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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8/01/05 00:14

얼마 전 드라마 '뉴하트'를 봤는데,

수술을 받아야할 정신대 할머니가 나왔다.

나이가 들어도, 삶이 고되었어도, 가까운 이들이 많이 남지 않았어도,

하루하루의 삶과 사람들에게 감사해하고,

여전히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

 

그녀가 화면에 나온 순간 나는 생각했다.

'1시간 후면 사망?'.

 

그래도 드라마 중반 쯤 가니 수술도 잘 된 듯 싶어 잠시 불안감을 삭힐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입원한다면 독방을 쓸만한 한국 최고의 섹시하고 어린 연예인이

할머니의 옆 침대를 꿰차고 할머니와 교감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나의 불안감은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화보집 못 찍을까봐 수술 거부하며 '수술 상처난 이후의 삶은 없다'고 외치는 연예인에게 수술의 의지를 불어넣어준 그녀는,

그러나 '정신대'라는 규정된 고통과 '할머니'라는 규정된 산 죽음의 구획을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결국 젊은 의사의 열정을 돋보이기 위해 희생당했다.

 

드라마는 개인이 깨달은 삶의 의지나 존중감이 아닌

사회가 부여한 삶의 가치에 따라 그들의 삶과 죽음을 갈랐고,

의사진의 능력, 사고 시비 안 걸릴 조용한 처리, 진행의 속도감을 선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가 통속적인 사회의 가치 규정에 따라 그녀를 가벼이 내버린 그 순간에 지성은 그녀의 삶'도' 존귀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도덕 교과서인 척은 어느 정도 참겠지만,

기왕 흉내 내려면 진심을, 핵심을 왜곡시키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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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5 00:14 2008/01/0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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