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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간만에 인왕산에 올랐다. 바람이 몹시 불었고, 비도 내렸다.

 

멀리에는 청와대가 보였고, 그 날 저녁 탁구를 친 후 FTA 시위대와 맞닥드렸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FTA는 연장협상에 들어갔고, 나는 뜬 눈으로 시간을 보냈다.

 

IMF를 정통으로 맞은지 10년, 그 세월 속에 이미 남아있던 에네르기와 금쪼가리를 다 써버린지라, FTA 이후 본격적으로 주고받기가 시작되면, 아니 빼앗기기 시작하면 무슨 대책을 세울지 막막하다. 분명 있는 놈들은 외국으로 튈 것이고, 더 있는 놈들은 버티면 버틸 수록 행복할 것이다.  없는 분들만 결국 대가리박고 바닥을 기어야 할 것이다.

 

멀리서 본 청와대가 계속 눈에 밟힌다. 지척의 거리였는데도 저걸 꽉 어쩔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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