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나의 것

2011/04/20 07:27

어제 저녁 지독한 외로움이 몰려왔다.

야근을 하고,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 캔맥주를 마셨다.

전기밥솥의 밥을 꺼내 누룽지를 만들어도 그리 즐겁지 않았다.

라디오나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나의 외로움을 밀쳐낼 능력이 없었다.

 

아침 5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을 떴다.

몸과 입 속에는 약간의 술냄새가 남아있다.

자고나니 어제의 외로움이 아득하다.

나는 아직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삶의 지혜가 미숙하다.

 

내 삶의 처지를 스스로 수긍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나 나는 나의 외로움을 삼켜서 먹어버릴 수 없다.

 

술 정신에 만든 누룽지 끓여먹고 출근해야겠다.

 

외로움은 내 삶의 동반자, 외로움은 나의 것.

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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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ever Let Me Go

2011/04/10 21:01

인간을 복제하여 장기를 기증하고, 인류의 평균수명은 100년을 넘긴다.

 

복제인간, 자신의 내장과 육신을 버려야 삶이 완성되는 자들.

그들의 삶과 죽음은 타인의 위태로운 생명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이 생존하면서 느끼는 사랑과 연민은 너무 깊어서 고요하다.

 

나는 죽음을 알 수 없어 이들의 깊이를 잴 수 없고, 이들의 사랑을 알 수 없다.

단지 너무 깊어서 아프다.

 

- 2011. 4. 10. 16시 50분 씨네큐브 광화문.

영화가 참 조용하다.

영화를 보고, 복제인간의 명확한 죽음과는 다른 미래의 불확실성을 확보한 나, 나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한다.

 

밖에 나오니 짧은 비가 온다.

황사와 방사능에 오염된 비를 피하지 못하고 집으로 걷다가 뛰어간다.

내 어릴 적보다 세상이 참 많이 더러워졌다.

올해 봄비는 사랑과 추억을 잉태하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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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 사랑한 날들

2011/04/07 22:39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의 뜻이 아니다

신의 의지이다.

 

인간은 단지 떠날 뿐.

 

 

- 2011. 4. 7. 19시. 씨네큐브.

사랑에 미친 영화, 깊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자들에게 추천함.

 

 

- 나는 저녁에 영화를 보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이 영화를 다시 되새겼는데,

끝없이 싸우고 사랑하는 그/그녀가 이룬 미완의 사랑...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반야심경의 한구절.

 

故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고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는 까닭에 두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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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2011/04/04 10:24

 

죽음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면 삶도 정면으로 보지 못한다.

 

사람이란 얼마나 독한 짐승이냐. 사람이 다닌 길에는 잡초 한 포기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그러니 풀 한 포기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독하면서도 슬픈 짐승,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동물이 되자

 

멀리 보면 작게 보이는 법, 사람 속으로 더 가까이 가자. 가까이 가면 크게 보인다.

산이 가르쳐준 말씀이다.

 

밥은 그릇을 닮고

정신은 육체를 닮고

눈물은 인간을 닮는다. (이세룡의 시 '눈물')

 

가난은 틀림없이 천수를 누릴 것이다.

발가락은 신발을 닮고 몸은 무덤을 닮는다.

 

- '유용주,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2002, 솔출판사.' 에서 발췌함.

 

 

- 대학원 다닐 적, 한겨례 신문 연재를 통해 유용주의 글을 읽은 인연으로,

지난 주말, 나는 4시간이 넘는 무궁화호 기차에서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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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 스피치

2011/03/25 11:08

'킹스 스피치'

2011. 3. 24. 저녁 8시 35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보았다.

 

영화의 배경은 1939년, 영국의 군주 조지 6세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지6세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다.

조지6세는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이였다.

조지 6세의 형이 이혼예정인 유부녀와의 사랑을 선택하고 왕위에서 물러나자, 조지 6세 영국 국왕이 탄생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국왕(왕족)의 일상과 영국민(평민)의 생활이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지 않고 끈질기게 섞인다는 점.

매춘부 광고가 나오는 신문에 광고를 내고 소박하게 혼자 영업(?)하는 언어치료사가 왕자(조지 6세)의 말더듬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딪침이 그렇다.

제2차대전이 시작될 무렵,

국왕(조지 6세)이 전쟁을 선포한다는 연설을 해야 하는데,

이 전쟁선포 연설를 하면서 말더듬이 조지 6세가 느끼는 긴장과 그 조심스러운 리듬이

다가올 전쟁에 대한 긴장과 공포를 느끼는 국민과 하나가 된다.

국민들이 왕에게 반하는 순간, 매력이 탄생한다.

 

성질 급하게 보지 말고 차분히 감상하면 좋을 듯. 혼자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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