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게시판(http://go.jinbo.net/jineeya) 에서 퍼온 옛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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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 우리가 만든 거대한 像
캔버스 안에 녹아있는 현실세계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2003 대표작가 초대전 [ 신학철 - 우리가 만든 거대한 像 ]이 열리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안에 마로니에 미술관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보다 더 놀랐던 건 전에 광주에서 봤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소갤러리 + 1층 전시실 + 2층 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었는데, 내 동선에 따라 기억을 더듬어볼까 한다.
*** 소갤러리
작품명 [모내기]
*** 1층 전시실
1층 전시실에서는 신학철 선생님이 민중화가로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7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이 연결되며 이어져있는 꼴라주 작품들은 묘한 감동이 있는데, 마치 작가가 일생을 걸쳐 한국의 근현대사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정리해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일례로, [ 한국 근대사 - 금강] 이라는 작품은 일제시대부터 한때 민중의 상징이기도 했던 명동성당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그림 하단부터 상단으로 올라가면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작품이 역사 교과서를 대체하는 느낌이다.
[ 작품명 : 한국근대사 - 금강 ]

[한국현대사 - 초혼곡] 시리즈는 돌아가신 열사들의 쓰러진 모습들을 세로로 세워, 다시 일어서는 열사 정신을 표현했다고 한다.(사실 전시장 돌고 있을 때 신학철 선생님이 직접 와 계셨었는데, 옆분에게 설명해주시는 걸 들었다. 오호호... 이런 행운이...)
[작품명 : 한국현대사 - 초혼곡]

*** 2층 전시실
2층 전시실에는 소갤러리와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다. 116.7x80.3cm 나 되는 이 거대한 작품을 처음 본건 광주에서였다. 아마도 2000년이었던 것 같다. 광주 비엔날레 때 광주항쟁 특별전시회가 있었던 것 같다. 방 하나에 ㄷ 자 모양으로 전시된 이 그림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현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사실 그때는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제2 전시실을 가득 메운 이 그림을 보면서 이 그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기분이다. 1자로 길게 전시된 이 그림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지만, 벽 맞은 편에 제작에 사용된 신문, 잡지, 사진 등등과 작가의 메모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정리해온 작가의 일생중에서도 이 작품은 많은 대중의 인상에 강렬히 남을 만한 작품인 것 같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나의 역사를 나의 방식대로 정리할 수 있을까?
[ 작품명 : 갑순이와 갑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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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대표작가 초대전
기간 : 2003. 11.21 - 12.21
제목 : 신학철 - 우리가 만든 거대한 像
장소 : 마로니에미술관 제1,2 전시실, 소갤러리
그림출처 : 팜플렛/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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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진경 - 그 새로운 이름]
- 하나의 웅장한 풍경화같은 전시회
듣기만해도 금강산 속을 걷는 듯한 감성을 전해주는 단어, "眞景".
진정한 절경을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의 의지로부터 꽃을 피우게 된 진경산수화는 이후 조선각지의 명승지가 그려지면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진경의 본뜻은 '실제의 경치'를 의미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고유명사로 인식할 정도이다. 이번 전시 [진경 - 그 새로운 이름]은 조선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진경에 대해 200년도 훌쩍 넘긴 현대 작가들이 배포있게 자신만의 진경을 선보이고 있다.
원형으로서의 자연
역시 시작은 자연의 모습을 흠뻑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새삼스레 자연을 작품으로 접하다보니 마치 술에 취한듯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예를들어 비디오 모니터 10대를 통해 실제 하늘의 모습을 담아낸 정소연님의 작품 [하늘]의 경우에는, 15인치도 안될 작은 모니터들이었는데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뇌세포가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한지에 붓으로 규칙적인 먹점을 찍어놓은 김호득님의 수묵 작품 [흔들림]은 그야말로 점과 약간의 여백뿐인데도 꽤나 산같고 바다같은 자연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대기로서의 풍경
한지에 채색한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고운 파란색과 검정색을 가진 김보희님의 작품 [무제]는 산이라고 하기엔 낮은 언덕과 그 언덕 사이를 살며시 구비도는 호수를 그려내고 있다.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아득한 자연을 표현한 듯하면서도 어딘선가 본 듯한 느낌도 풍긴다. 반면 배병우님의 사진 작품 [오름]은 실제 우리가 보아온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먼 길 떠나 세상 처음보는 도원에 닿을 것 같은 기분이다.
양식으로서의 산수
유근택님의 작품은 A3 정도 되는 작은 화선지에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앞동산의 풍경등을 담아냈다. 전시장에는 약 30장 정도 전시되었던 것 같은데, 밤과 낮, 비올때나 개었을 때, 해 날때와 달이 보일 때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앞동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가까운 대상을 주제로 표현해낸다고 느껴지는 작품이 있었던 반면, 송필용님의 작품 [만물상]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푸른 면과 하얀 선의 울긋불긋 솟은 힘찬 봉우리들과 화면 중심 하단부에 흑과 백으로 구성된 거대한 봉우리는 차가운 느낌의 색 배열과는 반대로 뜨거운 기운을 솟게 한다.
환경으로서의 도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최호철님의 작품에서는 역시 만화적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도시를 그릴라치면 차갑고 지친 느낌을 배제하고 표현하기란 힘들거다. 최호철님의 작품 역시 건조하고 기운없는 도시와 현대인을 고스라니 옮겨놓았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부분은 작가의 도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기 때문인 듯 싶다. 전성휘님의 작품 [도시의 섬]은 처음 볼 때는 유채로 색깔 고민없이 슬슬 그린 것 같아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촌스러운 색감을 떠올려보면 그의 작품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금도 광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도시에는 원색적인 색의 아파트와 건물들이 있고, 그 한가운데 아직도 개발 논리의 뒷그늘에 자리잡고 기와집에서 옛시골의 풍경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여년 전 조선시대 작가들이 본 풍경과 현대인들이 보고 있는 풍경은 분명 차이가 있다.
옛날 양반들은 산수가 절경인 곳에 일부러 화가를 보내 풍경화로 담아오도록 했다는데, 역시 그 자연이 사람에게 맞고 자연스럽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 토박이인 내가 작품을 보면 자연의 풍경이 오히려 낯설고 지방의 어느어느 지역이라는데도 무릉도원 같아보인다. 오히려 도시의 환경에 안정감을 느끼고, 화가에게 시켜 풍경화를 그려오게 시킨 느낌이다.
그래도 과거나 현재나 작가들의 변하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다면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동반자적 개체로 자연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이 전시회는 眞景을 담겠다는 거대한 목표가 아닌 단순하고 소소한 일상과 사람과 자연을 담아낸 화가들의 집합 같지만, 화가들이 담은 모습은 서로 달라도 변치 않는 마음가짐을 통해 하나의 웅장한 풍경화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회였다.
아름답게 짜여졌으나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전시회...
![]() | 김보희님의 [무제] |
![]() |
| 정선휘님의 [도시의 섬] |
![]() | 원인종님의 [치악산] |
![]() | 임택님의 [옮겨진 산수] |
* 전시장 : 국립현대미술관(http://moca.go.kr)
* 사진 출처 : [진경 - 그 새로운 이름] 팜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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