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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_강산제 심청가 사설

 

[20250102_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pdf (238.75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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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 도서관은 희망 도서 신청이 안 되겠지만, 혹시 대학 도서관에 가능하시다면 희망 도서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돌민 올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765136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8026912&start=slayer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637833

 

https://bookk.co.kr/bookStore/67a19e7bf3250118b23851c3

 

 이 책은 (모흥갑 -) 박유전 - 정재근 - 정응민 - 성우향으로 이어진 심청가(沈淸歌)를 주해(註解)한 것이다. 이 책의 주해는, 『심청전 전집』 1~12권(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에서 150여 년 전부터의 사설을 두루 발췌독 하며 그 문맥에 기초해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여 년 전 유성기 음반의 복각 녹음에 실증적으로 기초하기도 했다. 끝으로,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누리집(ctext.org)과 한국 고전종합 DB 누리집(db.itkc.or.kr)과 각종 백과사전과 어학 사전 등에서 총체적으로 용례를 검증하기도 했다.

 물론 본문 자체는 정응민의 ‘창본(소리책)’, 성우향의 사설과 녹음과 영상에 기초했다. 특히, 성우향의 영상인 『완창 판소리 – 심청가』(송원조·정화영 북,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2001)와 성우향의 1977년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감상회’ 연속 공연 녹음인 『성우향 심청가』(김명환·김동준 북, 지구레코드, 1998)에 기초했다.

 참고로, 정응민의 창본은 정회석·조정희가 탈초(脫草) 하고 배연형이 감수한 「<부록 2> 정응민 <심청가> 창본 (1935)」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자료는 정회석의 「정응민 가계 <수궁가>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양상」(한양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한양대학교, 2014)에 실린 것으로, 『정응민 가계 보성소리 창본 1 – 심청가』(정회석 엮고 지음, 여유당, 2023)에 재수록되었다. 정응민의 창본 자료가 탈초 되어 있음을 알려주신 은인은 배연형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장님이시다. 배연형 연구소장님의 전자 우편을 알려주신 은인은 비가비 이규호 선생님이시다. 애초에, 이규호 선생님을 처음 소개해 주셨던 은인은 손태도 교수님이셨다.

 한편, 구할 수 없는 녹음 자료는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님과 ‘정창관의 국악음반세계’ 정창관 대표님의 은혜 덕분에 들을 수 있었다. 김문성 국악 평론가님과 이강직 선생님의 따듯한 배려에 대해, 『당시별재집』 1~6권(심덕잠 엮음, 서성 옮김, 소명출판, 2013)과 『조선 사람이 좋아한 당시』(이종묵 평역, 민음사, 2022)와 『심청전 전집』 1~12권 등의 논저에 대해, 벗의 우정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초고를 집필해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공편)라는 책에 무상으로 실었었으나, 적지 않은 부분을 개고해 이 책으로 냄을 밝힌다. 끝으로, 참고 문헌을 각주로 대신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2025년 2월 4일 화요일에
인천 율목 도서관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250219_강산제 심청가(沈淸歌) 사설
 편(編)한 『읽는 판소리, 주해(註解) 강산제 심청가(沈淸歌)』(부크크, 2025)의 본문 부분만이지만, 좀 더 다듬은 것입니다. dolmin98@naver.com

 

1. 탄생 …… 1쪽

2. 심청 …… 7쪽

3. 용궁 …… 14쪽

4. 개안 …… 19쪽

 

1. 탄생

 

[아니리]

송나라 원풍(元豊) 말년(末年)에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였다. 누대(累代) 명문거족(名門巨族)으로 명성(名聲)이 자자(藉藉)터니 가운(家運)이 불행(不幸)허여 이십(二十) 후(後) 안맹(眼盲)허니 낙수(洛水) 청운(靑雲)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一家親戚)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오.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郭氏) 부인이 있난디, 또한 현철(賢哲)하사 주남(周南) 소남(召南) 관저시(關雎詩)를 못 하는 것 전이 없고 백집사가감(百執事可堪)이라 곽씨 부인이 하루난 삯을 받고 품을 팔 제,

 

[단중모리]

삯바느질 관대(冠帶) 도복(道服) 행의(行衣) 창의(氅衣) 직령(直領)이며, 섭수(袖) 쾌자(快子) 중추막과 남녀(男女) 의복(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갓금질과 외올뜨기 꾀담이며 고두 누비 솔 오리기 망건 뀌매기 갓끈 접기 배자(褙子) 토시 버선 행전(行纏) 포대 허리띠 다님 줌치 쌈지 약낭(藥囊) 필낭(筆囊) 휘양 볼끼 복건(幅巾) 풍차(風遮)이며, 처네 주의(周衣) 갖은 금침(衾枕) 베갯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기리기, 궁초(宮綃) 공단(貢緞) 수주(水紬) 선주(線紬) 낭릉(浪綾) 갑사(甲紗)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 표주(表紬) 명주(明紬) 생초(生綃) 통견(通絹) 조포(造布) 북포(北布) 황저포(黃苧布) 춘포(春布) 문포(門布) 계추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맡아 짜기, 청황(靑黃) 적백(赤白) 침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다 염색(染色)허기, 초상(初喪)난 집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婚葬大事) 음식(飮食) 숙정(熟定), 갖은 제편 중계(中桂) 약과(藥果), 박산(薄饊) 과자(菓子)의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麪) 화채(花菜) 신선로(神仙爐)며, 각각 찬수(饌需) 약주(藥酒) 빚기 수파련(水波蓮) 봉 오림과 배상(排床) 허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 팔아 모일 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냥(兩) 만들어 냥을 지어 관(貫)돈 되니, 일수(日收) 체계(遞計) 장리변(長利邊)에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헌 곳 빚을 주어 실수(失手) 없이 받어들여 춘추시향(春秋時享)에 봉제사(奉祭祀), 앞 못 보는 가장(家長) 공경(恭敬)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허니, 상하 인리(鄰里)의 사람들,

 

[아니리]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허리. 하로난 심(沈) 봉사 먼눈을 삔덕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 죄로 이생에 날 만나 날 공대(恭待)허니 나는 편타 헐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사는 대로 살아가되 지원(至願)할 일이 있소. 우리 연장 사십(四十)이나 슬하(膝下) 일점혈육(一點血肉) 없어 조상(祖上) 향화(香火) 끊게 되고, 우리 내외(內外) 사후(死後)라도 초종장사(初終葬事) 소대기(小大朞)며, 연년(年年)이 오난 기일(忌日), 어느 뉘라서 받드리까. 우리가 사십 후(後)에라도,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이나 드려, 남녀(男女) 간에 낳어 보았으면 평생 한(恨)을 풀겠구만.” 곽씨 부인 이 말 듣고 공손(恭遜)히 대답(對答)허되

 

[창조]

“가군(家君)의 정대(正大)하신 마음 몰라 발설(發說)치 못하였더니,

 

[아니리]

지금 말씀 그리허오니 지극(至極) 신공(申供)하오리다.”

 

[창조]

“옛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천(不孝三千) 무후위대(無後爲大)라 허였으니

 

[아니리]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거 정성껏 빌어 보오.”

 

[중모리]

곽씨 부인 그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왼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대찰 영신당(靈神堂)과 고묘(古廟) 총사(叢祠) 석왕사(釋王寺)며,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 계신 디 허유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引燈) 시주(施主), 창호(窓糊) 시주(施主) 십왕(十王) 불공(佛供), 칠성(七星) 불공(佛供) 나한(羅漢) 불공, 가지가지 다 허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 꺾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반공(瑞氣蟠空) 허고 오채(五彩)이 영롱(玲瓏)터니, 하날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玉京)으로 나려올 제, 머리 위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난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 가지 손에 들고, 부인(夫人) 전(前) 배례(拜禮)허고 곁에 와 앉난 거동, 뚜렷한 달 정신이 산상(山上)의 솟아난 듯, 남해(南海) 관음(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 온 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慌惚)허여 진정(鎭靜)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態度) 호치(皓齒)를 반개(半開)허고, 쇄옥성(碎玉聲)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西王母) 딸이려니, 반도(蟠桃) 진상(進上) 가는 길에, 옥진(玉眞) 비자 잠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을 허옵다가, 시(時)가 조끔 늦은 고(故)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허여 인간(人間)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몰랐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諸佛) 보살(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허여 이리 찾어 왔사오니 어엿비 여기소서.” 품 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를 의논(議論)허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달부터 태기(胎氣)가 있난디,

 

[늦은중중모리]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 좌불중석(坐不中席) 십(十) 삭일(朔日)이 찬 연후(然後)에

 

[중중모리]

하루난 해복(解腹) 기미(幾微/機微)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 봉사 좋아라고, 일변(一邊)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井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허기를 기다릴 제, 향취(香臭)가 진동(震動)허고, 채운이 두르더니 혼미(昏迷) 중 탄생(誕生)허니, 선인(仙人) 옥녀(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 부인 정신 차려, 순산은 하였으나,

 

[창조]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남녀 간(間)에 무엇이오?”

 

[아니리]

심 봉사가 눈 밝은 사람 같고 보면, 아이를 낳을 때 분간(分揀)을 허련마는 앞 못 보는 맹성이라 보아 알 수가 있나, 아이를 만져보려 헐 제, 꼭 위장꾼 좀장 졸라 내려가듯 허것다. “자 어디 보자, 어디, 어이쿠.” 거침새 없이 미끈덕 넘어가니,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났는가 보오.”

 

[창조]

“만득으로 낳은 자식 딸이라니 원통(冤痛)하오.”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塋) 허는 것이고, 딸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범절(凡節) 잘 가르쳐,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 좋은 배필, 부귀다남(富貴多男) 허고 보면 외손봉사(外孫奉祀)는 못 허리까? 그런 말 마오.” 심 봉사 좋아라고,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 놓고 비난디, 이런 사람 같으면 오죽 조용히 빌련마는, 앞 못 보는 맹성이라, 팩성질이 있든가 보더라. 삼신제왕(三神帝王)님이 깜짝 놀라 삼천(三千) 구만리(九萬里)나 나 도망허게 빌것다,

 

[자진모리]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兜率天) 승불 제석(帝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하위동심 하여, 다 굽어보옵소서.

 

[자진중중모리]

사십 후에 낳은 자식,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 달의 피 어리고, 넉 달의 인형(人形) 삼겨, 다섯 달 오포(五胞) 낳고, 여섯 달에 육정(六精) 삼겨, 일곱 달 칠규(七竅) 열려, 여덟 달에 사만(四萬) 팔천(八千) 털이 나고, 아홉 달에 구규(九竅) 열려, 열 달 만으 찬김 받어, 금강문(金剛門) 하달문 고이 열어 순산(順産)허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 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大舜) 증자(曾子) 효행(孝行)이며, 기량(杞梁) 일처(一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촉부단의 복(福)을 주어, 외 붇듯 달 붇듯 잔병(病)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허게 허옵소서.”

 

[아니리]

그때여 심 봉사는 피도 안 마른 애기를 한번 안고 어뤄 보는디

 

[늦은중중모리]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金)을 준들 너를 사며, 옥(玉) 준들 너를 사랴. 백미(白米) 닷 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 딸이야. 어덕 밑에 귀남(貴男)이 아니냐. 슬슬 기어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그때의 곽씨 부인은 산후에 손데 없어 찬물에 빨래를 허였드니,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 못 허고,

 

[창조]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머리야, 사대(四大)삭신 육천 마디 아니 아픈 디가 전이 없네.”

 

[아니리]

곽씨 부인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허고 죽든이라. “아이고 여보, 가장(家長)님, 내 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偕老) 백년(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망세(不幸亡世) 당(當)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 후에 뒤를 좇아 죽자 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朝夕) 공대(恭待) 뉘라 허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헐 곳 바이없어 집팽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의 채여 넘어져서, 신세(身世/身勢) 자탄(自歎/自嘆) 우는 모양 내 눈으로 본 듯허고, 기한(飢寒)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 드려,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 말이 웬 말이오.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을 눈물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마을 귀덕 어미, 정친(情親)허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고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母親) 분묘(墳墓)로다’ 가르쳐, 모녀(母女) 상면(相面)을 허게 허오. 헐 말은 무궁(無窮)허나 숨이 가퍼 못 허겄소.”

 

[아니리]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 두고 유언허고 돌아눈다.

