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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를 만나다

2007년 중순, 나는 그때 약간은 강박적으로 연애를 시작했고, 학교의 일을 습관처럼 또 놓아버리고 있었고,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었다.

 

J를 만난건 2006년. 우리가 친해지게 된 계기는 J의 짝사랑의 대상이 나의 주변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2007년 5월? 난 술을 잔뜩 마신 상태에서 J에게 독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앞 부분만 기억날 뿐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도통 지금까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J와 어느 정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기에 난 그저 아무일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당시의 여러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기만 했던 그 순간들 속에 J와의 일은 여전히 정지되어 해결되지 않은 찝찝한 그 무언가로 남아 있었다.

 

그저께, 학생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화장실로 가는 J를 보았다. 순간 사무실로 뛰쳐들어갔다. 아, 왜 숨었지? 그치만 심장이 콩닥콩닥 거렸다. 지금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다. 망설이다 이어폰을 꼽고 있는 J를 뛰어가 잡았다. 어색한 인사, "오랜만이다."

 

10분 정도 이야기했다.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너가 나와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는다 들었다, 그래서 연락할 수 없었다, 너의 소식이 궁금했다, 앞으로 만나든 만나지 않든 한번쯤 정식으로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쩌구 저쩌구..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내 예상보다도 J는 나에 대한 감정이 많이 없어진 듯 했다. 

 

나는 왜 J와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으려고 하는 것일까, J가 마음에 두었던 상대의 연애관계를 보면서 어쩌면 J도 그 낚시질을 덥썩 문 아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내가 J와 나누었던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를 찍고 하고 싶어하던 시절, 난 J를 대상으로 하려고 했고, 인터뷰(혹은 수다)를 통해 몰랐던 J의 여러 부분을 발견하고 공감했었다. 피겨를 하는 J의 몸-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체육계의 여러 문화나 관습, 여타 J의 개인적인 부분들.

 

그러나 여전히 한구석이 불편한 것은, 나만 온전히 가해자로 몰리고 있는 것같은 기분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J의 어투에는 비난뉘앙스가 섞여 있다. 일방적으로 쏟아낸 것, J와의 관계를 단순화시켜 상처입힌 것 등 나의 잘못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뭐랄까, 나 혼자 옴팡 뒤집어쓰는 기분이랄까. 정작 분노의 대상이나 함께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 원망의 몫을 내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존재한다는 이유로 다 받아야 하는 건 어쩐지 좀 억울하다.

 

아아 머리가 복잡해.

그치만 역시 J와 만난 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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