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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글을 퍼오다.(양성 쓰기)

맥주 한 잔 하며 인터넷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게시판에 올렸던 옛글들을 찾아보게 됐다. (나이 먹나?) 어떤 게시판들은 이미 사라져서 볼 수 없기도 했는데 푸른영상 게시판은 모든게 그대로 있었다.

해명 바랍니다.



소식지에 올릴 글을 보낼 때 분명 '김송범수'라고 해서 보냈는데 소식지에는 그냥 '김범수'라고 되어있더군요.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 때는 내가 평소 습관대로 김범수라고 그냥 보냈다가 나중에 김송범수로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범수로 실렸더군요. 그 때야 깜박 잊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나야 원래 푸른영상에 잘 알려진(?) 인물이라 평소처럼 아무생각 없이 김범수라고 쓰셨다면 별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실수하신 것이니 사과하십시오. 그게 아니고 일부러 '송'을 빼셨다면 사과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까. 무슨 공문서라면 말이 되죠. 하지만 '푸른영상' 소식지에서 그랬다면 이해해줄 수가 없습니다.

난 지난 30년 동안 나의 반쪽이 '송'씨였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양성쓰기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참 좋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송'씨라고 생각을 해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어머니에게 빚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운동이 그렇게 활성화는 안되더군요. 그래도 좋은 것은 나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어머니 성도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인물과 사상이란 잡지 이번 호에 양성을 쓰다보면 자식을 낳았을 때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는 글이 실렸더군요. 예를 들어 김송범수와 윤김정혜사이에서 자식을 낳으면 '김송윤김철수' 라는 식의 이름이 되니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양성쓰기 운동을 제안한 분들이 이런 문제를 생각 못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괜히 맘에 안드니까 딴지 걸자는 것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이 부분만 빼고는 인물과사상에 실린 그 분의 글에 100% 공감합니다.)

그런게 걱정되서 양성을 못쓰기겠다면 제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죠. 그냥 어머니 성만 쓰는 겁니다. 간단하죠? 몇 백년 넘게 아버지 성만 썼으니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한 5백년 동안만 어머니 성만 쓰기로 하는 겁니다. 그 다음엔요? 그 문제는 후세들이 고민하게 맡겨둡시다. 자 이젠 동의하십니까? 지금까지 쓰던 성을 모두 어머니 성으로 바꾸면 혼란스럽고 경제적인 비용도 많이 들 거라구요? 물론 그렇겠죠. 그러면 새로 낳는 아이들부터 그렇게 하면 되죠? 그래도 비용은 좀 들겠지만 잘못된 것 고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좀 엉뚱한 비유지만 국가보안법도 고치거나 없애지 말까요? 극우보수 뿐만 아니라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아버지 같은 분들도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것이고 가치관의 혼란이 올텐데, 70넘은 우리 노인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일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부모들이 상의해서 성을 정하기도 하고, 야예 제3의 성을 쓰기도 합니다. 자기가 하기 싫으면 최소한 남 하겠다는 것에 딴지는 걸지 맙시다. 스스로도 얼마나 명분이 없는지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차라리 솔직해 집시다. '너희들 말이 맞기는 한데 지금까지 잘못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요. 자신의 잘못된 부분 한가지만 인정하면 되는데(고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걸 정당화 시키려고 하니 우스꽝그러운 논리만 만들어내고 있지 않습니까?

근본적으로 전 '성'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르신들에겐 '상놈' 소리를 들을 얘기죠. 그렇습니다. 저 상놈입니다. 아니 아마도 상놈일 확률이 95%입니다. 그게 어떻다는 말입니까?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양반의 비율은 5 %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조선후기에는 80%로 증가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저의 날카로운 추리력에 의하면 양반들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일 것 같습니다. 제 추리 맞습니까?

실제로 당신이 그 5% 안에 드는 진짜 양반이라 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조상이 양반이었다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럽습니까?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조상을 두셔서 자랑스러우십니까? 뭐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하셨나 보죠? 그렇다면 당신은요? 당신도 조상 못지않게 훌륭하십니까? 게다가 확률적으로 여러분들이 자기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그 조상이 실제 뿌리가 아닐 가능성이 위에서 보듯이 95 %입니다. 분명 양반의 뿌리는 5 %밖에 안됐는데 제 주위를 보면 왜 양반 아닌 사람이 없는거죠? 게다가 그 뿌리를 더 따라 올라가면 원시공동체 사회 아닙니까? 원래뿌리보다는 거기서 뻗어나온 곁뿌리가 더 중요한 건인가 보죠? 내 뿌리는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광산김씨'이나 '여산송씨'가 아니구요. 그 위에는요? 저도 모르죠. 그런 것 몰라도 난 사람들 사랑하며 잘 살아보렵니다. 여러분들도 잘 사시길 빕니다.

99/11/15

요즘은 양성 쓰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6년이나 지났네. 이제 와서 읽어보니 좋게 얘기해도 될 것을 참 싸가지 없게 말했군. 이젠 윤김정혜도 내곁에 없고.^^ 요즘엔 아예 성을 안쓰기도 하더만. 나도 내 성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림자에 작명소에서 지어준 글자 하나 붙인 내 이름도 그렇고 말이다. 난 그냥 내 스스로가 부친 '무위'란 아이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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