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을 만나다 - 2

from 참소리 2011/06/27 10:06

http://cham-sori.net/news/view.html?section=1&category=91&no=11572

 

강에서 만나자, 4대강 사업을 막아내자

 

왕버들나무, 자연과 인간이 만든 합의

 

“내성천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바로 왕버들나무이다. 보통 왕버들나무는 조상들이 강물의 씻김에 의한 토사유실을 방지하려고 일부러 심어놓은 것이다. 융처럼 부드러운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강을 따라 걸으면 이 왕버들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상들이 심어놓은 왕버들나무가 지금은 생명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모래의 열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상승한다. 그래서 큰 물고기들은 보통 이 왕버들나무 밑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곤충의 유충과 치어들도 왕버들나무 뿌리 밑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왕버들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돌제방이 쌓이고, 이곳이 물에 잠긴다는 소문을 듣고 나무업자들이 싼값에 왕버들나무를 베어 갔다. 그래서 순례를 하는 중간에 길게 베어진 왕버들나무 군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왕버들나무의 흙을 움켜쥐는 힘은 내성천의 토사유실과 홍수를 예방해준다.

 

 

▲나무업자에 의해 팔려버린 왕버들나무. 곳곳에서 이렇게 덩그러니 잘려버린 왕버들나무를 볼 수 있었다.

 

 

왕버들나무는 인간에 의해 심어졌지만, 그 효과는 자연에까지 미쳤다. 물고기 등 생명이 다양해지면서 원앙, 흰 수마자 등 멸종위기종도 내성천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러나 돌제방과 같은 개발은 종의 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돌제방이 생기면, 열섬현상이 생겨 수온이 높아지고 큰 물고기들은 살 수가 없게 된다. 아마 종의 다양성은 여기에서부터 파괴될 것이다.

 

최근 환경부는 보호종을 다시 지정했다. 4대강 사업으로 논란이 된 보호종들의 등급은 대부분 해제되거나 낮춰졌다고 한다. 조상들의 노력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영주댐, 모든 것을 잠기게 할 괴물

 

내성천 일부를 잠기게 할 영주댐은 내성천 주변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주민의 삶도 덮칠 예정이다. 약 510여 가구, 2,000여 명이 삶도 현재 위태롭다.

 

“영주댐의 가장 큰 목적은 하천유지용수 공급이다. 그런데 낙동강사업이 수량을 늘리는 용수확보가 목적인데, 왜 내성천 물까지 필요한지 모르겠다.”

 

총 예산 8,600억 원이 투입되는 영주댐은 대형댐이다. 서울 여의도보다 넓은 땅이 물속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주댐을 짓는 것은 그냥 댐을 지어야 하니까 진다고 생각한다. 토건 쪽에서는 댐이 꼭 뭘 위한 게 아니고 댐 자체를 위해 짓는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이 남으니까... 외국에서는 이미 댐을 짓지 않은 지 오래됐다.”

 

세계 곳곳의 나라들은 현재 댐 허물기에 바쁘다. 이들 나라는 “자연에 지나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자연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 5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댐 철거 사업을 가을부터 시작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내성천 답사를 함께 한 박용훈 선생님이 그린 내성천. 저 많은 굴곡이 모두 영주댐으로 잠길 예정이다.

 

 

댐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1만 8000여 개의 댐이 존재한다.

 

“앞으로 쏟아 붓는 것이 어마어마하다면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완공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틀리다. 얼마가 들어간 건 중요하지 않다. 이익이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중단해야 한다. 긴 안목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 당장 영주댐만 하더라도 앞으로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

 

영주댐 공사, 4대강 사업. 모두 시대를 역행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건설자본들에 엄청난 돈을 안겨주고 그 피해를 지역 주민과 동·식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MBC를 통해 알려진 경상북도, 강원도, 충청북도 공동연구결과로 댐 3곳에서 2007년 홍수방지와 발전으로 얻은 이득은 2,800억 원인데 반해, 수몰, 농작물 피해, 호흡기 질환 피해는 최대 5,6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지역 주민과 자연이 받은 피해를 환산할 수 없지만, 댐과 강의 인공적인 개조가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믿는다.

 

강에서 만나자, 4대강 사업을 막아내자

 

영주댐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은 올 장마 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정부는 선언하고 노동자 목숨까지 앗아가며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사 현장에서 주민을 만난다면 그 원성과 비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도 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현장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대형건설사. 무리해 보이는 4대강 공사를 22조를 들여 하려는 이유도 짐작 가능하다.

 

내성천을 거니는 와중에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주댐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자신의 허리를 반둑 잘라내려 해도 묵묵히 흐르는 내성천, 그 물길과 모래 앞에서 내 마음의 무게는 그저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이었다.

 

 

▲금탄. 사진기로 금탄의 굴곡을 다 담기란 힘든 일이다.

 

 

▲미림교 부분에서 바라본 내성천.

 

 

내성천을 다녀오고 머릿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떠나지 않는다. 현장을 다녀오지 않고는 가능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강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알았으면 좋겠다. 평화바람의 4대강 순례도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여, 모래톱을 이루고 그 모래들과 강이 만나 굴곡을 만들고 또 생명을 잉태한다. 그 생명과 모래톱, 그리고 모래 알갱이. 처음과 끝이 만나는 그 전 과정을 비로소 ‘강물이 흐른다’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우리네 삶도, 희망도 이와 같을 것이다. 희망이라는 작은 모래 알갱이가 모여야 변화라는 모래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6/27 10:06 2011/06/27 10:06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peacemania/trackback/100

  1. 리버시 2011/07/25 2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국토를 절단내는 한나라당 독재친일 정권..

    자료
    http://cafe.naver.com/afarmlove/11505
    http://cafe.naver.com/afarmlove/11421
    http://cafe.naver.com/afarmlove/1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