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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4/17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4/17
    이상한 일주일.(6)
    흑점
  2. 2006/04/17
    미쳐라!
    흑점
  3. 2006/04/17
    이런식의 글은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9)
    흑점

이상한 일주일.



 

참으로 이상한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말을 엄청나게 많이 해서, 한 한달간은 침묵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말들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각각 다른 사람들과, 완전 다른 맥락으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말들이 나름의 이상한 연결고리를 가지며 이어지는 것이었다. J의 박정희론에 대한 반발로 시작해서, 준희형의 운동관, 오랜만에 본 지나의 고민, 휴가나온 현호와의 생뚱맞은 구조주의 대 실존주의에 대한 논쟁, 프로메 싸이 게시판에서의 답글들, 심지어 금요일 동재형과의 대화시작은 "알앤비-워우워우~하는 식의- 를 어떻게 봐야하는가?"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워낙 말이 많았으니 당연했던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마고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삶이 통합되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메모를 해보니 이렇게 됐는데, 이걸로 글을 써보면 뻔하긴해도 한번 읽어 볼 만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다른 할 것들도 많아서 관뒀다. 결론은, 요새 공부에 탄력받았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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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라!

야간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포장마차 옆 보도 블럭에서 한 아저씨가 앉아서

종이컵에 소주를 부어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며 "허허허" 웃고 있었다. 지나치며 그 아저씨와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NL민중가요'틱'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가 문득, 보들레르의 시가 떠올랐다.

 

시간의 짐을 견디기 위해선 취하는 정도로 되겠지만,

세상의 '공기'를 견디기 위해선 미치는 수 밖에 없다,고 나는 다짐했다.

 

미친 사람들은 무섭다. 그러나 그 반대는 더욱 무섭다.

 

보들레르 알코홀릭!

 



취하라 - 샤를르 보들레르

 

취하라

언제나 너희는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의 문제다.
너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너희를 지상(地上)으로 누르고 있는

시간이라는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너희는 여지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으로 취하는가?
술로 또는 시(詩)로, 또는 당신의 미덕(美德)으로,
그건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나 하여간 취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가셨다면 물어보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다.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시오.

 노상 취해 있으시오!

 술로, 시로, 또는 미덕으로, 하여간 당신 뜻대로..."


 

 

Enivrez-vous

 

Il faut etre toujours ivre. Toue est la:

c'est lunique question pour ne pas sentir l'horrible fardeau du Temps qui brise vos epaules et vous penche vers la terre, il faut vous enivrer sans treve.
Mais de quoi?

De vin, de poesie ou de vertu, a votre guise. Mais enivrez-vous.


Et si quelquefois, sur les marches d'un palais, sur l'herbe verte d'un fosse,

dans la solitude morne de votre chambre, vous vous reveillez,

a la vague, a l'etoile, a l'oiseau, a l'horloge,

a tout ce qui fuit, a tout ce qui gemit, a tout ce qui roule,

a tout ce qui chante, a tout ce qui parle, demandez quelle heure il est;

et le vent, la vague, l'etoile, l'oiseau, l'horloge, vous repondront :

 

"Il est l'heure de s'enivrer!

 Pour n'etre pas les esclaves martyrises de Temps, enivrez-vous;

 enivrez-vous sans cesse!

 De vin, de poesie ou de vertu, a votre g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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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의 글은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대자보나 하나 써볼까 한다.

정문에 한 몇일 붙어있다가

얼마안가 기독교동아리 홍보 포스터에 뒤덮일 운명을 가진 이런 글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뻔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슬픈 글이다.

 

-

4월19일, 짧은 단상.

-민주화 이후, 4.19를 다시 생각함.

 

소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 옆 짝꿍을 한대 툭 치며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야, 나는 내 맘대로 할 권리가 있다구"하며 장난을 쳤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씩은 가져 보았을 겁니다. 한편으로 그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 역시 기억하실 줄로 압니다. 이 시에서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치떨리는 노여움으로...서툰 솜씨로...숨죽여 흐느끼며...남몰래"쓰던 ,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앞의 그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2006년 현재에, 46년전 이 날은, 또 26년전 광주의 5월18일은, 우리에게 너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민주화 운동은 '기념사업'이 되었고, 그 주체였던 사람들은 현 정권에게 '보상'을 받습니다. 소위 386세대로 불리던 민주화세력은 지금은 집권 여당이 되어서, 유동적이면서도  더욱 강력한 지배체제를 만들어내었습니다. 민중들이 주체가 되어 이룩했던 민주화의 성과는 자본이 빼았아갔고, 여전히 그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농민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농사지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흑석시장에는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그 곳에서 20년 이상을 터전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을 무참히 쫓아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취업을 위한 학원정도로 변모해버린 대학교가 한때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웠다는 사실은 촌스런 옛 말이 되었습니다. 그마저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지 않고서는 다니기 힘들게 되었고, 졸업을 한다고 해도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불안한 현실에 맞서게 됩니다. 오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어떤 장애인들은 그 날을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명명하며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경찰의 보호를 받는 용역깡패들이 그 곳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무참히 밀어내고, 포크레인으로 논과 밭을 갈아엎으며, 독재정권을 지원했던 미군의 확장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새롭게 기억해내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세상을 변혁했던 것은 우리 민중들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그리고 이 땅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아직 한번도 오지 않았다는 것을.

 

 중앙도서관 앞에는 4.19혁명 당시의 중앙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비가 서있습니다. 오늘 그곳에 꽃 한 송이 바치며 조용히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이 진정으로 바랐던 세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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