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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6/12/17 21:10

피에로님의 [스캐너 다클리] 에 관련된 글.

 

프랑스, 벨기에, 영국에서 합작한 애니메이션 [르네상스]와

헐리우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스캐너 다클리].

근거리의 미래를 다룬 SF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무척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두 영화를 서로 비교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르네상스]의 압승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독특한 영상미에 취해 내용을 살짝 간과해버린 면이 없지 않다.

 

뭐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르네상스]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용에 흥미를 못느껴서 그런지 일단 화면빨에 집중이...-.-;;)

2%씩 모자라며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흥미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들.

 


 



[르네상스]

 

100% 흑백화면이다.

마치 흑백영화를 연상하여 소박하고 아련한 추억에 잠길만한, 다소 빗물 흐르는 화면을 연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흑백만으로 3차원의 공간감과 박진감을 잘 살릴 수 있었는 지 감탄이 절로 난다.

정말 이 영화는 공간감각 뛰어난 영상만으로도 볼만한 영화다.

 

똑똑하고 사회봉사에도 열심인 어떤 젊은 학자의 갑작스런 납치.

알고보니 오래전 영생의 비밀을 발견하였으나 숨기고 있던 늙은 학자의 비밀을 알고나서 다국적 회사와 손잡고 상용화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저 한 학자의 납치 사건인 줄 알고 있던 형사는,

자신과 애인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태에서 젊은 학자를 발견하고,

애인의 동생이기도 한 이 젊은 학자를 구할지, 미래를 위해 늙은 학자 말대로 죽일 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결정적으로 아쉬운 점은 '죽음'을 통한 존재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죽음에 대해 - 인간에게 있어서 한때의 두려움이긴 하지만 -
이를 통해 완성되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존한다는 매우 상투적인 메시지만 남아있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지 - 또는 왜 영생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중대한 존재론적 논의를 - 담을 수 있었으나- 빼먹어버렸다.

덕분에 스토리상으론 헐리우드 영화 한편 본 거나 다름없는 셈이 되어버렸다.

 

 


[스캐너 다클리]

 

실제 키아누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등 쟁쟁한 배우들의 실사 촬영 후 애니메이션적으로 덧입혔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화면 자체가 실사에 선을 약간 단순화시켜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가까운 미래였나?

[르네상스]보다 훨씬 다양한 칼라를 사용했으나 훨씬 지루한 화면을 가지고 있다.

뭔가 극적인 반전의 상황에도 오히려 화면의 톤이나 인물의 역동성이 떨어져 긴장감이나 해소감을 느끼기 어렵다.


 

 

마약단속반 형사인 키아누 리브스.

실제 단속을 위해 마약을 하고,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에 함께 하게 된다.

그가 손 댄 서브스탠스D라는 마약은 궁극엔 좌뇌와 우뇌를 분리시키면서 뇌의 손상을 초래시키는 매우 위험한 마약.

약에 취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원래 자신의 캐릭터가 어떠한 생활을 했었는지,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진짜 자신인지, 과연 자신이 누구인지 모든 이들과 모든 상황,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결국 단속자는 마약중독자로 변하였지만, 정부가 이 형사에게 원하는 개인의 희생은 그 이상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의 현란한 수사 또는 이어지지 않는 대화의 흐름들은 이 영화가 Philip K. Dick라는 소설가의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알게 해주지만,
동시에 빈약 내지는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결말에 아쉬워해야하는 것은 소설의 느긋한 심리 유도를 영화가 담아내지 못한 탓일라나?

당장 키아누리브스는 자신을 상징하는 두 개의 인물이 둘다 진짜 자신인지, 그중 하나만이 자신인지, 과연 자신이 누군지 혼동하고 있다고 관객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표현하는 화면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만약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저 앞뒤 서로 연결되지 않는 - 대화 아닌 - 대화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이어져가는 사실같지 않은 사실로 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힘과, 그 뒤에 숨어있는 뉘앙스나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사진 출처 : 르네상스 웹사이트(http://www.renaissance-lefilm.com/accueil.htm )와

한겨레(http://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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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21:10 2006/12/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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