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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친다 정말

 

편두통이 다시 시작됐다. 학원에서부터 조금씩 지끈거리더니 집에 오자마자 서랍을 뒤져 아스피린을 먹었는데도 머리는 여전히 아프다. 집에 오는 길에 소름끼치는 일이 또 있었다. (중요한 건, '또'라는 거다. 또, 또, 또! [낯선 남자에 대한 두려움])

 

퇴근하는 길이었다. 지하철 통로를 걷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멍하니 걷고 있어서 지나칠뻔 했지만 분명히 어떤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들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반대편 방향으로 가려는 듯 했지만 무슨 일인지 선뜻 가지 않고 그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한 표정을 보고 뒤를 보니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비틀거리며 그녀의 뒤를 계속 따라걷고 있었다. 흠칫했지만 내 마음도 불안해서 갑자기 어떤 용기가 생긴 것처럼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남자를 보았다. 내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그 아저씨가 다른 쪽을 보고 있는 사이, 그녀는 빠져나갔다. 휴- 나도 이제 그 자리를 떠나도 되겠구나 하며 교통카드를 찍고 나왔다. 술취한 아저씨는 지하철 통로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따라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몇번이나 돌아봤지만 따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5분쯤 기다렸을까, 버스정류장에서 환승할 버스를 타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누군가 내 뒤에서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돌아보니 그 남자였다. 미친듯이 소름끼치는 그 순간에 내가 어떻게 버스를 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버스문이 닫히고 버스 정류장에서 여전히 나를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만은 기억이 난다.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처럼, 그 때가...

 

이런 소름끼치는 일들을 얼마나 더 겪어야 '대담'해질 수 있는 것일까. 언제쯤 그녀도 나도 그런 공포들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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