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정(戀情)없는 연정(聯政) 2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다. 오늘(7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마침내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자고 제안하며,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당연스럽게 열혈 네티즌들이 몰리는 사이트들은 난리가 났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대통령의 전제에 대해 친노, 반노 할 것 없이 공분하는 것 같다. ‘죽 쒀서 누구 주는 것이냐?’부터 ‘노빠 니들 다 죽었다!’까지 대통령만큼이나 노골적인 언사들이 난무한다.
열기 가득한 포럼 풍경


어제 고양시위원회 제5차 정치포럼이 시위원회 사무실에서 있었다.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의 발제와 이재정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는 19명의 당원들이 함께 했다.
이번 포럼 주제는 ‘연정(聯政)’이었다. 단순하게 학술적으로 연정에 대하여 토론하자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되었던 만큼 ‘연정이 남긴 모든 것’을 쏟아놓기로 한 것이었다. 포럼은 이전과 같이 ▲1부 : 발제 ▲2부 : 질의응답 및 토론 ▲3부 : 뒤풀이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당원들은 당지도부가 여전히 연정에 연정을 품고 있지 않은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발제 시작하기 전에 사회를 맡은 이재정 부위원장은 ‘일반적이고 상투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며 발제자를 압박했다. 비겁하게 에둘러 말하지 말고 포럼답게 솔직단백하게 발제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포럼 행사진행표

발제자(강병익 연구위원)는 사회자의 주문을 받아들였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연정파트너로 어느 당이 제일 어울리겠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이 30%대로 제일 높게 나왔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일반 시민들은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정책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증거이리라.

그는 여당의 연정제안에 대하여 지도부 중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았음에도 당원들이 여전히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윤광웅 국방장관 불신임 처리 등에서 보인 민주노동당의 태도에 근거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윤광웅 국방장관 불신임안을 낸 것은 GP내 총기사건과 맞물려 ‘군 기강’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불신임 이유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윤광웅 불신임안에 찬성할 이유가 없었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윤 장관은 이라크 파병 연장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철회, 철군을 당론으로 하는 민주노동당에서도 불신임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행동을 함께 할 경우 정치적 부담을 느껴서인지 수정안도 내지 않고 국방개혁이라는 열린우리당과 같은 이유를 들어 불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 발전계획 없는 연정활용론은 위험. 즉흥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어.

강 연구위원은 노 대통령이 또다시 연정문제를 들고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하루만에 적중한 셈이 되었다. 노 대통령은 소수파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연정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연정을 들러싸고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는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들어 설명했다. 회의록만을 보면 ▲연정 불가, ▲연정은 불가지만 활용해야 한다 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아도 ▲연정에 대해 연정(戀情)을 품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당 지도부를 연정에 대한 태도로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른바 연정 활용론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물론 연정국면이 당 지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활용이 필요하다면 그 근거가 뭔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든다면 ‘당의 장기발전계획에 비추어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당은 장기발전계획이라는 게 없다. 따라서 활용론은 대단히 즉흥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정은 그 자체의 득실만이 아니라 당내 역학관계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와 같이 당론이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정을 한다면 당이 깨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도 민주노동당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 변혁을 고민하는데, 과연 열린우리당과 연정이 가능한가에 대하여도 의문을 표시했다.

독일 녹색당은 연정 참여 이후 분열과 정체성 훼손 경험 있어

외국의 사례로 독일의 적록(赤綠)연정을 예로 들었다. 적록연정은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을 말한다. 열린우리당과 연정한다면 우리는 사민당의 처지가 아니라 녹색당의 처지라는 전제 아래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면서 일단 당이 양분되었던 사례를 들어 소수당의 연정참여의 어려움을 말했다.
또한 연정 참여 이후 녹색당의 정체성이 많이 훼손된 사례로 연정 정권의 원전건설과 코소보 사태 개입문제를 들었다. 두 정책은 녹색당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것이었음에도 녹색당은 연정을 유지하여 결과적으로 당론에 반대되는 정책에 찬성한 꼴이 되었었다고 한다.
발제를 맡은 강병익 연구위원