 

[중모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 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五色) 비단(緋緞) 금자(金字) 박어, 진옥판(眞玉板) 홍사(紅絲) 수(繡)실, 진주(眞珠) 느림 부전 달아 신행(新行) 함(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어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허신, 크나큰 은(銀)돈 한 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泰平) 안락(安樂) 양편(兩便)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여 주고, 나 찌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籠)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어 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無心)허고 귀신(鬼神)도 야속(野俗)허지, 네가 진즉(趁卽) 삼기거나, 내가 조금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널로 허여 품게 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生死) 간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亡終)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기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난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폭각질 두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여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 죽을 리가 있겠소. 나 의가(醫家)에 가서 약(藥) 지어 올 터이니, 부디 안심허오.” 심 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서 약을 지어 돌아와,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에 얼른 짜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卽效) 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이 있으리오. “어! 식음을 전폐(全廢)터니 기허(氣虛)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랴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 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 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서럼이라는 게 어지간해야 울음도 울고 눈물도 나는 것이지, 사뭇 아람이 차노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중중모리]

심 봉사 기(氣)가 막혀 섰다 절컥 주잕이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다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냐? 약 지러 갔다 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 지러도 가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西天) 서역(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 염불(念佛)이나 허여 줄걸 절통(切痛)허고 분(憤/忿)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글 치둥글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오? 동지(冬至)섣달 설한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 내며 뉘 젖 먹여 길러 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 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三千) 벽도(碧桃) 요지연(瑤池宴)의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黃陵) 묘(廟) 이(二) 비(妃) 함께 회포(懷抱) 말을 허러 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고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동네 사람들! 차소에 계집 추는 놈 미친놈이라 허였으되, 현철(賢哲)허고 얌전한 우리 곽 씨가 죽었소!”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여. 내 신세는 어쩌자고 이 죽엄이 웬일이오!”

 

[아니리]

동리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 어쩌시랴오?”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동네 남녀노소(男女老少) 모여들어 초종지례(初終之禮)를 마치난디, 곽 씨 시체(屍體) 소방상(小方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놓고, 명정(銘旌) 공포(功布) 삽선(翣扇) 등물(等物) 좌우(左右)로 갈라 세우고 문상(問喪)을 허여 가는디, 상(喪)부 소리를 맞아가며 나가것다.

 

[창조]

영이기가(靈輀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陳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薩). 춘초(春草)는 연년(年年)이 푸르건만 왕손(王孫)도 귀불귀(歸不歸)라. 관음보살.

 

[중모리]

요령(鐃鈴/搖鈴)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 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엄 어이 가리 넘차 너화너.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案山)이 북망(北邙)이로구나. 어 넘차 너화너. 새벽 종다리 쉰 질 떠 서천(西天) 명월(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 넘차 너화너. 인제 가면은 언제나 올라요 오시만 날을 일러 주오. 어너 어허 너엄 어이 가리 넘차 너화너. 물가 가재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앉어서 밤을 줍는디,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어 넘차 너화너. 인경 치고 파루(罷漏)를 치니 각(各) 댁(宅) 하님이 개문(開門)을 헌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허너 어허너 어너 어이 가리 넘차 너화너.” 그때의 심 봉사는 어린아이를 강보(襁褓)에 싸 귀덕 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屈冠) 제복(祭服) 지어 입고, 상(喪)부 뒤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나도 가지, 나도 가지, 마누라 따라서 나도 가세.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으 다리가 아퍼서 어이 가며, 일침침(日沈沈) 운명명(雲冥冥)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날과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며 어허 넘차 너화너.

 

[중중모리]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세상사가 허망(虛妄)허네. 자네가 죽어도 이 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 팔자(八字)로다. 어넘차 너화너. 현철(賢哲)허신 곽씨 부인 불쌍허게 떠나셨네. 어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아니리]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 후에 평토제(平土祭)를 지낼 적에, 심 봉사가 이십(二十) 후(後) 안맹(眼盲)이라 예전 글이 문장(文章)이었든가 보더라. 축문(祝文)을 지어 신세 자탄으로 독축(讀祝)을 허는디.

 

[창조]

“차호(嗟乎) 부인(夫人), 차호 부인, 요차요조숙녀혜(淑女兮)여, 상불고이고인이라, 기백년지해로(期百年之偕老) 터니, 홀연몰혜(忽然沒兮)어언귀요. 유치자이영서(有稚子而永逝) 허니, 이걸 어이 길러 내며, 누삼삼이첨금혜(沾襟兮)여, 지난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이소혼혜(心耿耿而消魂兮)여, 살길이 전이 없네.

 

[진양조]

주과포혜(酒果脯醯) 박찬 허나, 만사(萬事)를 모다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杜鵑)을 벗을 삼어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허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四窮) 중에 첫머리요, 아들 없고 눈 못 보니, 몇 가지 궁(窮)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리동글 치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만류(挽留)허며,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 어쩌시랴오. 어서어서 가옵시다.”

 

[창조]

심 봉사 하릴없이, 동인(洞人)들께 붙들리어

 

[중모리]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寂寞)허고, 방안은 텅 비었는디. 심 봉사 실성(失性) 발광(發狂) 미치는디, 얼사덜사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蹤跡/蹤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가서 쑥내 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痛哭/慟哭)으로 울음을 울 제, 그때의 귀덕 어미 아이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 아이를 보시드래도, 그만 진정(鎭靜)하시오.” “허허, 귀덕이넨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 이네는 건너가고, 아이 안고 자탄(自歎/自嘆)할 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 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새끼야, 너의 모친 먼 디 갔다. 낙양(洛陽) 동촌(東村) 이화정(梨花亭)에 숙(淑) 낭자(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제루[竹上之淚] 오신 혼백(魂魄) 이(二) 비(妃) 부인(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 마라, 우지 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 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응아!” 심 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 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아 그 초칠(初七)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사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 마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먹여 주마. 우지 마라 내 새끼야.”

 

[아니리]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沈沈)허여 날 새기를 기다릴 제,

 

[중중모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설 적에, 한 품에 아이를 안고 한 손의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우물가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夫人)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 안에 어미 잃고 기허(氣虛)허여 죽게 되니,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跖)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 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 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 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 말고 자주자주 다니시면 내 자식 못 멕인들 차마 그 애 굶기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허옵소서.” 이 집 저 집을 다닐 적에 삼베길쌈허노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오뉴월 뙤약볕에 기음매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어가서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어가서,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 주며 “맘 쌀이나 허여 주오.” 심 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허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올 제, 어덕 밑에 수풀에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배가 뺑뺑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허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한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母親) 닮아 현철(賢哲)허고, 얌전허여 애비 귀염을 보이어라.

 

[늦은중중모리]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金)을 준들 너를 사며, 옥(玉) 준들 너를 사랴. 백미(白米) 닷 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 딸이야. 어덕 밑에 귀남(貴男)이 아니냐. 슬슬 기어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자진모리]

둥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이리 보아도 내 딸, 저리 보아도 내 딸. 엄마 아빠 도리도리, 주얌주얌. 잘강잘강 선마 둥둥 내 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얻어다, 두룸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 감은 새앙쥐가 들랑달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에 한쪽은 내가 먹고 한쪽은 너를 주마, 우루 루루루루,

 

[늦은중중모리]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次)로 나갈 적에,

 

[단중모리]

삼베 전대(纏帶) 외동 지어 왼 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次)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次)로 쌀 얻고 감을 사, 허유허유 돌아올 제, 그때의 심청이난,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 제, 십여(十餘) 세(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 잊고 헐 줄 알고, 부친(父親)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이 허여 가니,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이 아니냐.

 

2. 심청

 

[아니리]
하로난 심청이 부친 전(前)에 단정(端正)히 꿇어 앉아, “아버지.” “웨야?” “아버지 오날부터는 아무 데도 가시지 마옵시고 집에 가만히 계시오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하오리다.” “여보아라, 청아. 내 아무리 곤궁(困窮)헌들 무남독녀(無男獨女) 너 하나를 밥을 빈단 말이 될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 마라.”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난 현인(賢人)으로, 백(百) 리(里)에 부미(負米) 허고, 순유의(淳于意) 딸 제영(緹縈)이난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비, 몸을 팔아 속죄(贖罪)허고, 말 못 하는 까마귀도 공림(空林) 저문 날에 반포은(反哺恩)을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허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辱)도 헐 것이요, 바람 불고 날 추운디, 행여 병(病)이 날까, 염려(念慮)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이제 허는 말 어데서 다 들었느냐? 너의 어머니 배 속에서 죄다 배워 갖고 나왔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두 집만 다녀오너라.” 부친(父親)의 허락(許諾)을 받고,

 

[중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 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 초마에, 깃 없는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 보신에, 청목(靑木) 휘양 둘러쓰고, 바가지 옆에 찌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 걸음 쳐 나갈 적에, 원산(遠山)의 해 비치고, 건넌마을 연기(煙氣) 일 제, 주적주적 건너가 부엌문 전(前) 다다르며 애근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初七)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보신 우리 부친 저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먹여, 이만큼이나 자랐으나, 앞 못 보신 우리 부친 구완헐 길 전이 없어 밥 빌러 왔사오니 한 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치운 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겄네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 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厚)히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치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릿까, 부친 전에 가 먹겄네다.” 한두 집이 족(足)헌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올 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의 해가 조끔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半日)이 되었구나.”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門前)에 들어서며 “아버지, 칩긴들 아니 허며 시장킨들 안 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 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갈치자반, 어머님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 봉사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부여다 입에 대고 훅, 훅, 훅 불며 “아이고, 내 딸 춥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냐. 너의 모친이 살았으면, 이런 일이 있겄느냐?”

 

[아니리]

부친을 위로(慰勞)허여 진지를 잡수시게 한 후,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허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十五) 세가 되었구나. 효행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일색(一色)이라, 이렇단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허니, 하로난 무릉촌(武陵村) 장 승상댁(丞相宅) 부인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구나. 심청이 부친(父親) 전(前) 여짜오되, “아버지.” “웨야?” “무릉촌 장 승상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하오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이 애 청아,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하게 지내었다. 네가 진즉(趁卽) 가서 뵈올 것을 이제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對答)허고 수이 다녀오너라.” 부친의 허락을 받고,

 

[진양조]

시비(侍婢) 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當到)허여, 승상(丞相) 댁(宅)을 찾어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의 섰난 반송(盤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의다 지르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룩 낄룩, 징검징검 알연성(戛然聲)이 거의허구나.

 

[중중모리]

계상(階上)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 허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座)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武陵)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開化)로다. 이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棄世)허고, 아들이 삼(三) 형제(兄弟)나 황성(皇城) 가 여환(旅宦) 허고 어린 자식(子息) 손자(孫子) 없어, 적적(寂寂)한 빈 방(房)안에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는 것 고서(古書)로다. 니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後裔)로 저렇듯 곤궁(困窮)허니, 나의 수양(收養)딸이 되어 예공(禮功)도 숭상(崇尙)허고, 문필(文筆)도 학습허여 말년(末年) 재미를 볼까 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別世)헌 연후(然後)에, 부친은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 하겠네다.” “기특(奇特)타, 내 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짜오되,

 

[창조]

“치운 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 건너 가겼네다.”

 

[아니리]

부인이 허락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히 주어 시비 함께 보낸지라. 그때의 심 봉사는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진양조]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치워 한기(寒氣) 들 제, 먼 디 절 쇠북 소리, 날 저문 줄을 짐작(斟酌)허고,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어찌하여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허느냐, 질에 오다 욕(辱)을 보나? 백설은 펄펄 흐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루루루, 날아들어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부르고 기다려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人跡/人迹)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년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자진모리]
“이래서는 못쓰겄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집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나가면서 심청(沈淸)을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 오느냐?” 그때의 심 봉사는 딸의 덕(德)에 몇 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 출입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 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더듬 나가다가, 질 넘어 개천(川) 물에 한 발 자칫 미끄러져 거꾸로 물에가 풍! “아이고, 사람 살려! 어푸,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漸漸) 들어가니, “아이고 잘 죽는다. 정신(精神)도 말끔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 데 없이 잘 죽는다.”

 

[아니리]

한참 이리 요란(搖亂)헐 제.

 

[엇모리]

중 하나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온디, 이 중은 올라간다. 이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을 중창(重創)허랴 허고 시주(施主) 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偶然)히 저물어져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올라갈 제, 저 중의 맵시 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어,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六環杖), 채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툭탁 짚고, 흔들흔들, 흐늘거리고 올라갈 제, 중이라 허는 게, 속가(俗家)에 가도 염불, 절에서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원산은 암암허고 설월(雪月)이 돋아 오는디, 백저포(白紵布) 도장삼(長衫)은 바람결에 펄렁펄렁 염불을 허는디, “아, 아, 아 어허어허허으으으 아아 하아 상래소수불공덕(上來所修佛功德) 회향삼처실원만(廻向三處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 시불중천제갈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念佛)허고 올라갈 제, 한곳 당도하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늘,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驛) 저문 날의 하소대로 울고 가는 양태진(陽太眞)의 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화하여 날 홀리는 울음인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 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갈 제 한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川) 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가 되었구나.

 

[자진엇모리]

저 중의 급한 마음, 저 중의 급한 마음, 굴갓, 장삼 훨훨 벗어 되는 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다님 끄르고, 고두 누비바지 가래 따달 딸딸 걷어 자감이 딱 붙여, 무논의 백로(白鷺) 격(格)으로, 징검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 봉사 꼬드래상투를 에뚜루미 쳐

 

[엇모리]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 봉사라.

