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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8/11
    봉숭아물들이기(5)
    풀소리
  2. 2006/08/11
    붉은 보름달(2)
    풀소리
  3. 2006/08/06
    전쟁같은 휴가(5)
    풀소리

봉숭아물들이기

오랜만이다.

지난 일요일 부로농원엔 주황색 봉숭아가 예쁘게 피었고,

아내는 꽃잎을 몇 닢 땄다.


‘성연아 이리와 봉숭아물들이자.’


성연이가 아내를 따라 연못 가 마루 위에 다소곳이 앉는다.

아내는 모아온 꽃잎을 작은 돌로 찧고, 성연이 손톱 위에 조금씩 떼어 얹었다.

 


봉숭아물을 들인 손들...

 

‘나도 해줘. 나도~.’


어린 상유도 덩달아 물을 들여 달라고 하고,

아내도 물들이려니 꽃잎이 모자라 더 따오고,

경희도 달려들어 꽃물을 들이겠단다.


‘사내 녀석이 무슨 봉숭아물이야!’


주인장인 유왕선이 웃으며 호통을 치지만,


‘이거 방학 체험학습이에요.’


여자, 남자 성역할을 너무 분명히 나눠 문제가 되는 성연이가 의외로 당당히 나온다.

 


봉숭아꽃물들이고 즐거워하는 성연과 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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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보름달

 

9일 복날이라고 한우물 파업하는데 가서 삼계탕 끓여주고, 저녁 화정역에서의 집회를 마치고 돌아와  성연이랑 샤워를 할 때 이야기


-엄마, 오늘 붉은 보름달 뜬 것 봤어?

-으...응. (오늘이 보름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붉은 보름달은 흉조야. 엄마는 저녁에 별일 없었어?

-아니. 별일 없었는데..

-나는 오늘 재수 없는 일이 3개나 있었어.

  첫째는 김밥 사러 갔는데 붉은 보름달 보는 새에 눈앞에서 김밥집 불이 꺼진 거야.

  두 번째는 할머니가 문을 잠그고 나가는 바람에 집에도 못 들어갔지.

  세 번째는....(머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도 엄마는 별일이 없었단 말야?

- 음, 정말 별일 없었는데. 맘에 드는 옷도 싸게 사고... 안 좋은 일 없어.

- 엄마. 정말 재수 없는 건 나쁜 일이 모두 나한테만 일어 났다는 거야.


* 붉은 보름달이 흉조라는 건 아마도 저 녀석이 보는 만화영화 “이누야샤”의 영향인 것 같은데... 보름달과 흉조는 아무 상관 없다는 걸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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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휴가

1.

어쨌든 다녀왔구나. 못 간 사람들도 많은데...



올 여름휴가도 처가가 있는 진주로 갔다. 지난 8월 1~3일.

아내는 성연이와 함께 전날 먼저 진주로 갔다. 난 다음날인 8월 1일 화정터미널에서 10시 버스를 타고 뒤따라갔다. 내가 사는 고양시는 잔뜩 흐리고 기온도 그리 높지 않았는데, 부천을 지나면서 구름도 별로 없고 햇살이 강하다.


한창 휴가철이라서인지 고속도로가 막히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사고차량과 다친 사람이 널브러져 있어 휴가 첫날부터 왠지 마음이 흉흉하다.


버스 안은 아이들이 가득이다. 내 주위로만 6명이 몰려 있어 떠들고, 장난치고, 도무지 잠잘 분위기가 아니다. 창문은 햇볕이 들어 커튼을 쳐야 했기에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도 없었고, 책을 들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욱이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는 끝이 없다. 심지어 휴가지인 진주에서도 빨리 내려와 달라고 성화다. 진주에는 내려가는 당일 투쟁 중인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 한 곳이 우리 노조로 조직변경을 하겠다고 한 날이어서, 나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이다.


‘저~, 휴가니까 급한 일 아니면 자체적으로 해결하세요.’

‘예...’


