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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시키는 메모
-신현림
보봐르의 <처녀시절>과
<회색인>에서 최인훈의 말이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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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을 유효하게 사용했다 잠을 덜 잤다 몸치장도 대강대강 거울 들여다보는 일도 없어졌다 이닦기도 겨우 했다 손톱소제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경박한 독서, 무의미한 수다, 모든 오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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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우주 속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없이 노력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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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를 여는 열쇠처럼 힘을 부르고
나를 끌고 다니는 슬픔을 한방에 날려 버린다
나의 부족함과 아픔을 네가 이해해주듯
나날의 관두껑을 열어 나를 불러세우듯
작은 메모가 네게도 긴장을 주리라
오래된 메모가 나를 강하게 해주었듯
네게도 각성과 눈부신 정열을 주리라
*
이제 가야만 한다
-최승자
때로 낭만주의적 지진아의 고백은
눈물겹기도 하지만,
이제 가야만 한다.
몹쓸 고통은 버려야만 한다.
한때 한없는 고통의 가속도,
가속도의 취기에 실려
나 폭풍처럼
세상 끝을 헤메었지만
그러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파악할 수 없는 이 세계 위에서
나는 너무 오래 뒤뚱거리고만 있었다.
목구멍과 숨을 위해서는
동사(動詞)만으로 충분하고,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허덕일지라도
오냐 온몸 온 정신으로
이 세상을 관통해보자.
내가 더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내가 더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어쩌면 이 블로그에 나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는 듯한 군대 간 친구 한 녀석과 싸이로 쪽지질을 하다가, (그 과정과 양태는 완전히 다를지라도 결과적으로 봐서는) 내가 1년 전과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쩌면 인생이란 이러한 싸이클의 연속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나의 위치를 지탱하며 버티고 살아남는 것. 그게 바로 살아간다는 것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첫째로 앞으로 또 다시 다가올 지나간 과정들이 두렵고 무서웠고, 둘째로 아 그것도 이렇게 지나가고 나면 별거 아니겠구나 하는 안심이 들었다. 셋째로는 절대 그래선 안되겠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이런 인생을 죽을 때까지 계속 반복하라고? 아무리 니체식으로 니힐리즘을 극복하고 디오니소스적으로 사고하고자 노력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다, 나에게는 인식론적 단절, 즉 혁명이 필요하다. 그런데...혁명? 무엇을 위한?(What for?)
*
헌책방에서 산 ‘아이히 호른’의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책 제일 뒷장에는
-
*해방통일진군 48년 6월 26일 금요일,
<열린 글방>에서.
변증법적으로 생각하고,
변증법적으로 살자!
-
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헌책방에서 주로 책을 사는 나는 <사.사.방.(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 이진경)> 사이에 끼여 있던 결혼사진부터 시작해서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뒷장에 쓰여진 식상했던 소설 습작,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저자와 거의 대결해보자는 식으로 밑줄을 긋고 거기에 대한 반론을 적어놓은 <쇼펜하우어 인생론> 등등 많은 재미난 것들을 보았지만, 이 짧고 단순한 메모의 주인이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궁금하다. 앞장에는 이름도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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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90303-022 박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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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학번이면 지금쯤 30대 중후반 정도 되었을 텐데. 아직도 변증법적으로 생각하고, 변증법적으로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정-반-합'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닐로 정성들여 책꺼풀까지 씌운 손때묻은 이 책을 헌책방에 헐값으로 넘기면서 그 과정도 끝이 난것일까...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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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뒤에, 긁적여있는 작은 글귀들.역사라 하기깐진 거대한거 같지만 그래도
그 강물에 나 역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아. 그런데 정말 박충규씨는 무얼 하고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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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점님의 탐나는 책들+_+헌책방 같이 가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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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정말로 지나가다, 몇 년 전의 글을 만나게 되었네요.저 분 아는 분인데..
연락이 끊긴지 거의 이십년 다되어가는 분이지만...
그 책을 팔았던 상황은 돈이 급한 상황이라거나 또는 표현하셨듯 "정-반-합"의 과정이 끝났던 것과는 좀 다른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그 분의 개인사라 뭐라 밝히기는 그렇지만..
변증법에 대한 탐구나 지적 치열함과는 좀 별개의
아픔이 있었던 걸루 기억합니다.
어쨌건 저 분의 책장은 "열린글방" 이라는 서점에 꽂힌 책 전체에 비교될만한 수의 책이 꽂혀있었는데, 아마도 상당수가 저 책과 함께 흩어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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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분의 책을 갖고 있는데, 그분을 찾아그 때의 그 분께 책을 돌려 드리려고 찾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2005년 12월 1일 신촌의 '아름다운 책방'에서 구매했구요.
김남주 시인의 '사랑의 무기'라는 시집입니다.
역시나 마지막 장에는
*해방통일진군 48년 7월 8일 수요일,
<열린 글방>에서
사랑은, 존재의 확인.
투쟁은, "살고 싶다"이다.
라는 글귀가 써 있습니다.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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