 

[아니리]
심 봉사 하릴없이, “죽을 사람을 살려 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거 뉘가 날 살렸소?” “예,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化主僧)이온디, 시주(施主) 집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허허, 거 활인지불(活人之佛)이라더니 대사(大師)가 나를 살렸소그려.” 대사 이른 말이 “여보시오 봉사님. 꼭 내 말만 들으면 삼년 내로 두 눈을 뜰 것이오마는······.” 심 봉사가 눈 뜬단 말을 듣더니 “아니 그 어쩐 말이오?” “공양미(供養米) 삼백(三百) 석(石)만 우리 절에 시주허면 삼(三) 년(年) 내(內)로 눈을 뜨오리다.” 심 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는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즐난디, “여, 대사, 자네 말이 꼭 그럴진대,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문(勸善文)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봉사님 세력(勢力)을 헤아리면 삼백 석은 말고 삼백 주먹이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을 허시오?” 심 봉사 화를 내어 “어허, 자네가 내 수단(手段)을 어찌 아는가, 잔말 말고 적게 적어.” 저 중이 권선(勸善)에 적은 후(後)에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창조]

중은 올라가고 심 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허니 이런 실(實)없는 일이 없든가 보드라.

 

[중모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 삼백 석을 내가 어찌 구허리오. 살림을 팔자 허니 단돈 열 냥(兩)을 누가 주며, 내 몸을 팔자 허니, 앞 못 보는 병신 몸을 단돈 서푼을 누가 주리.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 못 보는 봉사 놈이 앉은뱅이가 되거드면, 꼼짝없이 내가 죽겄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 석 지우고 가소, 대사!” 실성(失性) 발광(發狂) 기가 막혀 혼자 앉어 탄식헌다.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門前)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模樣) 보고 깜짝 놀래 발 구르며 “이것이 웬일이오? 살 없는 두 귀 밑에 눈물 흔적(痕迹) 웬일이며, 솜 없는 헌 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오.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댁 노부인(老婦人)이 굳이 잡고 만류(挽留)허여 어언간(於焉間) 더디었소.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허여 못 살겄소.”

 

[아니리]

심 봉사 하릴없이 “여보아라, 청아. 아 너를 기다리다 못허여 더듬더듬 나가다가 이 앞 개천 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었을 제, 아 뜻밖에 몽은사 화주승이 올라가다 나를 구해주고, 날다려 공양미(供養米) 삼백 석만 몽은사로 시주(施主)허면 삼 년 내로 눈을 뜬다더구나 그리허여 후사(後事)는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勸善)에 적어 주었으니 이를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허여도 백계무책(百計無策)이로구나.”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왕상(王祥)은 고빙(叩氷) 허여 어름 궁기 잉어 얻고, 맹종(孟宗)은 읍죽(泣竹) 허여 눈 속에 죽순 얻어 양친(兩親) 성효(誠孝)를 하였으며, 곽거(郭巨)라는 옛 사람은 부모(父母) 반찬(飯饌) 허여 놓으면, 제 자식(子息)이 먹는다고 산 자식을 묻으랴고 땅을 파다 금(金)을 얻어 부모 봉양(奉養)을 허였으니, 사친지효도(事親之孝道)가 옛사람만 못허여도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부친을 위로(慰勞)하고 그날부터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허고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난디,

 

[진양조]

후원(後園)에 단(壇)을 뭇고 북두칠성자야반[北斗七星橫夜半]에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井華水)를 받쳐 놓고, 두 손 합장(合掌) 무릎을 꿇고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느님 전(前) 비나니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위동심(化爲動心) 하옵소서. 무자생(戊子生) 소녀 아비 삼십 전 안맹(眼盲)허여 오십이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 하오니, 아비의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代身)허고, 아비 눈을 밝히소서. 인간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 어이 모르리까. 칠 일 안에 어미 잃고 앞 어둔 부친에게 겨우겨우 자라나서 십오 세가 되었으나, 욕보지덕(慾報之德)택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 삼백 석만 불전에 시주허면 부친 눈을 뜬다 허니, 명천(明天)이 감동(感動)허여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급(支給)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다시 빌어갈 제,

 

[중중모리]

하루난 문전의 웨난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 장사 선인(船人)으로 인당수(印塘水) 인(人) 제숙(‘제사에 쓰는 고기 따위’를 뜻하는 제주 방언, 『문학 속의 제주 방언』 참고)을 드리고저, 십오(十五) 세나 십육(十六) 세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랴 허니, 몸 팔 일이 뉘 있읍나? 있으면 있다고 대답을 허시오, 아아 아어어 어어.”

 

[아니리]

심청이 이 말을 듣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아잖게 몸을 은신(隱身)허고, 선인 한 사람을 청(請)하여 여짜오되,

 

[창조]

“여보시오 선인님네, 소녀난 당년(當年) 십오 세인데 부친을 위하여 몸을 팔려 하오니

 

[아니리]

나를 사 가심이 어떠하오?” 선인이 좋아라고, “출천지대효(出天之大孝)로고,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창조]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 삼백 석만 내월(來月) 십오(十五) 일(日) 날 몽은사로 올려주오.”

 

[아니리]

“참으로 효녀(孝女)로고, 그리하오. 그러나 우리도 내월 십오 일이 행선(行船) 날이오니 어찌하오리까?”

 

[창조]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 뜻대로 허오리까?”

 

[아니리]

선인과 약속을 정허고 방으로 들어가 생각허니, 부친을 아니 속일 수가 없는지라, 속인 것도 또한 효성(孝誠)이라, 부친을 속이는디, “아버지.” “웨야.” “오늘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 봉사 깜짝 놀래 “아니, 거 어쩐 말이냐?” “전일(前日)에 무릉촌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收養)딸로 말씀한 걸 분명(分明) 대답(對答) 못 했지요.” “그래서?” “오날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부인께서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다려간다 하옵디다.” “아따, 그 일 참 잘되었다. 그러면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來月) 십오 일에 가기로 하였네다.” “아, 그래. 근디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시고 가기로 하였네다.” “그렇지, 눈먼 놈을 나 혼자만 둘 것이냐, 야야 그 일 참 잘되었다. 허허 그 일 참 잘 되었다.” 부친의 맺힌 근심 위로허고 행선 날을 기다릴 제,

 

[진양조]

눈 어둔 백발(白髮) 부친 생존(生存) 시(時)에 죽을 일과 사람이 세상(世上)에 나, 십오 세의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胸中)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설음이 간장(肝腸)으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四時) 의복(衣服) 빨래허여 농 안에 담어 두고, 갓 망근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행선일(行船日)을 생각허니, 하룻밤이 격(隔)헌지라. 모친 분묘(墳墓) 찾어가서, 주과포혜(酒果脯醯)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不孝) 여식(女息) 청이난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 몸이 팔려 제숙으로 가게 되니, 불쌍헌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며, 분묘의 돋난 풀을 뉘 손으로 벌초(伐草)허며, 연년(年年)이 오난 기일(忌日) 뉘라서 받드리까? 내 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亡終) 흠향(歆饗)허옵소서.” 사배하직(四拜下直)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위로허고 밤 적적(寂寂) 삼경(三更)이 되니, 부친이 잠든지라 후원으로 돌아가서 사당(祠堂) 문을 가만히 열고 분향(焚香) 사배(四拜) 우는 말이 “불효 여식 청이는 선영향화(先塋香火)를 끊게 되니 불승영모(不勝永慕) 허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부친이 잠이 들어 아무런 줄 모르거날 심청이 기(氣)가 막혀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를 어찌허고 가리. 이내 한 몸 없어지면 동네 걸인(乞人)이 또 될 것이니, 어찌 잊고 돌아가리,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밤이 몇 밤이며, 날 볼 날이 몇 날이오.’ 얼굴도 대어 보고 수족(手足)도 만지면서 ‘아버지, 오늘밤 오경(五更) 시(時)를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扶桑)에다 맬 양이면, 불쌍한 아부지를 일시(一時)라도 더 뵈련마는 인력(人力)으로 어이허리.’ 천지(天地)가 사정(事情)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오. “닭아 우지 마라 반야(半夜) 진관(秦關) 맹상군(孟嘗君)이 아니어든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설찮으나 의지(依支)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중모리]

하량낙일수운기(河梁落日愁雲起)는 소통국(蘇通國)의 모자(母子) 이별(離別), 용산(龍山)의 형제(兄弟) 이별,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이라. 상봉(相逢)헐 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친 이별이야 어느 때나 다시 보리.”

 

[아니리]

벌써 동방(東方)이 밝어지니, 심청이 하릴없어 정신을 다시 차려 “이래서는 못쓰겠다. 부친 진지나 망종(亡終) 지으리라.” 허고 부엌으로 나오니 벌써 문밖에 선인들이 늘어섰거늘, 심청이 빨리 나가 “여보시오 선인님네, 부친 진지나 망종 지어 드리고 떠나는 것이 어떠허오.” 선인들이 허락허니 부엌으로 들어가서 아침밥을 얼른 지어 소반(小盤) 위에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일어나 진지 잡수시오.” “야야, 오늘 아침밥은 매우 일쿠나. 그런디 청아 내가 간밤에 묘한 꿈을 꾸었지. 니가 큰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 보이기에 아 내가 뛰고 궁글고 야단(惹端)을 쳤는디, 내 손수 해몽(解夢)허였지야. 수레라 허는 것은 귀인(貴人)이 타는 것이고, 꿈에 눈물은 생시에 술이라. 오늘 장 승상댁 부인께서 너 다려가려고 가마를 보내실 모냥이고, 나는 장 승상댁 부인한테 가서 술에다 고기에다 떡에다 참 잘 먹을 꿈이라고 내가 해몽을 했어.”

 

[창조]

심청이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허고,

 

[아니리]

“아버지 그 꿈이 장(壯)히 좋습니다. 어서 진지 잡수시오.” “아가, 오늘 아침 반찬이 매우 걸구나, 거 누 댁에 제사(祭祀) 모셨더냐?” 진지 상(床)을 물리치고, 담배 붙여 올린 후에,

 

[창조]

심청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두머니 앉었다가,

 

[아니리]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제는 부친을 더 속일 수가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부친 앞으로 우르르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한 번 부르더니 말 못 허고 기절한다. 심 봉사 깜짝 놀래 “아이고, 이거 웬일이냐 허허, 이거 웬일이여. 아니 얘가 급체(急滯)허였는가, 아가 정신 차려라, 누가 봉사 딸이라고 정개허드냐.” “아이고, 아버지 불효(不孝) 여식(女息)은 아버지를 속였소.” “아,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일을 속였난디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 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의 제숙으로 오늘이 행선 날이요. 어느 때나 뵈오리까.”

 

[아니리]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눈 뜨기는커녕, 눈 빠질 말을 들었으니, 그 일이 어찌 되겄느냐?

 

[중중모리]

“허허 이것 웬 말이냐? 못 허지야 못 허여 아이고 청아! 애비 보고 묻도 않고, 너 이것이 웬일, 못 허지야 못 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듸 너 팔아 눈을 뜬들 무엇 보자 눈을 뜨랴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움을 너 들어라. 너의 모친 너 낳고 칠 일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본 늙은 애비가 품 안에 너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먹여 이만큼이나 장성(長成) 묵은 근심 햇근심을 널로 허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 가리라.” 그때의 선인들이 문밖에 늘어서 “심 낭자 물때 늦어 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 봉사 이 말 듣고 밖으로 우루루루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 사서 제(祭)지낸 디 어디서 보았느냐? 옛글을 모르느냐?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물 적에 탕(湯) 임군 어진 마음 사람 잡어서 빌랴 허면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몸으로 희생(犧牲) 되어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嬰白茅) 상림(桑林) 뜰에 빌었더니 대우방수천리(大雨方數千里)에 풍년(豐年)이 들었단다. 나도 오늘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아이고, 동네 사람들, 저런 놈들을 그저 둬, 내 딸 심청 어린 것을 꼬염 꼬염 꼬여다가 인당수 제숙 허면 네 이놈들 잘될쏘냐?”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이거 웬일이여?” 심청이 기가 막혀 부친을 부여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父女) 천륜(天倫)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릿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좋은 디 장가들어 칠십(七十) 생남(生男)허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아니리]

선인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전곡(錢穀)을 따로 내어 동인들께 부탁허되, 심 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구나. 그때여 무릉촌 장 승상댁(丞相宅)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어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 전 여짜오되 “아버지 장 승상댁 부인이 청하였사오니 어찌하오리까?”

 

[창조]

“웟따, 그 댁에난 열 번이라도 가고 백 번이라도 가거라.”

