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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홍성담전시-캔버스 굿판서 인류의 한풀이

[중앙일보] 화가 홍성담(49)씨를 사람들은 독종이라 부른다. '5월 광주'를 그림으로 증언하겠다며 밤낮없이 판화를 파던 그를 지켜본 후배도, 옛 안전기획부의 고문기술자도 모두 그가 신념 앞에 얼마나 무서운 투사가 되는지를 기억한다. 정작 홍성담씨 자신은 보살행을 살았다고 말한다. "이 땅에 산 죄,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 산 죄, 분단된 금 속에 머무른 죄값을 하려 그림으로 고행했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그림을 '부적'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 화가 홍성담씨는 동북아시아의 문화원형이 낡고 지친 서구 문명을 대신할 새 세기의 빛이라고 믿는다. 그가 세상을 정화하는 굿판을 화폭 위에 펼쳐놓고 인류를 위한 푸닥거리를 그린 '신몽유도원도'는 세상을 끌어안은 여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가화(假花).홍성담'은 한층 깊어진 화가의 생각과 마음을 가늠하게 만드는 개인전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 퀸스미술관 초대로 열었던 '동쪽의 물결-저항과 명상 홍성담'이후 홍씨는 동북아시아 문화의 원형을 더듬는 일에 더 힘을 쏟는 눈치다. 서구의 이성 대신 이제는 동방의 샤머니즘이 인류를 구하리라는 믿음을 그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 제목인 '가화'가 상징하듯 그의 그림은 굿판에서 펄럭이는 종이꽃처럼 우리 민족, 나아가 인류의 한풀이를 이야기한다. 바리데기 공주, 우주나무, 연꽃 등 한민족 설화가 큼직한 캔버스 위에 한 판 푸닥거리처럼 펼쳐진다. 붉은 외투를 두른 파시스트를 정화하는 무녀의 칼, 여신의 자궁에서 쏟아지는 생명의 물줄기, 고구려 벽화에서 날아온 궁사와 동물들, 여자의 얼굴을 찢고 나오는 호랑이 등 '신몽유도원도'는 지난 2000년 문명의 쓰레기로 범벅이 된 세계를 끌어안는다.

홍씨가 잡은 또 하나의 화두는 아바타다. 가상 공간과 아바타 문화에 빗대어 오늘의 한국 상황을 돌아보고 있다. 2002년 전국을 뒤흔든 '붉은 악마'의 숨겨진 욕망을 그려낸 '아바타' 연작은 또하나의 파시즘이 들끓고 있는 우리 현실을 치고 있다. 한밤중 도심을 수놓은 촛불 시위 현장을 불꽃의 모판으로 그려낸 '화종(火鐘)'은 섬뜩하게 아름다운 시민의 마음을 그린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저 작은 불씨들의 모판, 그 모판을 보며 불씨들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라고 평했다. 이제 홍성담씨의 그림이 바로 그 불씨다. 02-720-1524.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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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전시가 끝난다고 해서...오늘 학고재에 간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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