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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원더풀 라이프]행복했던 단 한 장면의 추억을 선택하세요!

만약 한평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 장면만을 간직해야 한다면 어떤 장면을 선택할까? 선택이나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빨리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굴곡이 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저 그렇게 순탄한 삶, 특징이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정말 선택하기 힘들 게 분명하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 냄새, 느낌, 시작, 후각 등으로 조합되어 뇌속에 남아있게 되는데..어떤 것은 한가지의 감각만으로도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모든 감각이 총 동원되어 세밀하게 남아있다. 행복했던 단 한가지의 기억을 충실하게 재현해 주며 죽은 이들을 영원으로 시간으로 보내는 중간계의 사람들. 정작 그들은 하나의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영혼들이다. 그속에서 시오리는 모치즈키를 말없이 짝사랑하고, 1930년대 사람인 모치즈키는 자신이 죽기전 약혼자의 남편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녀가 가지고 간 추억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했던가에 대한 강력한 궁금증과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를 몰래 사모했던 시오리는 모치즈키 약혼녀의 추억을 같이 추적하고, 결국 그가 추억을 선택하게끔 도와주지만 중간계를 떠나면서 그 모든 일을 잊어버릴 그의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결국 그의 오랜 삶의 기억 속에서 단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떠나게 된다.(그게 뭔지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비디오 껍데기를 보면서는 따뜻한 로맨틱 코메디인가 보다 했지만 모치즈키와 시오리의 묘한 감정의 교차라던가..저세상에 두고온 약혼자에 대한 사랑을 놓고 벌이는 삼각관계도 전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사람의 추억, 사람의 마음을 다른 측면에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성관계가 최고라는 사람, 아이를 낳는 순간, 비행하며 하늘에 떠있던 그 시간, 고향의 털털거리는 버스안,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던 호텔방, 오빠가 사준 드레스와 신발을 신고 춤추던 어린시절, 벚나무 아래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면 앉아있던 날, 아내와 지난 시간을 얘기하던 낙엽지던 오후의 벤취....20살 젊은 백수는 왜 과거야야 하느냐, 미래의 꿈같은 건 안되냐고 되물으며 여긴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며 중간계 관리자에게 툴툴 거리며 따지기도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을 감독은 특별한 개입없이 자연스럽게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다. 영혼들을 배웅하는 기악대, 큰북, 작은북, 아코디언의 소리들이 우중충한 하늘에 맴맴 돈다. 나는 어떤 추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저 중간계에 남아 버리지 않을까? ▩ 편집,각본,감독 : 코레에다 히로카즈 ▩ 촬영: 야마자키 유타카, 스키타 마사요시 ▩ 프로듀서: 사토 시호, 시게노부 유타카 ▩ 조명 : 사토 유즈르 ▩ 출연 : 아라타(모치즈키 역), 오다 에리카(시오리 역)/나이토 타카시(와타나베 역) 테라지마 스스무(스기에 역) (1998년 낭트영화제 그랑프리/ 토리노영화제 최우수 각본상/산세바스찬영화제 FIPRESCI상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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