 

[아니리]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촌을 건너갈 제,

 

[세마치]
시비(侍婢) 따라 건너간다. 울며불며 건너갈 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 팔자(八字) 좋아 양친(兩親)이 구존(俱存)허여 부귀영화(富貴榮華)로 잘사는듸, 내 신세는 어이허여 십오 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迎接)허여 “예이 천하(天下) 무정(無情)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기는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은 지극(至極)허나 앞 못 본 너의 부친을 뉘게 의탁(依託)허랴느냐?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解約)하라.” 심청이 여짜오되, “장사허는 선인들께 수삭(數朔) 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狼狽)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말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말 못 허시고 “니 진정 그럴진대, 너의 화상(畵像)이나 그려 널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畵工)을 즉시 불러 심 낭자(娘子) 생긴 형용 역력(歷歷)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令)을 듣고 오색단청(五色丹靑) 풀어 놓고 화용월태(花容月態) 고운 얼굴 모란화(花) 한 송이가 세우(細雨) 중에 젖인 듯이, 난초 같은 푸른 머리 두 귀밑에 따인 것과 녹의홍상(綠衣紅裳) 입은 태도 낱낱이 그려 내어 족자(簇子) 떨어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화제(畵題)를 쓰시난디, 생기사귀일몽간(生奇死歸一夢間) 허니 연장하필누삼삼고 세간(世間)으 최유단장처(最有斷腸處)에 초록강남인미환(草綠江南人未還)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안고 “인제 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만 날이나 일러다오.”

 

[아니리]
심청이 일어서며

 

[창조]

“물때가 늦어가니 어서 건너가겄네다.”

 

[아니리]

부인이 허락허니 심청이 하직(下直)허고 집으로 돌아오니 선인들은 재촉하고 부친은 뛰고 궁글거늘,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께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초마 자락을 거듬거듬 걷어 안고 비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엎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갈 제, 건넛마을 바라보며 “이 진사댁(進士宅)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야(端午夜)의 앵도(櫻桃/鶯桃/鸎桃) 따고 노든 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 칠월 칠석야(七夕夜)의 함께 걸교(乞巧)하잤드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上針)질 수(繡)놓기를 뉠과 함께 허랴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俱存)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슬하(膝下)를 떠나 죽으로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도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白日)은 어디 가고 음운(陰雲)이 자욱허여 청산(靑山)도 찡그난 듯 초목(草木)도 눈물진 듯 휘늘어져 곱든 꽃이 이울고저 빛을 잃고 춘조(春鳥)는 다정(多情)허여 백반제송(百般啼送)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허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 울고, 뜻밖의 두견(杜鵑)이난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어 울것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곳을 당도(當到)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海棠花) 한 송이가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불해의(若道春風不解意)면 하인취송낙화래(何因吹送落花來)라, 한 무제(武帝) 수양공주(壽陽公主) 매화장(梅花粧)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불며 길을 걸어 강변(江邊)을 당도허니, 선두(船頭)에다 도판(渡板)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

 

3. 용궁

 

[아니리]

그때여 심청이난 세상사(世上事)를 하직허고 공선(供船)의 몸을 싣고 동서남북(東西南北) 지향(指向) 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永遠)히 돌아가는구나.

 

[진양조]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茫茫)헌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헌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마기는 홍료안(紅蓼岸)으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 돌아든다. 요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 여기련만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에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심(欸乃聲中萬古心)은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賈) 태부(太傅)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屈) 삼려(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허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當到)허니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鄉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顥) 유적(遺跡)인가, 봉황대(鳳凰台)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青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넌 태백(太白)이 놀든 디요, 심양강(潯陽江)을 당도허니 백낙천(白樂天) 일거(一去) 후(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지고 적벽강(赤壁江)을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노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허여 있다마는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 소리 객선(客船)의 뎅 뎅 들리거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니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롱한수월롱사(煙籠寒水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드라.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에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巫山)에 돋은 달은 동정호(洞庭湖)로 비쳐오니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거울 속에 푸르렀다. 창오산(蒼梧山)이 아득허니 황릉(黃陵) 묘(廟) 잠겼어라. 삼협(三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遷客) 소인(騷人)이 눈물을 몇몇이나 뿌렸든고. 팔경(八景)을 다 본 후에,

 

[중모리]

한곳을 당도허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 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夫人)이 선관(仙冠)을 높이 쓰고 신음(呻吟) 거려 나오면서 “저기 가는 심 소저(小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상수절(蒼梧山崩湘水絕) 허여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이라. 천추(千秋)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를 보니 오죽이나 흠전 허랴. 요순(堯舜) 후(後) 기천(幾千) 년(年)의 지금의 천자(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水路) 먼먼 길을 조심허여 잘 가거라.” 이난 뉜고 허니, 요녀순처(堯女舜妻) 만고(萬古) 열녀(烈女) 이(二) 비(妃)로다. 오강(吳江)을 바삐 건너 멱라수를 당도허니 한 사람이 나오난디, 키는 구 척(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車輪) 하여 미간(眉間)이 광활(廣闊)허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릅쓰고 우루루루루루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 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슬프다. 우리 오(吳) 왕(王) 백비(伯嚭)의 참소(讒訴) 듣고 촉루검(屬鏤劍)을 나를 주어 목 찔러 죽은 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더니 장부의 원통(冤痛)함이 월병(越兵)의 멸오(滅吳) 함을 내 일즉 눈을 빼어 동문상(東門上)에 걸고 왔네. 세상에 나가거든 내 눈 찾어 전해다오, 천추에 원통함이 눈 없는 것이 한(恨)이로세.” 이는 뉜고 허니 오(吳)나라 충신 오자서(伍子胥)로다. 멱라수를 바삐 건너 또 한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두 사람이 택반(澤畔)으로 나오드니 슬피 탄식(歎息) 우는 말이 진(秦)나라 속임 입어 삼 년 무관(武關)에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未歸魂)이 되었더니 박락퇴성(博浪槌聲) 반기 듣고 속절없는 동정(洞庭) 달의 헛춤만 추었노라. 뒤에 오난 한 사람은 안색(顔色)이 초췌(憔悴)허고 형용(形容)이 고고(枯槁)허니 이난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라. 죽은 지 수천 년의 정백(精魄)이 남어 있어, 사람의 눈에 와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나 죽을 징조로다.

 

[진양조]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한 사오(四五) 삭(朔)을 물과 같이 흘러가니, 금풍삽이석기(金風颯以夕起) 허고 옥우곽기쟁영(玉宇廓其崢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 허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강한(江漢)에 귤농(橘濃) 황금(黃金)이 천(千) 편(片) 노화(蘆花)의 풍기(風起) 허니 백설(白雪)이 만(萬) 점(點)이라, 신포세류(新蒲細柳) 지난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흐날리고 옥로청풍(玉露靑楓)은 불었는디.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돋워 키고 어가(漁歌)로 화답(和答)허니 돋우나니 수심(愁心)이요, 해반(海畔) 청산(靑山)은 봉봉(峰峰)이 칼날 되어 뵈이나니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추색원(日落長沙秋色遠) 허니 부지하처조상군(不知何處吊湘君)고. 송옥(宋玉)의 비추부(悲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오.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황(秦始皇)의 채약(採藥) 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漢) 무제(武帝)의 구선(求仙) 밴가. 지레 내가 죽자 허니 선인들이 수직(守直)허고, 살아 실려 가자 허니 고국(故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사도 못허는 신세(身世/身勢)야, 아이고 이 일을 어찌허리.

 

[엇모리]

한곳 당도허니 이난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 바다 한 가운데 바람 불고 물결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점글어져 천지(天地) 적막(寂寞)헌디 간치뉘 떠들어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와르르르르르 출렁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領座) 이하 황황급급(遑遑急急)허여 고사(告祀) 기계(器械) 차릴 제, 섬쌀로 밥 짓고 온 소 잡고 동우술 오색탕수(五色) 탕수(湯水)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찾어 갈라놓고 산 돝 잡어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 거동 봐라.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허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자진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헌원씨(軒轅氏) 배를 모아 이제불통(以濟不通) 한 연후에 후생(後生)이 본(本)을 받어 다 각기 위업(爲業)하니 막대(莫大)한 공 이 아니냐. 하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사릴 제 오복(五服)에 정한 공수(貢輸)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오(奔吳) 헐 제 노가(蘆歌)로 건너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烏江)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위(檥船待謂) 건너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어 내어 조조(曹操)의 백만(百萬) 대병(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허니 배 아니면 어이허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주요요이경양(舟遙遙以輕颺) 허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 허니 고범지(孤帆遲)난 장한(張翰)의 강동거(江東去)요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七月)의 소동파 놀아 있고 지국총 총 어사와 허니 고예승류무정거(鼓枻乘流無定居)난 어부(漁父) 길검 계도난요하장포(桂棹蘭橈下長浦)난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발선(打鼓發船) 하고 보니 상고선(商賈船)이 이 아니냐. 우리 선인 스물네 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허여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에 표박서남(漂泊西南)을 다니더니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 제숙을 드리고저 동해신(東海神) 아명(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거승(巨乘)이며 남해신(南海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옹강(禺强)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瞰)허여 보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비렴(飛廉)으로 바람 주고 해약(海若)으로 인도(引導)허여 환난(患難) 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堆)를 내어 돛대 위에 봉기(鳳旗) 꼽고 봉기 우에 연화(蓮花) 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 후에 “심 낭자 물에 들라.”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도화동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키난디 “도화동이 저기 운애(雲靉)만 자욱헌 디가 도화동일세.” 심청이 기(氣)가 막혀 사배(四拜)하고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아버지. 불효 여식은 요만끔도 생각마옵시고 사는 대로 사시다가 어서어서 눈을 뜨셔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좋은 데 장가들어 칠십(七十) 생남(生男)허옵소서. 여보시오 선인님네 억십만(億十萬) 금(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가시거든 불쌍헌 우리 부친 위로(慰勞)허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 말고 어서 급(急)히 물에 들라.” 성화(星火)같이 재촉허니

 

[휘모리]

심청이 거동(擧動) 봐라.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초마폭을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루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마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가 풍!

 

[진양조]

해당(海棠)은 광풍(光風)으 날리고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沙工/砂工)도 울고 격군(格軍) 화장(火匠)이 모도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연년(年年)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 넣고 가니 후사(後事)가 어이 좋을 리가 있겄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어, 어기야, 어허기야,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저 백구(白鷗)야, 홍료월색(紅蓼月色)이 어느 곳고 일강세우노평생(鷺平生)의 너는 어이 한가허드냐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간다.

 

[아니리]

그때에 이러한 출천지대효녀(出天之大孝女)를 하늘이 그저 둘 리 있겠느냐? 하로난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오늘 묘시(卯時)에 유리국(琉璃國) 심 소저가 인당수에 들 터이니 착실히 뫼셨다가 인당수로 환송하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내려와 용궁(龍宮) 시녀(侍女)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白玉轎)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 소저가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궁(各宮) 선녀(仙女)들이 수명허고 인당수를 당도(當到)허니 때마침 묘시 초(初)라 그때의 심 소저는 물에 들듯 말듯 천지 명랑(明朗)허고 일월이 조림(照臨)커날 뜻밖에 팔선녀(八仙女)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禮)하며 여짜오되 “저희들은 용궁(龍宮) 시녀로서 부왕(父王)의 분부(分付) 듣고 소저를 뫼시고자 왔사오니 옥교(玉轎)를 타옵소서.” 심청이 여짜오되 “인간(人間)의 미천(微賤)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水宮) 대죄(大罪)를 내릴 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 소저 마지못허여 옥교에 앉으니 수궁 풍류(風流)가 낭자(狼藉)헐 제

 

[엇모리]
위의(威儀)도 장(壯)할시구 천상(天上) 선관(仙官) 선녀들이 심 소저를 보려 허고 태을진(太乙眞) 학(鶴)을 타고 안기생(安期生) 난(鸞) 타고 고래 탄 이적선(李謫仙) 청의동자(靑衣童子) 황의동자(黃衣童子) 쌍쌍(雙雙)이 모였네. 월궁항아(月宮姮娥) 마고(麻姑) 선녀 남악(南岳/南嶽) 부인(夫人) 팔선녀(八仙女)들이 좌우(左右)로 벌렸는듸, 풍악(風樂)을 갖추울 제 왕자진(王子晋)의 봉(鳳) 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郭) 처사(處士) 죽장구 찌지렁 쿵 쩡 쿵, 장자방(張子房)의 옥(玉)퉁수 띳띠루 띠루, 성연자(成連子) 거문고 슬기덩지 둥덩덩, 혜강(嵆康)의 혜금(嵆琴)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괘룡골이위량(挂龍骨以爲梁) 허니 영광(靈光)이 요일(耀日)이요, 집어린이작와(緝魚鱗而作瓦) 허니 서기반공(瑞氣蟠空)이라. 주궁패궐(珠宮貝闕)은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이요, 곤의수상(袞衣繡裳)은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 산호(珊瑚) 주렴(珠簾) 백옥안상(白玉案床) 광채(光彩)도 찬란허구나. 주잔을 드릴 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琉璃盞) 호박병(琥珀甁)의 천일주(千日酒)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三千) 벽도(碧桃)를 덩그렇게 괴었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 삼일(三日)의 소연(小宴) 허고 오일(五日)에 대연(大宴) 허여 극진히 봉공(奉供) 헌다.

 

[아니리]
하루난 천상에서 광한전(廣寒殿) 옥진(玉眞) 부인(夫人) 내려오시난디, 이난 뉘신고 허니 심 봉사 아내 곽씨 부인이 죽어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었난디, 심청이 수궁에 머물러 있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차(相逢次)로 하강(下降)하시것다.

