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과일.사기.

3월 마지막날.
늦은 퇴근을 하던 차. 올 때 과일을 사와 달라는 전화를 받고.
동네 작은 마트에서 사야지 하고 생각하고. 지하철역으로 가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초록신호를 기다리는데, 조금 멀리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오고 있는 과일장수 아저씨.
봄이라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 외투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시고.
일을 마치시고 들어가시는 건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을 찾아 다니시는 건지.

순간. 지나가는 아저씨를 불러서. 사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못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나는 사이. 아저씨는 지나가버렸다.

가슴이 갑자기 딱 막혔다. 도저히 아저씨의 눈을, 손을, 볼 수 없을꺼 같았다.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면.
울컥할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내가 요즘.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내 갈길을 못 찾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ㅠㅠ
집에 가는 내내. 가슴은.진정될줄을.모른다. 머리속이 텅비어있지만. 가슴은 누군가.자꾸.예리한 무언가로 날 찌르기만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난. 아저씨에게. 과일을 샀어야했다. 마주쳐야했던것 같다.ㅜ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