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내가 결혼했다

오랜만에 맞게된 방학. 놀아야지 놀아야지 했는데 딱히 할일없이 뒹굴거리는 것도 지겨운 일이다. 그래도 딱 12월까지만...지난 열흘간 뭘했나 생각해보니, 진짜 한게 없네. 그나마 한 일이 뭐냐, <아내가 결혼했다>를 봤다. 2006년 화제의 책이라,,,,,몇몇 블로거들이 적어논것도 눈팅을 했는데. 암튼 읽었다. 읽고서 블로그에 감상을 좀 끄적여놓는다는게 벌써 일주일이 흘렀네..

 

작가가 전공이 사회학과시더만, 이렇게 지식을 설명해대는 소설은 처음인 거 같다. 내가 요새 도통 소설을 안 읽어서 그런건지, 이런게 대세인가? 그건 아닐거 같은데.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솔직히 일부일처제와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가 주제인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는 거다. 작가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말이다. "일부일처제가 인간사회를 유지시켜주는 제도일진 몰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런 메세지를 주고 싶었던건가? 적어도 나한텐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오히려 "폴리아모리가 잘난 마누라와의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제도일지는 몰라도 남편의 본성에는 맞지 않습니다." 같았다고나 할까?

 

화자가 남편이라고는 해도, 아내가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어떤 욕망을 실현하는지는 도통 느낄 수가 없었다. 모수족 이야기를 백번한다고 해도 그건 이해불가다. 책은 내내 폴리아모리를 욕해대는 남편의 머릿속만을 그렸고, 그의 대응전략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과 대응전략이란건, 사랑과 전쟁만큼이나 뻔하고뻔한 가부장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맛깔난 음식을 십분안에 차려내는 그녀(아내)는 결정적으로 축구까지 좋아하지 않는가.....완벽하게 집안일을 해내면서도 직장에서 능력있고, 게다가 섹스기술도 뛰어나며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꿈꾸는 그런 여자, 아내는 바로 그런 여자다. 어느 블로거가 써놓은대로 그(남편)는 가사노동에 손하나 까딱하지않는 인간이다. 아내가 주말이 되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을때 그는 "마누라 없는 집안은 별 일 있다"는 증거를 집안 구석구석에 남겨둔다. 사실 일부러 '남겨둔게' 아니고 손하나 까딱안하면 자동으로 집안이 그꼴이 될 거다. 아내는 군말없이 집을 치우고 성실한 주부 역할을 다해낸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 남편이 노력하는건, '밤일'이다. 허허,,,,,,설상가상이다. 축구는 골대안에 공을 집어넣는 경기라며, 다른 스트라이커보다 더 많이 더 훌륭하게 아내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겠다 다짐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열받으면 화풀이도 밤일로 한다. 아내가 아프다고 하거나 말거나, 집어넣는게 그 남자의 표현방식이다. 그런 그가 가사노동에 참여한  계기는 아내의 임신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아버지로 인정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거드는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아버지되기가 그의 두손을 걷어붙이게 만든 유일한 계기라니 자손과 혈통이 무섭긴 한가보다. 물론 아이를 낳은 이후에 양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 그냥 "아이가 소중하고 예쁠 뿐", 아이를 보살피고 돌보는 건 뒷전이다.

 

책을 읽으면서 늘 항상 거꾸로 생각을 해본다. 만약 주인공이 여자였다면? "남편이 결혼했다"였다면 첩이건 두집살림이건 간단히 끝나버릴 얘기겠지만.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 아내의 대응전략이 저러했을까 싶다. 사랑과 전쟁이었다면 상대여자의 얼굴에 벌써 찬물 끼얹었겠지, 국내에선 구하기 어렵다는 축구 동영상 앞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는 일따윈  없었을거다. 아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