 

[진양조]

오색(五色) 채단(彩緞)을 기린(麒麟)으 가득 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벌여 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은 전배(前倍) 서고 수궁에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惶怯)허여 문전(門前)에 배회(徘徊)헐 제, 옥진 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낳은 곽 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貴人)이 되어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었으나 너의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던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斟酌)허고 부인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요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依支)허오리까?” 부인이 만류(挽留)허며 “내 딸 청아 우지 마라. 너는 일후(日後)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許多)허여 오래 지체(遲滯) 어려워라. 요령(鐃鈴/搖鈴) 소리가 쟁쟁(錚錚) 나더니 오색(五色) 채운(彩雲)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하릴없어 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作別)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하루난 옥황상제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허시되, 심 소저 방연(芳緣)이 늦어가니 인당수로 환송(還送)허여 인간의 좋은 배필(配匹)을 정해 주라. 용왕이 수명(受命)허고 내려와 심청 환송헐 제, 꽃 한 봉을 조화(調和) 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뫼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侍衛)허고, 조석지공(朝夕之貢)과 찬수(饌需) 범절(凡節) 금주(金珠)보배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 선녀 모두들 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난 곧 인당수라. 용왕의 조환지라 꿈같이 번뜻 떴다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쏘냐. 주야(晝夜)로 덩실 떠 있을 때 그때여 남경(南京) 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올 제, 인당수를 당도하니 심 소저의 효행(孝行)이 홀연히 감동(感動)되는지라. 제물(祭物)을 정히 차려 놓고 심 소저의 넋을 위로(慰勞)하는디,

 

[중모리]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祭)지낸다.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오장원(五丈原)의 낙성(落星) 허든 공명(孔明)의 넋도 아니요, 삼 년 무관(武關)의 초(楚) 회왕(懷王)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숙 되신 심 낭자의 넋이로다.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향(歆饗)허옵소서.” 제물(祭物)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는디, 세상의 못 본 바라. 도사공이 허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금(金)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옛날 진평(陳平)이가 범(范) 아부(亞夫)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을 흩었으니 금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玉)이냐?” “옥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옥출곤강(玉出崑崗)이 아니거든 옥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海棠花)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 않소. 명사십리(明沙十里)가 아니거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엇이냐? 가까이 가서 보자. 저어라 저어라, 어기여 어기여 어기여 차.” 가까이 가서 보니 향기(香氣) 진동(振動)허고 오색(五色) 채운(彩雲)이 어렸거늘,

 

[아니리]
배에 건져 싣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취(香臭) 진동커날 본국에 돌아와 수다(數多)히 남은 재물(財物) 각기 분집(分執)헐 제 도선주(都船主)는 무슨 마음인지 재물은 마다허고 그 꽃봉이만 차지허였구나. 이때는 어느 땐고 허니, 송(宋) 천자(天子)께옵서 황후(皇后) 붕(崩)하신 후(後) 납비(納妃)를 아니 허사 세상 기화요초(琪花瑤草)를 거둬들여 황극전(皇極殿) 넓은 뜰에 가득히 심어 두고 조석(朝夕)으로 화초(花草)를 구경허실 적에,

 

[중중모리]

화초(花草)도 많고 많다. 팔월(八月) 부용(芙蓉)의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에 홍련화(紅蓮華)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소식(消息) 전(傳)턴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儘是劉郎)으 거후재(去後栽)난 붉어 있다고 복성꽃 구월(九月) 구일용산음(九日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꽃 삼천(三千) 제자(弟子)를 강론(講論)을 허니 행단춘풍(杏壇春風)으 은행(銀杏)꽃 이화만지불개문(梨花滿地不開門) 허니 장신궁중(長信宮中) 배꽃이요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兩邊開) 작약(芍藥)이요 원정부지 이별(離別)허니 옥창오견(玉窓五見)의 앵도화(櫻桃花) 촉국한(蜀國恨)을 못 이기어 제혈(啼血) 허든 두견화(杜鵑花) 이화(李花) 도화(桃花) 계관화(鷄冠花) 홍국(紅菊) 백국(白菊) 사계화(四季花)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 목동요지(牧童遙指)가 행화(杏花) 월중단계(月中丹桂) 무삼경(無三更) 달 가운데 계수(桂樹)나무 백일홍(百日紅) 영산홍(映山紅) 왜(倭)철쭉 진달화 난초(蘭草) 파초(芭蕉) 오미자(五味子) 치자(梔子) 감자(柑子) 유자(柚子) 석류(石榴) 능나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各色) 화초 갖은 행과 좌우(左右)로 심었난디 향풍(香風)이 건듯 불며 벌 나비 새 짐생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아니리]

이때의 도선주는 천자께옵서 화초를 구하신단 소문을 듣고 인당수에 떴던 꽃을 어전에 진상(進上)허니 천자(天子) 보시고 세상(世上)에서는 없는 꽃이라 선인을 입시(入侍) 시켜 치하(致賀)하시고 무창 태수(太守)를 봉(封)하였구나. 이 꽃을 후궁(後宮) 화계상(花階上)에 심어 놓고 조석(朝夕)으로 화초를 구경허실 적에,

 

[중모리]

천자 보시고 반기 허여 요지(瑤池) 벽도화(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 지가 삼천 년이 못 다 되니 벽도화도 아니요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蓮花) 꽃이 떨어져서 해상(海上)의 떠왔넌디 그 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라 지으시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헐 제 일야(一夜)는 천자 심신(心身)이 황홀허여 화계상을 거니는디 뜻밖에 강선화 벌어지며 선녀들이 서 있거날 천자 고이 여겨 “너희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시녀 예(禮)하고 여짜오되 “남해(南海) 용궁 시녀로서 심 소저를 모시고 세상(世上)을 나왔다가 불의(不意)에 천안(天顔)을 범(犯)하였사오니 황공무지(惶恐無地)하오이다.” 인홀불견(因忽不見) 간 곳 없고 한 선녀 서 있거날

 

[아니리]

황제 반신반의(半信半疑)하야 대강 연유(緣由)를 탐문헌 바 세상의 심 소저라. 궁녀로 시위하여 별궁(別宮)에 모셔 놓고 이튿날 조회(朝會) 끝에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간밤 꽃봉 사연(事緣)을 말씀허니 만조제신(滿朝諸臣)이 여짜오되 “국모(國母) 없으심을 하느님이 아옵시고 배필을 인도허였사오니 천여불취(天與不取)면 반수기앙(反受其殃)이라. 인연(因緣)으로 정하소서.” 그 말이 옳다 허고 그날로 택일(擇日)허니 오월(五月) 오일(五日) 갑자시(甲子時)라. 심 황후 입궁 후에 연년(年年)이 풍년이요, 가가호(家家戶) 태평(太平)이라.

 

[창조]

그때여 심 황후는 부귀는 무쌍(無雙)허나 다만 부친 생각뿐이로구나.

 

[아니리]

일야(一夜)는 옥난간(玉欄干)에 높이 앉어,

 

[진양조]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珊瑚) 주렴(珠簾) 비쳐들 제, 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으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 황후 반기 듣고 기럭이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蘇) 중랑(中郎)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傳)턴 기럭이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헌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 장(張) 전허여라.” 편지를 쓰랴 헐 제, 한 자(字) 쓰고 눈물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 보니 기럭은 간 곳 없고 창망(滄茫/蒼茫)헌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4. 개안

 

[아니리]

이때여 황제 내궁(內宮)에 들어와 황후(皇后)를 살피시니 수심이 띠어 있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심 황후 여짜오되 “솔토지민(率土之民)이 막비왕신(莫非王臣)이라, 이 세상에 불쌍한 게 맹인이라 천지(天地) 일월(日月)을 못 보오니 적포지한(積抱之恨)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원(願)이로소이다.” 황제 칭찬허시고, 맹인 잔치를 여시는디 “각도각읍(各道各邑)으로 행관(行關)허되 대소(大小) 인민(人民) 간에 잔치 참례(參禮) 아니 허면 그 고을 수령(守令)은 봉고파직(封庫罷職)허리라.” 각처(各處)로 전허였구나.

 

[진양조]

그때여 심 봉사는 모진 목숨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갈 제 무릉촌 승상 부인이 심 소저를 보내시고 강도에 망사대(望思臺)를 지어 놓고 춘추로 제향(祭享)헐 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 소저의 효성이 감동되어 망사대 곁에 타루비(墮淚碑)를 세웠는니 비문(碑文)에 허였으되 “지위노친평생한(至爲老親平生恨) 허여 살신성효(殺身成孝)행선거라, 연파만리(煙波萬里)행심벽 허니 방초연년환불귀(芳草年年還不歸)라.” 이렇다 비를 허여 세워노니, 오고 가는 행인(行人)들도 뉘 아니 슬퍼하리. 심 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집팽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찾어가서 비문을 안고 우더니라. 일일(一日)은 심 봉사 마음이 산란(散亂)허여 딸의 비를 찾어가서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아비 눈을 띄우랴고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가거라, 나를 다려가거라. 산신(山神) 불악귀(惡鬼)야, 날 잡아가거라. 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눈 뜨기도 내사 싫다.” 비문 앞에가 엎드러져 내려둥글 치둥굴며 머리도 찧고 가삼 쾅쾅 두 발을 굴러 남지서지를 가리키는구나.

 

[창조]

낮이면 강도에 가 울고,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아니리]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 봉사가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四顧無親) 수족(手足) 없어 사람을 하나 구(求)하랴 허는디 마참 본촌(本村)에 뺑덕이네라는 여자가 있어 심 봉사가 딸의 덕(德)으로 전곡(錢穀) 간에 있단 말을 듣고 이웃 사람도 몰래 살짝 자원(自願) 출가(出嫁)허였것다. 이 뺑덕이네가 심 봉사 재산(財産)을 망허기로 드는디 꼭 먹성질로 망허것다.

 

[자진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먹고, 베 퍼주고 고기 사먹고,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행인 잡고 패악(悖惡)허고 이웃집에 밥 붙이기 잠자면 이 갈기와 배 끓고 발목 떨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들께 담배 달라 실랑허고, 정좌 밑에 낮잠 자고, 남의 혼인(婚姻)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뒤로 살짝 돌아가 봉창(封窓)에 입을 대고 “불이야!”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삣죽허면 뺏족허고, 뺏족허면 삣죽허고, 이 년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아조 뺑파에게 콱 미쳤것다.

 

[아니리]

나무칼로 귀를 싹 비어 가도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로는 관가(官家)에서 심 봉사를 청했거늘 심 봉사 관가에 들어간즉, 사또 허신 말씀 “지금 황성(皇城)서 맹인(盲人) 잔치를 허는디 잔치 참례 아니 허면 그 고을 수령을 봉고파직(封庫罷職)한다고 관자(關子)가 내렸으니 즉시 올라가라.” 허고 노비(路費)까지 후(厚)히 주것다. 심 봉사 대답허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오늘 관가에 가니 황성 맹인 잔치를 가라 허니 나 혼자 어찌 갈게.”

 

[창조]

“아이고 여보 영감, 황성 천 리 먼먼 길을

 

[아니리]

영감 혼자 어찌 가신단 말이오.

 

[창조]

여필종부(女必從夫)라니 천 리라도 가고 만 리라도 같이 가지요.”

 

[아니리]

“열 열 열 열녀(烈女)로다.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파 같은 사람은 못 보았고, 그러면 돈냥(兩)이나 있는 것 뉘게다 맡기고 갈고?”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몰라. 낳도 못허는 아이 선다고 살구값, 팥죽값, 떡값, 그리저리 제(除)허면 뭔 돈 있것소?” “그래 잘 먹었다. 계집 먹은 것 쥐 먹은 것이라더니 그만두고 길이나 떠나세.” 뺑덕이네 앞세우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라. 인제 내가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라느냐.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 리를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데 가 잘고. 유(劉) 황숙(皇叔)의 단계(檀溪) 뛰던 적로마(的盧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伊時/爾時)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병신 몸이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자룡(子龍) 타고 월강(越江)허던 청총마(靑驄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나 좀 메겨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것네.”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메기난디 어디서 들었다던지 전라도 김매기 반 경상도 메나리조(調)로 한번 메겨 보난디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 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친 학이나 되면 펄펄 수루루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를 가리.”

 

[아니리]

이렇게 올라가다가 정자 밑에서 여러 봉사들이 쉬어갈 제 “자,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 벽돌림 시조(時調)나 한 장쓱 허고 갈리제.” 심 봉사가 시조 말을 시주(施主)로 알어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내도 마시오. 내 딸 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소.” 여러 맹인이 대소(大笑)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酒幕)에 들어서 잠을 잘 제, 근처(近處) 사는 황 봉사라는 봉사가 주인과 약속을 허고 뺑덕이네를 꾀어 밤중에 도망을 허였난디, 심 봉사는 아무 물색(物色)을 모르고 첫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여보 뺑파, 아이 여보 뺑파!” 아무리 불러 봐도 도망간 사람이 대답헐 리가 있으리오. 심 봉사 겁이 나서 방 네 구석을 더듬어 보니 뺑덕이네가 가고 없제.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에 들어갔소?” “안에 들어온 일 없소. 밤중쯤 되어서 새파란 젊은 봉사허고 새벽질 친다고 벌써 떠났소.” “아니 그러면 나를 부르제.” “아 그 사람하고 내외간(內外間)인 줄 알았지, 누가 영감하고 내외간인 줄 알았소?”