발제에 이어 질의응답과 토론이 뒤섞였다. 먼저 연정국면이 당 지지도를 높였는가에 대하여 박충렬 당원이 질문했다. 강 연구위원은 당시 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연정 이외에 달리 (지지도 상승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연정국면이 당 지지율을 올린 1등 공신이었다는 의견에는 이견을 보여

물론 강 연구위원의 이런 답변은 무수한 반론에 부딪쳤다. 이홍우 위원장의 경우 연정국면 이전의 윤 장관 불신임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노동당에 대한 약 1주일에 걸친 언론의 집중보도로 이미 우리 당이 상당한 정치적 비중이 있는 것으로 대중적으로 인식된 것이 오히려 지지율 상승의 더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른 토론자도 이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현재의 지지율이 거품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재정 부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당론으로 연정을 제의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현재 조건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집권은 단순히 집권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집권과정으로 봐야 함’을 강조했다. 즉, 당론에 대한 지지자를 넓히는 과정,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이 집권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 없이 장관자리 몇 개 얻는 것은 관료들과 언론의 반발 등으로 장관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 등에 빠질 수 있어 오히려 위험하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2년 집권전략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

이어 2012년 집권전략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강 연구위원이 말한 필수적 집권과정이 있다면 현 상황에서 2012년 집권은 불가능하며, 집권을 논한다면 연정말고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냐는 의견이었다. 더욱이 당의 공식기구에서 단 한번도 2012년 집권전략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도(2004년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계속 집권전략이 흘러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익 연구위원과 사회를 맡은 이재정 부위원장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지금은 집권전략위원회보다는 당혁신위원회가 더 절실하다며, 진보정당으로서 당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거칠게라도 집권으로 가는 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것을 로드맵에 비교해 진보정당에 맞게 레드맵(red map)이라고 명명했다. 이날 강 연구위원이 제기한 레드맵은 토론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진보정치연구소에서는 현재 적은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치, 경제, 복지, 노동 등에서 레드맵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연구소는 당의 집권 문제, 제도개혁 등의 문제에 계속 개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민주노동당의 발전전략으로서 redmap 필요

향후 정치일정과 맞물려 연합공천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강 연구위원은 (비판적 지지와 관련이 있는) 열린우리당과 연합공천 문제는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7년도와 달리 이미 원내 진입한 당이 있는 만큼 비판적지지론은 호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삼았다.

반면 지역에서의 연합공천, 즉, 시민단체와의 연합공천에 대하여는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4.15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거대한 소수’가 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거대한 소수전략은 제 시민단체의 요구까지를 포괄하여 입법활동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지역에서라도 그러한 전략을 실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캐스팅보트에 대하여도 토론이 있었다. 물론 대다수 토론자들은 윤 장관 불신임 처리 등 지금까지의 캐스팅보트 전략에 비판적이었음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캐스팅보트를 쥔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정치력을 인정받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캐스팅보트 정당이라는 한계를 각인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캐스팅보트 전략은 스스로 입법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당의 안에 수정안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즉, 진보정당식 입법이 아니라 보수정당의 입법을 약간 수정하는 선에서 입법활동을 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뒤풀이는 정치포럼의 공식행사

포럼이 끝나고 정치포럼의 자랑(?) 뒤풀이를 했다. 정치포럼 뒤풀이는 언제나 인기다. 정치로럼 뒤풀이는 말 그대로 심포지엄(symposium, 향연)이다. 먹으면서 하는 토론이니 말이다.이번 뒤풀이는 대게이야기에서 했다. 그 비싼 대게를 먹는 것으로 정치포럼의 재력(?)을 과시했다.(사실은 저렴하다.)

뒤풀이 자리는 포럼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정신없이 토론하다보니 포럼진행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서둘러 정리하지 않았으면 언제 끝났을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깨굴의 역작 홍보찌라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