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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길을 묻다

나도 별을 보고 왔다.

8월 12~13일

학교에서 하는 별나라여행 짧은 캠프에서였다

8월 12일은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날이라고 해서 홍선생님이 잡으신 날이였다.

13가족 40여명이 모인 오붓한 모임..

 

도착지인 영덕학생야영장은 전에는 초등학교였다가 폐교가 되었던 것을 영덕교육청에서

야영장으로 개조한 곳이다. 어릴 때 다녔던 내 국민학교의 풍경처럼 작고 아담한 운동장과

교사가  고향의 품처럼 아늑했다. 거의 대부분이 아빠를 동행한 가족나들이여서 운동장 한

켠의 그늘엔 줄줄이 텐트가  늘어섰다. 우리 가족은 나와 혜지만 왔다. 상원이는 웬일로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했고  남편은  세미나 때문에 올 수 없었다. 우리처럼  온 미완의 가족들은  굳이 텐트를 칠 일도 없었으므로 느긋하게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별을 보러 왔지만  이미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 한껏 몸과 마음을 풀어 놓고 있었다. 그것은 별이 주는 에피타이저 쯤 될까?

 

본격적으로 별과 별똥별을 볼 시간은  아직 멀었기에 홍선생님은  자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으라고 하셨다. 홍선생님의 차를 같이 얻어타고  온  6학년 여학생 다솜이와

그애 엄마,그리고 혜지와 나는  밥 할 생각은 아예 뒷전이었다. 우리는  수학여행온 학생들

처럼  재잘대며  야영장 뒤편으로 가보았다. 잡풀로 우거지  강둑 아래로 영천이라는 냇가가 있었다.  양쪽에 이어진 자갈길까지 합하면 강폭은 족히 5~6미터는 되보였다.

제일 먼저 냇물로 뛰어든 건  당연히 혜지였다. 왜 당연히 라고 하냐면 혜지는 워낙 호기심이 많고  겁없고  뭐든 자기가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한마디로 모험가 타입이라서 그렇다.

 

냇가에서  우리는 예쁜 자갈들을 줍고

다슬기를 잡았다 놓아주고 잡았다 놓아주고

즐거운 웃음은 강물에 흘리고

 

그러다보니  야영장으로 돌아왔을 땐 다른 가족들은 저녁을 이미 먹고 있거나

다 먹고  과일 등을 먹기도 하고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우리도(어찌어찌하다

보니 다솜이네와  식사공동체가 된 그런 우리) 얼른 쌀 씻어 안치고  옆의 텐트에서 불판도

빌리고 하여  급히 밥을 먹었다. 뭐  급한 척을 했을 뿐이지  사실은 무리에서 이탈한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고 있었다..

 

본격적인 캠프의  일정이 시작됐다

교실수가  1,2층 다해봐야 12학급 정도밖에 안 됐었을 아담한 학교, 그나마도  2층의 4학급

정도는  벽을 터서 지금은 강당으로 쓰고 있었다.  그 강당에서  첫번째 수업이 시작됐는데

내용은  태양계 모형 만들기 였다. 전지와 콤파스, 풀, 연필, 색연필 등을 사용한 2차원 평면 모형. 지구 지름을 1cm로 축소하여 태양과 나머지 행성들을 만들어 보는 거였다. 지구 지름은 1cm,태양의 지름은  69.5cm.. 상상이 가는가.. 그 어마어마한 크기와  거리..

 

은하수와  여름철 별자리를 대형 슬라이드로 다시 한 번 보고  10시 반 경이 되어서야  어두컴컴해진 운동장으로 드디어 나갔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도 식별이 안 될 정도로 캄캄한 운동장엔 가족 단위로 돗자리가 펼쳐지고, 운동장은   마치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푸른 언덕쯤 되었다.

혜지와 내가 돗자리를 깔고 눕자마자  3개의 유성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슉슉슉 지나갔다.  홍선생님의 잔잔한 설명이  자장가 같다

 " 별을 볼 때는 항상 저기 북쪽에 북극성을 기준으로 별자리를 찾습니다. 저 북극성에서

쭉 뻗어나간  저  구름같은  커다란 띠가 바로 은하수입니다, 잘 보이죠?  저 은하수 끝이 남쪽, 여기가 서쪽 ,저 쪽이 동쪽입니다. 근데 가만 보시면 동쪽으로는 별이 잘 보이지 않죠?   예, 그럴 겁니다. 그게 왜 그러냐면  동해바다의 고기잡이 배 땜에 너무 환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겁니다. 자 다시 와서 여기 은하수 가운데  여름철 별자리 중 큰 세 개의 별자리부터 볼까요?  우선 백조부터 봅시다. 여기 백조가 이렇게  그 아래 거문고, 그리고 독수리

보입니까? ...."

 

선생님은 신이 나셨다. 별 전도사 같다. 그 옛날  먼 나라의 양치기들이 만들었다던 별들의

길..그 길을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중간중간에도 별똥별은  또 서너개 쯤 떨어진다.. 별들이 불타면서 빛나는 꼬리..유성..

 

저런 별들의 꼬리를  어릴 적 우리 집 대문앞  좁은 평상에 누워서도 보았었는데..

그 때에도 별은 지고  나는 소원을 빌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밤마다  별이 쏟아지는 집앞에 나는 있었고, 소원은 무궁무진했더랬다.. 무슨 소원을 빌었던가..  좋아하는 누구누구 오빠에게 고백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든지  가족이 건강하게 해 달라든지  뭐 그렇고 그런 비슷한 작은 바램들.. 그 별들은 이미 다 타서 태양계에서는 이미 자취도 없고 흔적도 없다는 사실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애시당초 소원 따위는 빌어볼 생각도 안 했었을까?
 

아주 아주 느리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마지막으로 나와 혜지는 잠 잘 방으로 올라갔다. 혜지가 너무 졸려해서.. 아주 아주 느리게 떨어지는 그  별똥별을 보면서, 아주 아주 많은 소원들을 빌어 볼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는 그 느린 별의 꼬리를 보면서  나는 아무 소원도 빌지 않았다.  별에게든 신에게든  간절히 원할 그 무엇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느릿느릿  자기 생을 마감하는 별에게  잘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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