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예민하다,

수업이 끝나고 시험과 레포트에 관한 것으로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갔다. 팀플을 함께 하는 팀원 하나가 보고서를 냈는데, 오류로 인해 교수님은 받지 못하셨고, 벌써 2주가 지난 상황에서 그도, 교수님도 당황해 하셨다. 보낸 메일함에 저장도 되어 있지 않고, 파일도 집에 있다는 그의 말에 교수님은 난감해하며 일단 보내라고 하신 뒤 돌려보내셨다.

 

나는 시험에서 왜 점수가 깎였는지에 대해 듣고, 납득했다. 3점이 깎였지만, 다른 보고서와 레포트들은 거의 만점인데다 시험도 결국 A등급에 들었고, 내가 틀린 부분이 있었기에 납득했다. 그리고 친구와 내려와서 팀원의 보고서 평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중요한 보고서이니만큼 그가 한번 보내고 말 것이 아니라 이후라도 교수님의 수신을 확인했어야 하며, 인터넷이 오류가 많은 것은 컴공인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교수님이 여타 공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결국 학점이나 보고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만큼 그의 레포트 점수에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게다가 보고서의 특성 상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더 많은 정보와 내용조직화를 이룰 수 있으므로 '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등의 입장이었고,

 

친구는 교수님이 인터넷의 오류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적 없다, 그의 잘못도 분명이 있지만 온전히 그의 잘못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게다가 난 그 사람의 평소의 성격 상 조작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너 점수때문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라는 말을 했다.

 

졸업이 다가오고 1학년의 학고 때문에 학점은 나에게 '성실도'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수업은 절대평가인데다 그 사람의 학점을 깎는다고 해서 나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며 사실 이 부분은 교수님이 내릴 결정이라는 것, 교수님의 성격 상 어느 정도의 불이익은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학생들과의 '공평성(또는 형평성)'의 문제와 연관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성격(인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말 안면 없는 누군가가 똑같은 상황이었다손 치더라도 난 똑같이 반응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친구는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되는 문제다.

사람의 성품이나 품행이라는 것에 어떻게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

'평소 그 사람을 봐, 그렇게 바르게 사는 사람이 그럴리가 없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러는데, 어떻게 믿어?'

등등등

 

게다가 이 많은 토론을 단순히 내가 시험에 대해 "예민"해져서 보인 반응이라 치부하다니, 이거 너무 억울했다. 뒤늦게 다시 문자를 보내서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 건 좀 억울하다 했다. 이래저래 이야기가 오가고 자신은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귀찮았다는 답을 듣고보니 참 허무하다.

참, 이런 토론같지도 않은 토론을 하느라 힘 빼고 점수때문에 예민하다 말 들으니 참 치사스럽다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