 

[창조]

그제야 도망간 줄을 짐작허고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덕이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도망을 갔네. 당초에 니가 버릴 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가 나를 두고 니가 무엇이 잘되겠느냐.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너 그런 줄 내 몰랐다. 이야 아서라, 내가 니까진 것 생각하는 놈이 시러비아들 놈이제. 현철(賢哲)허신 곽 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내 딸 청이도 생이별(生離別)을 허였는디, 너까짓 년 생각허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중모리]
날이 차차 밝어지니 주인을 불러 하직허고 황성 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뺑덕이네 덕이네,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눈 뜬 가장 배반(背反/背叛)키도 사람 치고는 못 할 텐디,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되겄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새만 푸르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疑心)을 허고 바람만 우루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네. 그렁저렁 올라갈 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三伏) 성염(盛炎)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휘뿌릴 제, 한곳을 점점 내려가니

 

[중중모리]

시내 유수(流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르르르르 저 골 물이 퀄퀄 열에 열두 골물이 한데로 합수(合水)쳐 천방(天方)자 지방(地方)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끔져 건넌 병풍석(屛風石)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개(景槪)가 또 있느냐. 심 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내려가서 의복을 훨훨 벗어 놓고 물에가 풍덩 들어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주먹을 덥석 집어 양치질도 퀄퀄하고 또 한주먹 덥석 집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이 시원허고 장히 좋다. 삼각산(三角山)을 올라선들 이어서 시원허며 동해(東海) 유수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허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툼벙툼벙 좋을시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목욕을 허고 나와 보니 의관(衣冠) 행장(行裝)이 없거날

 

[창조]

심 봉사 기가 막혀 “아 이 좀도둑놈들아 내 옷 가져 오너라. 내 옷 갖다 입은 놈들은 열두 대(代) 떼 봉사 날 것이다.

 

[중모리]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허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백수(白首) 풍신(風神) 늙은 몸이 의복(衣服)이 없었으니 황성 길을 어이 가리.” 위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더듬 올라갈 제, 체면 있는 양반이라 두 손으로 앞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시거든 돌아서서 가시오 나 벗었소.”

 

[아니리]

한곳을 당도허니

 

[창조]

에이찌루 에이찌루 어라.

 

[아니리]

심 봉사 반기 여겨 “옳다 어디서 관장(官長)이 오나 부다 관(官)은 민지부모(民之父母)라니,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 손으로 앞을 가리고 기엄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及唱) 아뢰어라. 황성 가는 봉사로써 배알차(拜謁次)로 아뢰어라.” 행차(行次)가 머물더니 “어데 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랴는고?”

 

[창조]

“예, 소맹은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 잔치 가는 길에 날이 하 더웁기로 이곳에서 목욕을 허다 의관 의복을 잃었으니

 

[아니리]

찾아주고 가옵거나 별반(別般) 처분(處分)허옵소서.”

 

[중모리]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였으니 태수장(太守丈) 덕택의 살려 주오.”

 

[아니리]

이 행차는 무릉(武陵) 태수(太守)라 수배(隨陪) 불러 “의복 한 벌 내어주라.” 급창 불러 “너는 수건 써도 좋으니 갓 망근 내어주라.” 노비(路費)까지 후히 주며 잘 가라 하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 무지한 놈들이 담뱃대까지 가져갔사오니 어찌하오리까.” 태수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어 주었것다. 심 봉사가 좋아라고 “은혜(恩惠)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백배사례(百拜謝禮) 하직(下直)허고 황성 길을 올라갈 제, 낙수교(洛水橋)를 지내어 녹수경(綠樹京)을 건너 한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는디 심 봉사를 보고 조롱을 허것다. “근래 봉사들 한 시기 좋더구 아마 저 봉사도 황성 잔치에 가는 봉사인가부지. 거기 앉어 있지 말고 이리 와서 방아나 좀 찧어 주고 가시오.” 심 봉사가 그 말 듣고, “점심만 줄 테면 방아 찧어 주지요.” “아, 드리고 말고요.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 터이니 방아나 좀 찧어 주시오.” “허, 실없이 여러 가지 것 많이 준다.” 심 봉사가 점심을 얻어먹을 양으로 방아를 한번 찧어 보는디,

 

[중중모리]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 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 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重)헐쏜가 어유와 방아요.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이 남기로 집 지셨나 어유와 방아요. 신농씨(神農氏) 만든 따부 이 남기로 만들었나 어유와 방아요 이 방아가 뉘 방아냐 강태공(姜太公)의 조작(造作)이로다. 어유와 방아요. 방아 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턴가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와 방아야. 옥빈홍안(玉鬢紅顔) 태도(態度)련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렸구나 어유와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楚) 왕궁(王宮)의 허리련가. 어유와 방아요. 덜크덩 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머리 들어 오르는 양 창해(滄海) 노룡(老龍)이 성을 낸 듯 어유와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周) 난왕(赧王)의 돈수(頓首)련가 어유와 방아요. 오고대부(五羖大夫) 죽은 후에  방아 소리를 끊쳤더니 우리 성상(聖上) 즉위(卽位)허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허옵시니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古今)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소리나 하여 보자. 어유와 방아요.”

 

[자진모리]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한 다리 치어 들고 한 다리 내려딛고 오리락내리락허는 모냥 사람 보기 이상(異常)허구나. 어유와 방아요. 황성 천 리 가는 길에 이 방아를 만들었나. 어유와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 방아. 어유와 방아요. 재채기 난다 고추 방아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보리쌀 뜬물에 풋호박 국 끓여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와 방아요.

 

[중중모리]

떨크덩 떵떵 자주 찧어라.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와 방아요.

 

[아니리]
이렇다 방아를 찧고 점심밥 얻어먹은 후에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 심 봉사를 청하거늘 심 봉사 내념(內念)의 이곳은 나 알 이가 없것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外堂)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夕飯)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봉사님 내당(內堂)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 봉사 깜짝 놀래 “댁이 무슨 의단(疑團) 있소. 나는 독경(讀經) 못 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말으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이 좌(座)를 주어 앉히면서 그 부인 하는 말이 “당신이 심 봉사요?” “어찌 아시니까?” “아는 도리가 있나이다.”

 

[중모리]

이 부인이 말씀허되 “저는 안가(哥)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 일찍 기세(棄世)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어 복술(卜術)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이십오(二十五) 세(歲)에 길연(吉緣)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 세일 뿐더러 간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日月)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씨(沈氏) 맹인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신조(天佑神助)허여 이제야 만났으니 인연(因緣)인가 허옵니다.”

 

[아니리]

심 봉사 좋아라고 맘이야 좋것마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허는 소리 하나도 내게는 불관(不關)이오. 어찌되었든 간에 그날 밤을 동방화촉(洞房華燭)에 호접몽(蝴蝶夢)을 뀌었것다.

 

[진양조]

그때여 심 황후는 부친 생각 간절허여 자탄(自歎/自嘆)으로 울음을 울 제, "이 잔치를 배설(排設)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인당수에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님의 영험(靈驗)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신가? 당년(當年) 칠십(七十) 노환(老患)으로 병(病)이 들어 못 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路邊)에서 무슨 낭패(狼狽) 당(當)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亡終)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다 자탄허시다, 예부상서(禮部尙書) 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오시는 맹인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 이 있으면 별전으로 모셔 드려라.” 그때에 심 봉사는 안씨 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나드니 수심이 가득허였거늘 안씨 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내가 간밤에 꿈을 뀌니

 

[창조]

내가 불 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베껴 북을 메어 보이고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뵈이니

 

[아니리]

그 아니 흉몽이오?” 안씨 부인 듣고 꿈 해몽을 하는디,

 

[창조]

“신재화 하니 희락(喜樂)할 꿈이요, 개피작고(作鼓) 허니 큰소리 날 꿈이요, 낙엽(落葉)이 귀근(歸根) 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아니리]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날 궐문 안을 들어가면 징험(徵驗)이 있으리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 내게난 하나도 불관(不關)이오.” 아침밥을 지어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정원사령이 나온다. “각(各) 도(道) 각 읍(邑) 소경님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參禮)허옵소서.” 골목골목 다니시며 이렇다 외난 소리 원근(遠近) 산천(山川)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허옵소서.”

 

[아니리]

그때여 수백 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었을 제 심 봉사는 제일 말석(末席)에 참례(參禮)가 되얐는디,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 제, 심 봉사 앞에 당도허여 “이 봉사 성명이 무엇이오?” “예, 나는 심학규요.” “심(沈) 맹인(盲人) 여기 계시다.” 심 봉사를 뫼시고 별궁(別宮)으로 들어가니 심 봉사가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이고 어쩌려고 이러시오. 허허 이놈 용케 죽을 데 잘 찾어 들어왔다.” 내궁(內宮)에 들으니 그때 심 황후는 언간(焉間) 용궁에 삼 년이 되었고 심 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 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白首) 되었구나. 심 황후 물으시되

 

[창조]

“거주성명(居住姓名)이 무엇이며 처자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 봉사가 처자(妻子) 말을 듣더니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 뚝뚝 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 달에 산후(産後)탈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襁褓)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 내어 십오 세가 되었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천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 갈 제, 뜻밖에 중이 찾어와서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시주허면 소맹이 눈을 뜬다 허니 효성 있는 딸자식이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숙으로 죽은 지가 삼 년이오,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 황후가 이 말을 다 듣고 있을 리가 만무허지마는, 소리를 허자니 자연히 늦게 알았던 것이었다.

 

[자진모리]

심 황후 거동 봐라. 이 말이 지듯 마듯 산호 주렴 걷쳐 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희번덕거리며 “누가 날더러 아버지라고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無男獨女)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于今) 삼 년인디, 아버지라니 이거 웬 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인당수 빠져 죽은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청이를 보옵소서.”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휘번덕거리며 “예이 이거 웬 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일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해적해적허구나. 심 봉사 눈 떴단 말을 듣더니 만좌 맹인이 눈이 떨어질라고 눈가시 섬섬섬섬섬섬 벌레 기어다니는 맹이로 근질근질 근질근질허더니마는,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단이 있던가 보더라.

 

[자진모리]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 갈모 띠는 소리라 쫙쫙 쫙 허드니마는 모다 눈을 떠 버리난디 석 달 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허고 내려가던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로(中路)에서 눈을 뜨고 천하 맹인이 일시에 눈을 뜨는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회내다 뜨고, 떠 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어이없이 뜨고, 실없이 뜨고, 졸다 번듯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가 뜨고, 눈을 부벼 보다가도 뜨고, 지어(至於) 비금주수(飛禽走獸)라도 눈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光明天地)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그제야 정신 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七寶) 금관(金冠) 황홀허여 딸이라니 딸인 줄 알지 전후불견(前後不見) 초면(初面)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마는

 

[중모리]
옳제, 인제 알겄구나. 내가 분명 알겄구나.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꿈 속으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人道還生)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러 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 생시(生時)냐. 꿈과 생시 분별(分別)을 못 허겠네.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시구. 어제까지도 내가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짚고 나서면은 어데로 갈 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오날부터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집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 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시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 궁궐(宮闕)이 웬일이며 궁 안을 바라보니 창해(滄海) 만 리 먼먼 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還世上) 황후(皇后) 되어 천천만만(千千萬萬)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 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山陽水) 큰 싸움에 자룡(子龍)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날로 두고 이름인가.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곳적 시절 이래(以來)로 봉사 눈 떴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重)복 허니 요순(堯舜) 천지(天地)가 되었네. 송(宋) 천자(天子)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심 황후 폐하도 만만세(萬萬歲), 천천만만(千千萬萬) 세(歲) 태평(太平)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여러 봉사들도 심 부원군(府院君)과 함께 춤을 추고 노는디, 그 중의 눈 못 뜬 봉사 하나가 아무 물색도 모르고 함부로 뛰놀다가 여러 봉사 눈 뜬 것을 듣더니마는 한편에 가 울고 있구나. 심 황후 보시고 분부허시되 “만좌 맹인이 눈을 다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도 눈을 떴난디, 저 봉사는 무슨 죄가 지중(至重)허여 홀로 눈을 못 떴는고? 빨리 사실을 알아 들여라.”

 

[창조]

황 봉사가 아뢰난디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소맹의 죄를 아뢰리다. 심 부원군 행차(行次) 시(時)에 뺑덕이네라 허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酒幕)에 숙소(宿所)헐 제, 한밤중에 유인(誘引)허여 함께 도망(逃亡)을 허였는디, 그날 밤 오경(五更) 시(時)에 심 부원군 우는 소리 구천(九泉)에 사무쳐서 명천(明天)이 아신 바라, 눈도 뜨지 못하옵고 이런 천하 몹쓸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 황후 들으시고 “네 죄를 생각허면 죽여 마땅허나 네 죄를 네가 말하기로 특(特)히 살리노라.” 어명(御命) 허여노니 황 봉사는 눈을 하나 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되었구나. 이런 일을 보드래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 어찌 천도(天道)가 없다 하리오.

