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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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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엠님의 [한별의 사정] 에 관련된 글.

아이를 어린이집이라는 첫 사회로 들이밀면서 첨에는 아이가 교사에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마음을 지배한다.

3.4세의 영아들의 경우 친구란 같이 노는 존재이긴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친구는 옆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따라하거나. 내 놀이감을 빼앗거나 나누어야 하는 존재인것 같다. 그 또래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른과의 상호작용이다.

이맘때는 맘에 드는 교사를 만나면 부모의 맘은 편해진다.

 

그러나 5세가 되고나면 또 다른 걱정이 든다.

이 시기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연합놀이가 발전하게 되고 아이들 사이의 인기도는 어린이집 생활에서 중요한 만족요인이 된다. 아이에 따라서 자기만의 세계가 더 중요한 경우는 좀 덜하지만 관계지향이 많은 아이들은 늘 친구들 때문에 맘이 상한다.

이맘때 부모는 좌절한다. 아이의 친구와 함께 놀고자 하는 욕구는 내가 어찌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교사는 아이에 따라 적절한 놀이구조를 짜주고 아이들 각자가 소외받지 않도록 배려해주지만 아이의 기질상 다른 친구들과 갈등을 많이 만들경우 교사의 어쩌지 못하는 한계에 다다른다.

 

5세때 쭌이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역시 2월생인 쭌이는 기저귀도 늦게 떼었고, 침도 오래 흘렸다. 그래서 친구들은 쭌이를 아가취급했다.

그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쭌이는 관계지향이 많은 아이였고 어린이집 생활을 즐거워하지 않았다.

나는 이 시기에 몹시 당황하고 속이 상했다. 내가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쭌이가 놓여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상황을 개선해 주지 못하는 선생님에게 화도 났었다. 나름대로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우리집에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놀게도 해주고. 쭌이가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뒤지지 않도록 열심히 집에서 놀아주어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7세가 되어 새로 선생님이 바뀌었고. 쭌이도 컸다. 새로온 친구중에 쭌이의 베스트 프랜드도 생겼고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 그렇게 한해가 가고, 나는 쭌이를 입학유예시키고 유치원에 보냈다. 친구들이 다 학교에 간 어린이집에 다시 보낼 수가 없어서.

 

쭌이가 유치원에가서 얼마 후 자기가 역할놀이에서 아빠를 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한다. 쭌이도 역시 어린이집에서 강아지였다. 강아지로서도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도 있지만 쭌이는 아빠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었나보다.

그러나 상황이 종료된것은 아니다. 여전히 쭌이는 내가 모르는 세계에 속해있고, 나는 쭌이의 세계의 1/10도 알지 못한다. 불안은 여전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내 맘속에서는 쭌이의 몫을 쭌이에게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사생활을 인정하려는 것이다.

여전히 한쪽 귀는 열어둔채 쭌이가 나에게 도움을 청할때를 기다리며..

 

요즘은 가끔 둘만의 저녁 산책을 나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의 사생활을 캐내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준 반지가 다른 여자아이 손에 들어간 사실이며. 그때 쭌이의 기분은 어땠는지. 기타등등..

우리 아들의 태도와 또 그 여자아이의 태도가 다 맘에 안든다.

으이구..좀 더 쿨하게 살면 안되나..하면서..

 

이대로 그냥 가면 못말리는 시어머니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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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3 01:12 2006/09/23 01:12

3 Comments (+add yours?)

  1. 슈아 2006/09/23 21:56

    참 아이라는 존재는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생기게 하는 이상한 존재에요. 전 요즘 미루한테 삐져 있어요. 절 별로 안좋아라 하는 거 같아서요. 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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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알엠 2006/09/24 16:40

    저도 하은이랑 서로 남자취향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어요. '우리 아들의 태도와 그 여자아이의 태도가 다 맘에 안든다'는 것에 200% 공감. 저도 쿨해지고싶어요.그런데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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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아라 2006/09/25 22:46

    저도 어릴 적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었어요. 중학교 때 까지는 집단 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잘 몰라서 왕따도 여러번 당했구요. 중학교때는 너무나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만 아파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어릴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학교게 가기 싫다고 때를 써서 엄마가 많이 우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얘기듣고 가슴이 아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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