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음력 2월 25일

최근 미니홈피의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저번에 '엄마의 집'을 읽고 쓴 글이 있다.

세미나에서 읽었던 책인데, 어떤 멤버는 재미없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난 감정이입하고 봤다.

 

설에 '엄마집'에 갔다.

- 전경린 '엄마의 집'을 보고 나서가 아니라 난 원래 부산에 갈때면 자연스레 '엄마집'에 간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로 거금을 좀 쥐고 있던 내가 선물을 하겠다고 하자

엄마는 또 거절이다. 화장품이라도 사주마라고 하니 그제서야

"그럼 내려와서 엄마 가방 사도. 엄마가 고르께." 한다.

지난 4년간 가족과 상황과 공간이 급변하면서부터 엄마는 더더욱 나에게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밥먹었나, 잘 먹고 다녀라, 뭐 해 줄까, 돈 안 필요하니, 아프지 마라, 안 춥나, 안 덥나.

 

카네이션 말고는 처음으로 선물을 했다. 처음 하는 선물인데도 4만원짜리 가방 앞에서 비싸다며 망설이는 당신을 보며 짜증나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안쓰럽다.

 

엄마는 4년 전부터 차츰차츰 변해서 지금도 변하고 있다.

가방을 사달라는, 화장을 하는, 머리에 신경을 쓰는, 일요일마다 데이트하러 나가는 당신이 너무 좋다. 점점 더 변했으면 좋겠다. 난 어느 정도 서운할 것이다. 내가 없어도 괜찮은 엄마가. 엄마에서 이순옥여사로 계속계속 행복하게 변하길 바란다.

+)

 

"딸 오늘 생일이제. 5만원 보낸다. 맛있는거 사먹어라."

벚꽃나무와 함께 도착한 메시지.

 

음력 2월 25일은 내 생일이다. 올해는 4월 1일이 그 날이었고, 사실 생일을 잘 챙기지 않아서(게다가 요즘 누가 음력생일을 ;;) 이여사(엄마)의 문자를 받고, 아 오늘이구나 했었다. 생일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현금 5만원이 생긴거이 무척이나 기쁜 날이었다. +ㅁ+

 

"엄마는 그 때 갈 데가 없는거라. 돈도 없고. 지금 이만큼 자리잡고 니가 올 때도 있고 하니까 좋긴한데, 돈 벌 수 있을 만큼 벌어서 집 같은거 하고 싶다. 집 나온 엄마들, 갈 데 없는 중고등학생들 데리고 있고 싶다. 연립주택같은거 사면 엄마는 방 한칸만 있으면 되니까. 나머지는 그런 사람들 올 수 있는데 만들고 싶다."

 

엄마의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생경했지만 너무 좋을 거 같다 이야기했다. 난 좁은 다락방이 좋으니 내 공간도 하나만 주면 안될까 하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크크. 다이어리를 보니 엄마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고, 오늘에서야 엄마한테 낳아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여사님, 낳아줘서 고마워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