 

[엇중모리]

그때여 심 생원(生員)은 부원군(府院君)을 봉(封)허시고 안씨 부인 교지(敎旨)를 내려 정렬부인(貞烈夫人)을 봉허시고, 무릉촌 승상 부인은 별급상사(別給賞賜) 시키시고 그 아들을 직품(職品)을 돋우어 예부상서 시키시고 화주승은 불러올려 당상(堂上)을 시키시고 젖먹이던 부인들과 귀덕 어머니는 천금(千金) 상(賞)을 내리시고 무릉 태수 형주(荊州) 자사(刺史)는 내직(內職)으로 입시(入侍)허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歲役)을 없앴으니, 천천만만(千千萬萬) 세(歲)를 누루더라. 어화 여러 벗님네들 이 소리를 허망이 듣지 말고 효녀 심청 본을 받어 천추(千秋) 유전(流轉) 허옵시다그 뒤야 뉘가 알랴? 호가(好歌)도 장창불락(長唱不樂)이라. 그만 더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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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소리 수궁가, 강산제 심청가,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사설 링크입니다.

보성소리 수궁가 사설

 

https://blog.jinbo.net/jayul/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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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제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

 

http://blog.jinbo.net/jayul/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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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사설

[20250102_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pdf (238.75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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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제 심청가 사설

 

http://blog.jinbo.net/jayul/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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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1&sq=51119&thread=001001000&sec=2


판소리에 담긴 '억압에 맞선 여성', 눈으로 읽다

김경아 명창, '심청가', '춘향가', '유관순 열사가' 사설 담긴 도서 출판
19-11-01 09:20ㅣ 윤종환 기자 (un24102@nate.com) 

 

인천의 대표적 소리꾼 '김경아' 명창이 판소리 세 바탕을 담은 두 권의 도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범우사, 2019)',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저, 범우사, 2019)'를 출간했다.

출간된 책에는 3·1운동 100주기를 맞아 '억압에 맞선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세 인물(유관순 열사, 성춘향, 심청)에 대한 판소리 사설이 담겼다.

오는 2020년이 유관순 열사의 순국 100주기이며, 최근 사회적으로 뜨겁게 진행중인 여성운동 등과 시기를 맞춰 출간했다.

도서엔 판소리 '심청가', '춘향가', '유관순 열사가'의 사설이 담겼다. 차용된 한시는 부록으로 묶어서 해설했으며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나누어, 책을 통해서도 판소리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김경아 명창은 지난 1998년 인천에 정착하여 인천지역 판소리 보급과 제자 양성에 매진해왔다.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됐고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인천지부'와 '사)우리소리'를 설립하여 인천의 독자적인 판소리 활동 발판을 마련했다.

김경아 명창이 직접 기획·참여한 대표적 인천 판소리 공연으론 지난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아 진행한 <청어람 - 판소리 다섯바탕 공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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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newsjournal.com/news/articleList.html?sc_area=I&sc_word=sisa2018

 

소리꾼 김경아, 판소리 세 바탕을 출간
  
 민하늘 기자 sisa2018@daum.net
| 승인 2019.11.01 07:30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편저, 범우사)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저, 범우사)

 

 [시사뉴스저널] 민하늘 기자 =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고 유관순 열사 순국 99주기이다. 열사 순국 100주기가 되는 2020년을 앞두고, 김경아 명창이 유관순 열사가와 심청가와 춘향가 사설을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성춘향과 심청과 유관순이 82년생은 아니고 ‘유관순’은 실존 인물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82년생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억압에 맞선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더구나 춘향가, 심청가, 유관순 열사가에 공통적인 판소리라는 형식 또한 조선의 천만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중성과 사회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이 세 바탕의 판소리에서 억압에 맞서는 슬기를 새삼 배워보자!

이를 위해 이 책은 자세한 주석을 달았고, 차용된 한시를 부록으로 묶어서 해설했다. 그리고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나누어 판소리의 맛을 살렸다.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2016년 촛불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1987년 6월 투사들이 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에게 그랬을 것처럼, 1919년 3·1운동가들은 1894년의 동학농민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유관순 열사를 추모한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착한 사람들을, 3·1운동가들과 6월 투사들과 촛불들을 기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유관순 열사가’는 박동실 –> 장월중선 –> 정순임 명창을 거쳐 소리꾼 김경아에게 이어진 것으로, 해방 직후에 창작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추모곡이다.

 

“[진양조 장단] 사후 영결허신 우리 부모님 초상장례를 뉘 했으며 철모르는 어린 동생들은 뉘 집에서 자라날꼬. 분하고 내가 원통한 사정을 어느 누게다가 하소를 허리”(“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217쪽)

 

강산제 심청가

 

심청가의 마지막 눈대목(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심 봉사가 용서를 구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동시에 시각 장애인인 심 봉사가 개안(開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로, 심 봉사가 황후가 된 심청을 만나 ‘눈 뜨는 대목’이다.

 

“[중머리 장단]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

[자진모리 장단]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 아이고 갑갑하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176~178쪽)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단중머리 장단]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불경이부절을 본받고자 허옵난디 사또도 난시를 당하면 적하에 무릎을 꿇고 두 임금을 섬기리잇가?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천기 자식이라 그리 마오. 어서 급히 죽여주옵소서.”(“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110~111쪽)

 

“[중머리 장단] 선악을 구별허로 다니시는 어사옵지, 한 낭군 섬기랴는 춘향 잡으러 오신 사또시오? 마음은 본관과 동심허여, 똑같이 먹은 명관들이오. 죽여주오 죽여주오.”(“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184쪽)

 

앞에 인용한 것은 변학도에 대한 춘향의 ‘까칠한’ 지적이다. 뒤의 것은 자신이 아닌 척하며 어사또 수청이니 들라고 춘향을 시험하는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지적질’이다. 변학도나 어사또나 천한 기생을 차별하려는 마음을 ‘똑같이 먹은’ 자들이라며, 그들과 달리 성춘향 자신은 ‘한 낭군 섬기려는’ 사랑꾼임을 커밍아웃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춘향은 차라리 죽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이 반복될 때마다 살고 싶다고 같이 살자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얼마나 ‘슬기'로운 환청인가? 청각 장애인가?

 

김경아는 제24회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수상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다. 고 성우향 명창을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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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625339

 

[신간]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07.29 08:43

시조가 국민 가요였다면 판소리는 천만 영화였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판소리는 한사람의 천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지면서 만들어 온 민족문화의 정수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중견 소리꾼인 김경아 명창이 이를 다시 다듬어 책으로 내놓았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보아 대마디, 대장단의 선이 굵은 동편제에 속하는 소리로,  조선 후기 8대 명창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세종에 의해 시작된 소리이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김찬업, 정응민을 거쳐 김경아 명창의 스승인 성우향으로 이어져 왔다.

 

중견 소리꾼 김경아 명창은 '김세종제 춘향가'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두 가지의 타임캡슐을 이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춘향가가 생기던 300여 년 전으로 갈 수는 없지만, 150여 년 전 광대들의 사설이 책으로 남아 있고(‘춘향전 전집’ 1~17, 김진영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  100여 년 전 광대들의 소리가 유성기 음반으로 남아 있다.

이 두 가지 나침반을 들고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를 다시 한번 다듬었다. 이번에 발간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는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 사설을 정성들여 정리했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한자어와 고사성어에 주석을 달아 그 맥락을 문학적으로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창본(소리책)으로 쓸 수 있도록 장단에 따른 소리 마디를 구분하여 편집한 부분이다. 정간보나 오선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판소리의 음률을 자신만의 악보로 만들어 직접 소리꾼이 되어 춘향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마지막으로 사설에 인용된 한시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달아, 춘향가에 차용된 한시 원문을 부록으로 실었다. 동양 인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는 판소리에 나오는 수많은 한시는 그것을 음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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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제 심청가 ·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정오표입니다.

 

[20250102_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pdf (238.75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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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제 심청가 사설

 

https://blog.jinbo.net/jayul/99

 

 공공 도서관은 희망 도서 신청이 안 되겠지만, 혹시 대학 도서관에 가능하시다면 희망 도서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돌민 올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765136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8026912&start=slayer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637833

 

https://bookk.co.kr/bookStore/67a19e7bf3250118b23851c3

 

 이 책은 (모흥갑 -) 박유전 - 정재근 - 정응민 - 성우향으로 이어진 심청가(沈淸歌)를 주해(註解)한 것이다. 이 책의 주해는, 『심청전 전집』 1~12권(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에서 150여 년 전부터의 사설을 두루 발췌독 하며 그 문맥에 기초해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여 년 전 유성기 음반의 복각 녹음에 실증적으로 기초하기도 했다. 끝으로,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누리집(ctext.org)과 한국 고전종합 DB 누리집(db.itkc.or.kr)과 각종 백과사전과 어학 사전 등에서 총체적으로 용례를 검증하기도 했다.

 물론 본문 자체는 정응민의 ‘창본(소리책)’, 성우향의 사설과 녹음과 영상에 기초했다. 특히, 성우향의 영상인 『완창 판소리 – 심청가』(송원조·정화영 북,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2001)와 성우향의 1977년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감상회’ 연속 공연 녹음인 『성우향 심청가』(김명환·김동준 북, 지구레코드, 1998)에 기초했다.

 참고로, 정응민의 창본은 정회석·조정희가 탈초(脫草) 하고 배연형이 감수한 「<부록 2> 정응민 <심청가> 창본 (1935)」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자료는 정회석의 「정응민 가계 <수궁가>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양상」(한양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한양대학교, 2014)에 실린 것으로, 『정응민 가계 보성소리 창본 1 – 심청가』(정회석 엮고 지음, 여유당, 2023)에 재수록되었다. 정응민의 창본 자료가 탈초 되어 있음을 알려주신 은인은 배연형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장님이시다. 배연형 연구소장님의 전자 우편을 알려주신 은인은 비가비 이규호 선생님이시다. 애초에, 이규호 선생님을 처음 소개해 주셨던 은인은 손태도 교수님이셨다.

 한편, 구할 수 없는 녹음 자료는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님과 ‘정창관의 국악음반세계’ 정창관 대표님의 은혜 덕분에 들을 수 있었다. 김문성 국악 평론가님과 이강직 선생님의 따듯한 배려에 대해, 『당시별재집』 1~6권(심덕잠 엮음, 서성 옮김, 소명출판, 2013)과 『조선 사람이 좋아한 당시』(이종묵 평역, 민음사, 2022)와 『심청전 전집』 1~12권 등의 논저에 대해, 벗의 우정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초고를 집필해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공편)라는 책에 무상으로 실었었으나, 적지 않은 부분을 개고해 이 책으로 냄을 밝힌다. 끝으로, 참고 문헌을 각주로 대신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2025년 2월 4일 화요일에
인천 율목 도서관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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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0_"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범우사, 2019) 정오표

http://blog.jinbo.net/jayul/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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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_강산제 심청가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정오표.pdf (151.57 KB) 다운받기]

 

[20221116_강산제 심청가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정오표.hwp (24.00 KB) 다운받기]

 

20221116_“강산제 심청가 ·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 범우사, 2019) 정오표

dolmin98@hanmail.net 석민

 

11쪽 각주
2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 심청이 태어나서 자란 황해도 황주. 국문학자 장지영은, “중국 호북성에 속한 부(府)인데, 황주부의 황안현에 도화진(桃花鎭)이란 마을이 있고, 황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남성 상덕부 무릉현이 있으므로, 중국의 지명이다”라고 했다.(정병욱 외 감수,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82, 87쪽 각주 3) 여기서 상덕부 무릉현은 작품의 중반부에 나오는 배경인 무릉촌(武陵村)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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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 국문학자 장지영은, “중국 호북성에 속한 부(府)인데, 황주부의 황안현에 도화진(桃花鎭)이란 마을이 있고, 황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남성 상덕부 무릉현이 있으므로, 중국의 지명이다”라고 했다.(정병욱 외 감수,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82, 87쪽 각주 3) 여기서 상덕부 무릉현은 작품의 중반부에 나오는 배경인 무릉촌(武陵村)을 이른다. 한편 황해도 황주라는 주장도 있다.

