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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6
    네모난 공간이 싫어(4)
    풀소리
  2. 2006/07/25
    도봉산(4)
    풀소리
  3. 2006/07/22
    허전을 채우는 술(2)
    풀소리

네모난 공간이 싫어

성연이가 어제부터 방학이다.

고로 나는 종일 근무이다.

오전에 배드민턴 치고 들어와 둘이 뒹굴거리며 놀 때 이야기..


-엄마, 학교는 좋기도 하지만 안 좋기도 하지?

-왜?

-왜냐면 학교는 친구 만나서 놀 때는 좋지만 네모난 공간에 우릴 가둬놓고 억지로 공부시키잖아...

_ 음...네모난 공간에 가둬놓고 공부시키는 게 싫은 거지? 그럼 동그란 공간이면 상관없는 거야?

- ..... 엄마, 왠지 기분 나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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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1.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지난 일요일(7월 23일) 한국노총 소속 활동가들이 도봉산역 근처에서 모임을 갖겠다고 날 초대했다. 당연히 가봐야지!

약속시간은 오후 3시다. 오~호~. 시간 충분하고!

난 고양시에 살고 있으므로 버스타고 송추로 가 오봉을 넘고, 도봉산을 넘어 산행 겸 도봉산역으로 가면 되겠지 하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만의 산행이야 ㅍㅎ'

 

             송추 계곡에 있는 송추 폭포


2.

산에 가는 길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송추에서 도봉산역까지 3시간을 잡고, 30분 정도 여유를 둔다면 3시간 30분 정도 걸이겠지.

그럼 11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면 되겠네/ㅋ

 

10시 20분에 당대회 가는 아내를 전송하고, 이것저것 손을 보다보니 벌써 11시다. 에크. 늦었구나. 빨리 정류장으로 가면서 김밥을 샀다.

 

정류장에 가서는 바로 오겠지 하며 그늘 난간에 기대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5분이 가고 10분이가요~. 그대 오길 기다려봐요~.'

 

진~짜 안 온다. 반대편으로 이미 2대가 지났다. 그리고 내가 주로 이용하는 82번 버스는 5대까지 세었지만 그 후로도 더 온 것 같다. 제길!

 

정류장에 사람들은 늘어가는데, 온갖 종류의 차가 와도 타지 않는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인 것 같다.

 

결국 버스는 기다린지 40분만에 왔다. 그나마 빈자리가 남아 있던 게 신기하다.

하지만 송추 가는 길은 도중에 막히기까지... 결국 송추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한 12시를 넘어 12시 56분. 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약 1시간 정도 늦을 터이니 감안해서 행사를 진행해다라고...

 

오르고 보니 송추 폭포는 2단 폭포였다. 위에 숨겨진 폭포.

 

송추폭포 앞에서 만난 꽃과 벌.

 

3.

오랜만의 산행. 좋다.

최근 풍부하게 내린 비 때문인가.

송추 계곡은 서울과 달리 계곡 가득 음식점이 빼곡하고, 물가 위로는 평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물은 참 맑고,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음식점이 난립한 계곡을 한참 오르면 겨우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작은 움막이 마치 성소의 홍살문 처럼 그 안으로는 음식점이 없고, 한결 한가롭다.

 

산행을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송추계곡은 휴식년제 발동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물은 더욱 맑다. 음~. 우리 어릴 땐 어딜 가나 저렇게 물이 맑았는데. 그래도 당시 탄광촌 아이들은 냇물을 까맣게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의아했어지. 그러고 보면 요즘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반석과 폭포가 잘 어우러진 도봉계곡, 많은 이들이 물놀이 중이다.

 

송추 폭포를 지나면서 경사는 점점 급해지고, 발걸음은 느려진다. 그동안 산행을 게을리한 게 몸에서 표가 난다. 오봉 3거리를 지나 만장봉 바로 아래 고개마루에 오르니 여기가 서울과 경기도의 분수령이다.

 

만장봉을 오를 이유는 없다. 곧장 도봉산역 쪽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서울 쪽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에 걸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내리막길은 한결 수월하지만 이미 힘이 풀린 다리는 후들거린다.

 

도봉계곡 바위에는 이렇게 멋진 글씨도... 이웃에 도봉서원이 있었으니 이 좋은 경치를 풍류객들이 놓칠 리 없었겠지...

 

내가 도봉산에 오른 게 도합 얼마나 될까. 아마 70번이나 100번 쯤. 그러나 최근 10여년 동안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려가는 길이 영 낯설다.

