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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친데 덮친 격으로.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던 400여개의 전화번호들을 홀랑 날려버렸다. 물론 그중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번호는 몇 개 없지만, 그리고 그중에도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가끔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던 번호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이 사람은 요즈음 어떻게 잘 살고 있으려나...하면서 생각하다가,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피식 웃고는 했었는데 이제 그러기는 힘들겠지...날아간 번호와 함께 기억도 영영 사라져가겠지...

 

돌아보면,
2003년에 홀홀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났다. 그때는 정말이지 많이 돌아다니고 부딪히고 넘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그랬었다. 생각해보면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음이나는 일투성이다. 그러다가 문득 그땐 왜 그랬을까 하며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올해가 밝아오는 시간에 나는 멍하니 시덥지 않은 컴퓨터게임이나 하고 있었고, 문득  휴대폰으로 시간을 봤을때 어느새 2007이라는 어색한 숫자를 보았다. 나는 해가 바뀌었다는 느낌보다는 지금쯤 종각에서는 사람들이 개떼같이 몰려서 소리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1월 1일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기이한 숫자의 조합이 어색해서 한참을 물끄러미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았었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 이 맘 때쯤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때는 피시방 야간 알바를 하고 있을 때여서 그전 타임알바와 교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나니 어느덧 2006년이 시작돼있더라.

 

그리고,
 또 작년 이맘때 즈음, 그러니까 일월도 중반가량 지났을 무렵에 나는 ARCO의 HAPPY NEW YEAR라는 곡을 반복재생해서 듣고 있었고, 이제야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내가 워낙 느려터진 편이라, 올해도 마찬가지로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또 다시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작년을 돌아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처음으로 상근비 받아가며 활동을 시작했던 해였지만,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얼마 전의 글에서 나의 방황자체를 사랑하자고 다짐했건만, 이건 방황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아무튼!
 2006년은 지나갔고, 2007년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이지 새로운 해에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나간 해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보다도 앞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백배천배는 더 슬프다. 또 슬픈 건 그 2007년마저 얼마나 여기에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마 어느 순간 모든 걸 버려버리고 도피하듯 군대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전에 내가 혹은 나를 스쳐 지났던 사람들 한번 씩 만나서 안부인사나 전할까 했었는데 전화번호가 홀랑 다 날아가는 탓에 그럴 수도 없다.

 

그래도...
어찌 됐건 새해는 밝았다. 아마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이를 쳐먹을수록 나도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사람들은 또 그렇게 똑같이 살아가겠지.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또 그걸 알면서도 새로 시작하려고 하겠지. 그게 빌어먹을 사는 거니까.

 

 

그러니까...

 


어쨌든,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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