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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에 대한 두려움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별다른 생각 없이 승강장에 서 있었다.

그 때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건지, 소리를 질렀다.

난 정말 그자리에서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뭐, 술취한 사람의 꼬장이군. 이 정도로 넘어갈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매일 밤마다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나로서는

정말로 까무라칠 일인 것이다.

 

사실 난 겁이 굉장이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남자 사람'에.

 

난 굉장히 사회적으로 말해, 드세고, 괄괄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겁이 많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속의 아픔을 드러내야만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어린 날의 기억에.

아버지가 엄마에게 휘둘렀던 폭력사건.

마치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 것처럼.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때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아, 말로 하다가 안되면 때릴 수도 있구나. 저 사람은.

 아니, 저 사람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어."

 

내가 두려워하는 낯선 남자사람들은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물리력을 행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사실로 인해, 나는 늘 두려움과 겁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 남자들 일부의 마음 한 켠에게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가진자의 여유와도 같은 심리가 있다. 어두운 골목, 뒤에 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 때문에 예민하게 걸어가는 앞의 여성이 우스워보였는지더욱 걸음을 빨리 하는  낯선 남자. 자기가 맘에 든다면 언제 어디서든 미친듯이 따라가서 말을 거는 낯선 남자. 대화가 통하지 않고 화가 끝까지 치밀어오르면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던져버리는 남자.

 

그럴 때 나는.

그래, 당신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어.

라고. 되뇌이며. 눈물을 참아본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엔, 난 아직 겁이 너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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