 

이윽고 거북샘이다. 겨우 길을 알겠다.

거북샘을 지나면서 계곡의 물이 풍부해지고, 화강암의 맑고 넓은 반석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경승이다. 물이 많고, 반석이 넓으니 물가를 찾는 사람들 또한 많다.

 

4.

어지간히 다 내려오면 도봉서원 터가 있고, 바로 옆에 시인 김수영의 시비가 있다.

길은 이미 대로가 되어 있고, 넘치는 사람들로 넓은 길도 좁게 느껴질 지경이다.

10여년 만에 왔음에도 섹스폰을 부는 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옛날 그이인가 하고 바라보았다. 이런. 내가 옛날 그이의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도봉서원/ 조광조와 송시열을 배향했던 곳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헐렸다고 한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영차고지 뒤 큰 식당에 이르렀다.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도착하자 곧바로 나에게도 연설을 할 기회를 주었다.

 

내 이럴 줄 알고 교재를 준비해갔지. ㅎㅎ 음식을 앞두고 연설이나 교육이 길면 귀에 들어올까나. 그렇다고 짧게만 하면 뭔가 허전하고...

 

긴 내용은 교재로 대신하고 짤막한 연설을 마치니 곧바로 이 지역 책임자를 뽑고, 나와 같이 멀리서 온 이들끼리 먼저 음식을 시켰다.

 

김수영 시비/ 여린 모던이스트. 좋아졌다 싫어졌다 한다. ㅋ

 

5.

또 다시 전화가 울린다. 만선이 형이다.

고양시 원당에서는 나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10여년 전에 '버스일터' 만든 이들이, 지금은 대부분 현직을 떠났어도 뭔가 모임을 갖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고양시로 향했다.

도착하니 만선이 형, 건모 형 등등 많이 와 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좋다. 덕분에 기분 좋게 만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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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을 채우는 술

말이 많아지고,

술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듯 술술 들어갔지만

허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어제 「자주관리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운수산업노조추진준비위원회에서 주최하고 운수노동정책연구소와 우리 민주버스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여기서 난 2명의 주발제자 중 한명이었다. 여러 쟁쟁한 교수들과 자주관리기업 3사가 모두 참석한 행사였다. 참석자 누구나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큼 의외의 성과를 낸 토론회였다.

 


 

그럼에도 우진교통 대표와 노조(지부) 대표의 발언은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른바 ‘우진교통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 내 아무리 ‘나’를 변호할 충분한 ‘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아무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내게 또는 민주버스에 ‘적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주제와 별개인 그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참으로 의외였다. 더욱이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해서 말이다.

그들은 민주버스가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했고, 마치 그룹사가 계열사 다르듯이 했다고 한다.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아야지. 참아야하겠지...


2005년 1월 20일 자주관리기업이 출범하고, 2005년 내내 민주버스는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에 간섭한 일이 전혀 없다. 심지어 민주버스 중앙(본조)이 가지고 있는 ‘교섭권’과 ‘체결권’을 모두 지부와 경영관리단에 위임했다. 경영관련하여 보고를 요구한 적도 없다. 우진교통에서 요구하지 않는 한 지부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최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한다.


토론회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다. 더욱이 발제내용을 보면 모든 것을 미화하는 데 급급하다. 2005년 8월부터 조합비(의무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금은 조합원 복지자금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성과'로 자랑한다.


우리는 현재의 문제를 드러내놓고 문제의 해결지점을 찾고자 토론회를 했는데, 모든 게 잘되고 있단다. 문제가 있다면 민주버스가 잘못해서 조직이 ‘분열’돼 있는 것이라면서...


우진교통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사무처장 출신인 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노조의 핵심 간부들이 그런 대표를 ‘성역’이니 ‘금지된 영역’이니 한다. 민주버스가 그런 성역을 건드렸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제길. 운동이 아무리 대의를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대놓고 ‘성역’이 뭐란 말인가.

 

그들이 그렇게 가는 것에 대하여 분노하면서도, 그들이 ‘분노의 대상’이 된 것 또한 ‘나’를 포함한 ‘조직(노조)’의 책임이라는 걸 생각할 때 일방적으로 마냥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스스로 해야 할 반성이 비난할 수위만큼이나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점점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그들을 볼 때 무기력하고 아린 책임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랑은 쓸쓸한 것’이라고 양희은은 노래했지...

마시고, 허툰 말을 쏟아내고, 헛웃음을 흘리면서 텅 빈 가슴을 채우고 또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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