그러나 마음은 편치 않다.

 


삼천포 어시장 해물 좌판

 

2.

진주에 도착하니 아내는 처형네 가족과 삼천포에 다녀오자고 한다. 삼천포는 해물이 풍성하기도 하고, 마침 성연이 체험학습에 사진도 제출하여야 하므로 겸사겸사해서이다. 내가 아내가 기대한 시간보다 워낙 늦게 와 주변 구경도 못하고 곧바로 어시장으로 갔다.


(참고로 삼천포 인근에는 남해로 가는 멋진 다리가 놓여 있고, 남해 본 섬에 이르기까지 3-4개의 섬 주변 풍경도 참 아름답다. 고성 쪽으로는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상족암이 있고...)


문어 6마리 2만원, 전어 썰어서 2팩 가득 1만 5천원, 꼬막 한 자루 5천원, 도합 4만원에 혼자 들기 힘들 정도로 푸짐하다. 역시 삼천포는 싸고, 싱싱하고, 푸짐하며, 바가지가 없다.


마침 지역 민주노총에서 내 사정을 고려해 다음날 만나자고 한다. 다행이다. 저녁을 먹고, 문어를 삶고, 전어를 풀고, 술상을 벌였다. 우리 가족, 처형네 가족, 처남네 가족, 푸짐한 술상에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해마다 여름휴가에 물놀이 가는 산청/ 멀리 튜브 타는 이가 아내다.

 


물놀이하는 아내와 성연

 

3.

다음날인 2일. 우리 가족과 처형네 가족은 매년 가는 산청 지리산 계곡에 좋은 자리를 잡겠다고 6시 30분에 출발했다. 난 오전 10시에 있는 신일교통지부 비상대책위원들과 회의가 있어 점심 때 가기로 하고 혼자 남았다.


회의를 마치니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비상대책위원 전원이 모였고, 비로소 각자 할일이 생겼다는 느낌이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는 말이다.

 

물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장비를 쓰고 좋아하는 성연(위)과 수수미꾸리(아래)/ 이 녀석들이 갑자기 물뱀이 있다고 뛰쳐나와 가보니 수수미꾸리 떼가 보를 오르기 위해 몰려 있었다.

 

나는 시협 최희태 사무차장에게 가족들이 가 있는 산청 대원사 계곡으로 데려달라고 했다. 몇 번 만나면서 다른 이들보다 격이 없어진 편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있는 곳은 의외로 한산했다. 그곳은 지리산 대원사 계곡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하류로 조금 내려온 지점에 있는 관개용 보 밑이다. 물이 맑은 편이라 이맘때면 물놀이 하는 사람들, 옆에서 고기 굽고 술 마시는 사람들이 빼곡했었다.


‘일찍 온 보람이 없었네.’

‘우리 오니까 아무도 없었어.’

내 물음에 대한 아내의 답변이다.


4.

정말 그렇겠구나. 내가 도착했을 때에도 다른 이들이라야 한 가족밖에 없다. 최희태 차장은 아프다는 핑계(?)로 돌아가고 우리는 곧바로 점심상을 차렸다. 고기를 굽고, 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불렀다. 이 녀석들은 발라준 썬크림도 무색하게 이미 아프리카 원주민이 되어 있다.


함께 간 동서와 술 한 잔 하고 있는데, 아내와 성연이가 자꾸 물로 들어오라고 한다. 못 이기는 척 가봤더니 정말 물이 맑다. 예년에도 맑았지만 최근에 내린 장마 덕에 더 맑은 것 같다.

 


물놀이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본 지리산 연봉/ 해가 막 넘어가고 있다.

 

가족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물놀이에 신났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처갓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니 처남이 왔다. 처남과 이별주를 마시고, 기다리고 있는 진주시협 관계자들을 비롯하여 신일교통지부 투쟁관련 인사들이 모여 있는 횟집으로 가 또 한 잔.


다음날 한낮의 땡볕을 피해 5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휴가 끝이다. 전쟁같은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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