 

13쪽 각주

22 꾓담 : 불명. “ᄭᅪᄯᅡᆷ”이나 “ᄭᆡㅅ담누비”와 같은 형태가 많고 「심청가 소장본」에는 “외올딋기 잔누비질 고누비”(배연형 엮음, 『춘향가 심43장정명기 청가 소리책』,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365쪽)의 형태가, 「이선유 창본 심청가」에는 “돌드기 ᄶᅩᆨᄶᅩᆨ누비 양누비”(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심청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53쪽)의 형태가 있는 정도이다. 또는 전주의 무지내(巫知唻, 큰무당)였던 성화춘(1891~1979)의 무가(巫歌) 가운데 『완자문 괴단염낭용모셰양경명주사』(「전라도 무가」, 경북대 김문기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고전의 세계 누리집 gojun.knu.ac.kr, 전라도 손님굿 무가 게시물 첨부파일, 22쪽, 2019년 4월 16일 검색)에서 볼 수 있는 괴단두루주머니(염낭)가 변형된 것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몇몇 춘향가 사설에서도 ‘괴단쥼치(주머니)’의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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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꾓담 : 불명. “ᄭᅪᄯᅡᆷ”이나 “ᄭᆡㅅ담누비”와 같은 형태가 많고 「심청가 43장(정명기 소장본)」에는 “외올딋기 잔누비질 고누비”(배연형 엮음, 『춘향가 심청가 소리책』,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365쪽)의 형태가, 「이선유 창본 심청가」에는 “돌드기 ᄶᅩᆨᄶᅩᆨ누비 양누비”(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심청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53쪽)의 형태가 있는 정도이다. 또는 전주의 무지내(巫知唻, 큰무당)였던 성화춘(1891~1979)의 무가(巫歌) 가운데 “완자문 괴단염낭용모셰양경명주사”(「전라도 무가」, 경북대 김문기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고전의 세계 누리집 gojun.knu.ac.kr, 전라도 손님굿 무가 게시물 첨부파일, 22쪽, 2019년 4월 16일 검색)에서 볼 수 있는 괴단두루주머니(염낭)가 변형된 것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몇몇 춘향가 사설에서도 ‘괴단쥼치(주머니)’의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4쪽 1줄 ······ 접기배자 ······ -> ······ 접기 배자 ······

 

18쪽 각주 75 ······ 산자(饊子/子) ······ -> ······ 산자(饊子/子) ······

 

23쪽 각주 129 정신(正身) : 생신(生身). 의생신(意生身). 부처나 보살이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기 위해 변화한 신체. 사설에 따라 전신(全身, 몸 전체)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 달 정신(情神) : 월정신(月情神, 달처럼 밝은 정신세계). 정신(正身,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부모에 의탁하여 태어나는 육신)이나 전신(全身) 또는 “유수금일(流水今日) 명월전신(明月前身)”에서 따온 전신(前身)일 수도 있다.

 

30쪽 1줄 ······ 불 ······ -> ······ 불 ······

 

30쪽 각주
182 승불(勝佛) : ‘보승불(寶勝佛)’의 변형인 듯하다. 금강계(金剛界) 만다라(曼茶羅) 팔엽연대(八葉蓮臺)의 남방월륜(南方月輪) 중앙에 위치해 있는 부처를 말한다. 일체의 재물과 보배를 맡은 부처이다. ‘보생불(寶生佛)’이라고도 한다.
 또는 ‘생불(生佛)’이나 ‘살불(薩佛)’의 변형일 수 있다. 여기서, 생불은 생불대왕(生佛大王)을 뜻한다. 열다섯 살이 되기 전 어려서 죽은 영혼들을 다스리며 인간 세상에서 아이를 못 낳은 사람에게 아이를 점지해 준다. 그리고 살불은 ‘보살과 부처’를 뜻한다.
->
182 삼불(三佛) : 삼불 제석(帝釋)은, 무당이 모시는 삼위(三位)의 불신(佛神). 무당의 신당에 무신도로 그려져 있거나 무당이 굿할 때 쓰는 부채에 그려진 세 부처의 그림이다. 삼불의 뜻은 다음과 같다. 극락에 있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통틀어 이르는 말. 둘째, 부처의 신체를 그 성품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눈 것. 법신불, 보신불, 응신불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이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선종의 전통을 따라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이른다.

 

31쪽 각주 187 ······ 일포(一胞)요. 두 팔꿈치를 합해 삼포요. 두 ······ -> ······ 일포(一胞)요, 두 팔꿈치를 합해 삼포요, 두 ······

 

43쪽 2~3줄 ······ 곽 씨 ······ -> ······ 곽씨 ······

 

44쪽 각주 287 영이기가 ······ -> 영이기가(靈輀旣駕) ······

 

44쪽 각주 289 ······ ‘송별(送別)’의 구절. “춘초년록(春草明年綠) 왕손귀불귀(王孫歸不歸, 떠나간 그대는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 (한시 – 13. 2. 참고) -> ······ ‘송별(送別)’에서 ”춘초년록(春草明年綠, 저 풀들은 내년 봄에도 다시 푸르겠지만) 왕손귀불귀(떠나간 그대는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를 차용했다. (한시 – 13. 2. 참고)

 

48쪽 5줄 ······ 박전허나 ······ -> ······ 박전 허나 ······

 

51쪽 각주 327 ······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 대나무 위의 눈물 사라지리라)을 차용한 ······ -> 327 ······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 대나무 위의 눈물 사라지리라)을 차용한 ······

 

63쪽 4줄 ······ 시비따라 ······ -> ······ 시비 따라 ······

 

78쪽 각주 461 ······ 蓼莪(육아) ······ -> ······ 육아(蓼莪) ······

 

97쪽 각주 551 ······ 33. 1. ······ -> ······ 24. 1. ······

 

97쪽 각주 552 ······ 전남 방언. -> ······ 전북 방언.

 

97쪽 각주 557 ······ 유유 ······ -> ······ 유유 ······

 

98쪽 각주 561 ······ 도판도판 ······ -> ······ 도판 ······

 

100쪽 각주 575 ······ 22. 1. 참고)“애내성중만고심 ······ -> ······ 22. 1. 참고) “애내성중만고심 ······

 

각주 575 ······ 애내일성산수록(烟銷日出不見人, 삐걱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온통 파랗기만 하네) ······ -> ······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錄, 삐걱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온통 파랗기만 하네) ······ 

 

100쪽 각주 576 장사 ······ -> 장사(長沙) ······

 

101쪽 각주 583 ······ 31. 1. ······ -> ······ 23. 1. ······

 

101쪽 각주 586 ······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 -> ······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

 

109쪽 각주 638 ······ ‘어부(漁夫)’에 ······ -> ······ ‘어부(漁夫)’에 ······

 

118쪽 각주 706 ······ 아래 노닐)” ······ -> ······ 아래 노닐)” ······

 

119쪽 각주 708 ······ 어부가(漁歌)의 ······ -> ······ 어부가(漁歌)의 ······

 

119쪽 각주 709 ······ 이현보의 ‘어부가(漁歌)’에는 ······ 흘러가다)라는 ······ -> ······ 이현보의 ‘어부가(漁歌)’에는 ······ 흘러가다)라는 ······

 

120쪽 각주 719 ······ 玄冥,西海之 ······ -> ······ 玄冥, 西海之 ······

 

123쪽 각주 743 ······ 24. 1. ······ -> ······ 25. 1. ······

 

130쪽 3줄 ······ 옥진 부인 ······ -> ······ 옥진부인 ······

 

137쪽 각주 838 기화요(琪花瑤草) ······ -> 기화요(琪花瑤草) ······

 

139쪽 각주 852 ······ 부용작약변개 ······ -> ······ 부용작약변개 ······

 

147쪽 8줄 ······ 하라 만일 ······ -> ······ 하라, 만일 ······

 

147쪽 9줄 ······ 봉파직 ······ -> ······ 봉파직 ······

 

164쪽 4~5줄 ······ 녹수경 지내 낙수교 건너 ······ -> ······ 녹수경 지내 낙수교 건너 ······

 

164쪽 각주 980 ······ ‘조발조수(早發韶州)’ ······ -> ······ ‘조발소주(早發韶州)’ ······

 

167쪽 각주 1001 ······ 목공(穆公 진나라 9대 왕) ······ -> ······ 목공(穆公, 진나라 9대 왕) ······

 

173쪽 6줄 ······ 흉몽이?” ······ -> ······ 흉몽이?” ······

 

174쪽 2줄 ······ 불관이.” ······ -> ······ 불관이.” ······

 

176쪽 11줄 ······ 못 하옵고 ······ -> ······ 못하옵고 ······

 

182쪽 3줄 ······ 태고 적 ······ -> ······ 태곳적 ······

 

182쪽 10줄 ······ 심부원군······ -> ······ 심 부원군······

 

183쪽 5줄  ······ 심부원군······ -> ······ 심 부원군······

 

184쪽 9줄 ······ 심생원······ -> ······ 심 생원······

 

185쪽 6줄 ······ 장창락 ······ -> ······ 장창락 ······

 

185쪽 각주 1076 ······ 장창락(長唱不樂) ······ -> ······ 장창락(長唱不樂) ······

 

187쪽 각주 1079 ······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통틀어 유관순 열사에 관한 최초의 추모곡이다. -> ······ 유관순 열사에 관한 추모곡이다.

 

189쪽 각주 1080 일제는 러 · 일전쟁(1904년)을 발발하고 -> 일제는 1904년 러일전쟁을 일으키고 ······

 

196쪽 1줄 ······ 언중유순 ······ -> ······ 언정이순 ······

 

196쪽 각주 1115 언중유순 ······ 순하다. -> 언정이순(言正理順) : 말이나 이치가 바르고 옳다.

 

196쪽 각주 1119 ······ 제 26대 ······ -> ······ 제26대 ······

 

200쪽 1줄 ······ 선언를 ······ -> ······ 선언를 ······

 

209쪽 7줄 ······ 범한 ······ -> ······ 범한 ······

 

209쪽 9줄 ······ 이말을 ······ -> ······ 이 말을 ······

 

214쪽 2줄 ······ 판결 언도1158 ······ -> ······ 체형1158 언도 ······

 

각주 1158 언도(言渡) : ······ 한다. -> 체형(體刑) : 징역이나 금고 따위,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형벌. 다른 뜻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 형벌을 가하다. 또는 그렇게 하는 형벌.

 

216쪽 2줄 ······ 추연1160히 ······ -> ······ 추연히1160 ······

 

217쪽 1줄 ······ 임명허"니 ······ -> ······ 임명허니 ······

 

220쪽 12줄 ······ 육장이 ······ -> ······ 죽탕이 ······

 

225쪽 13줄 ······ 小旻之什(소민지십) 蓼莪(육아) ······ -> ······ 소민지십(小旻之什) 육아(蓼莪) ······

 

226쪽 18줄~227쪽 1줄 안색초췌 형용고고 -> 안색초췌 형용고고

 

230쪽 4~5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1쪽 14~15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3쪽 5~6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6쪽 12~13줄 ······ 노닐, ······ -> ······ 노낼, ······

 

258쪽 17~18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72쪽 7줄 춘초연년록(春草明年綠) ······ -> 춘초명년록(春草明年綠) ······

 

276쪽 13~14줄 15. 1.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元和十一年自朗州召至京), 희증간화제군자(戲贈看花諸君子) -> 15. 1.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元和十一年自朗州召至京), 희증간화제군자(戲贈看花諸君子)

 

279쪽 10~11줄
待來竟不來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고
落花寂寂委靑苔 낙화만 조용하게 이끼 우에 시드네.
->
待來竟不來(대래경불래)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고
落花寂寂委靑苔(낙화적적위청태) 낙화만 조용하게 이끼 우에 시드네.

 

283쪽 9줄 ······ (부지하처적상군) ······ -> ······ (부지하처조상군) ······

 

288쪽 11줄 17. 7. 원정 -> 17. 7. 원정(怨情) 

 

296쪽 9~10줄 ······ 제 1곡부터 제 9곡까지 ······ -> ······ 제1곡부터 제9곡까지 ······

 

297쪽 1줄 누락 -> 23. 최호(崔顥, 704?~754)

 

23. 1. 황학루(黃鶴樓)
昔人已乘白雲去(석인이승백운거) 옛 선인 이미 황학 타고 가버리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 땅에는 그저 황학루만 남아 있다.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은 한번 떠난 후로 다시 오지 아니하고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흰 구름만 천년토록 여전히 떠 있다.
晴川歷歷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맑은 날 강에는 한양의 나무들이 뚜렷하고
春草萋萋鸚鵡洲(춘초처처앵무주) 향기로운 풀들은 앵무주에 무성하다.
日暮鄉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해는 저무는데 고향은 어디메뇨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강 위의 안개가 시름겹게 하노라

 

 황학루에는 여러 전설이 있다. 황자안(黃子安) 또는 비문위(費文褘)란 신선이 황학(黃鶴)을 타고 이곳을 왔었기 때문에 황학루라고 했다는 설이다. 이 시는 천고의 절창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97쪽 2~3줄 한 줄 붙여야 합니다.

 

297쪽 3줄 23. 1. ······ -> 24. 1. ······

 

297쪽 10줄 ······ 자자 ······ -> ······ 자자 ······

 

298쪽 3줄 24. 1. ······ -> 25. 1. ······

 

298쪽 15~16줄 ······ 해석하기도 다. -> ······ 해석하기도 다.

 

뒤표지 날개 4줄 공연등 -> 공연 등

 

뒤표지 5줄 ······ 100주년 ······ -> ······ 100주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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