 지향하는 사회변혁운동에 가공할 재앙을 불러왔다.  

사실 어떤 사안에 대해 보수·수구세력과 진보진영이 같은 견해를 갖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체불명의 무수한 ‘여성주의’에 관해 공통적으로 친밀도 높은 입장을 견지하거나 혹은 비겁하게 침묵함으로써, 마치 부르주아 정치권력이 스포츠·연예계를 이용해 철지난 ‘국가주의’로 인기몰이를 하듯 노동자민중들의 눈을 가리는데 치명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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