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민주노총 대의원들께 드리는 호소문 :
기만적인 ‘사회적 교섭 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오늘 민주노총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착취에 맞서 싸워온 위대한 전통을 되살려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선봉부대를 계속 이끌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대중을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순치시키려는 권력과 자본의 하위동반자로 전락할 것인가, 실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리 교수들은 이런 상황인식에서 2월 22일에 열리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을 새로운 어용노조로 전락시킬지 모를 ‘사회적 교섭 안’이 재차 상정된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알다시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유연화 공세는 개방적 신자유주의체제의 구축을 추구하는 노무현정권 노동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국내외 총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이런 공세를 저지하려면 총파업투쟁을 포함한 노동자대중의 총력투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제반 국내외세력과의 강고한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투쟁력이 증대할수록 노동자대중의 대정부 교섭 위력도 증대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금 길을 거꾸로 가고 있다. 총파업투쟁은 조직하기 어렵고, ‘사회적 교섭’을 재개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저지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회적 교섭 참가를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조건에서 위력적인 총파업투쟁 조직은 어렵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총파업투쟁 조직의 어려움이 투쟁 역량 강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 경주 책임까지 면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노사정위로 복귀하여 사회적 교섭에 나서야만 노동유연화 공세를 저지할 수 있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주장은 사실 황당무계하다. 노사정위는 신자유주의 지배체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 만든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닌가. 물론 노사정위 복귀를 통해 비정규법안 개악에 일정하게 영향을 주고, 법안 처리를 얼마간 유보시킬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얻기 위해 민주노총은 한편으로는 지배세력 내 온건파에게 ‘선처’를 구걸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의 임금, 고용조건 등과 관련하여 중대한 양보를 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예측이 단순히 예측으로만 끝나지 않다는 점은 그간의 노사정위 참가 경험이 역사적으로 입증해준 바 있다.

노사정위 참여와 노사정 합의에 집착할수록 민주노총은 권력과 자본 앞에 한없이 초라한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국은 권력과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노동자통제장치로 변질되어버릴 것이다. 이는 곧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노동자대중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라는 거센 풍랑 속으로 끌고 들어가 서로 경쟁하도록 강요하는 꼴과도 같다. 비정규직 개악 저지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 시점에, 그리고 노동자들이 ‘비정규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전국적 총파업의 조직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이 사회적 합의체제의 구축 없이는 비정규직의 양산과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을 막을 수 없는 양 ‘사회적 교섭’ 참가를 갈망하는 것은 민주노조진영의 투쟁능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고,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미력이나마 민주노동운동의 발전에 힘을 보태온 우리 교수들이 민주노총 대의원들께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안을 유보 없이 폐기시켜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노총이 무엇보다 먼저 비정규직노동 철폐를 위한 위력 있는 총파업투쟁을 조직하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강고한 연대투쟁을 전개할 조직체계를 갖추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민주노조진영이 노동자대중의 신자유주의체제로의 통합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주창하고 나서는 신자유주의세력의 사탕발림 발언에 덩달아 춤추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줄 것도 당부하고 싶다.

‘개혁에서 실용으로’ 자신의 기치를 바꾸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은폐되어온 노무현정권의 반민중적 본질이 백일하에 폭로되고 있다. 이제 민중의 분노 또한 깊을 대로 깊어지고, 바야흐로 거대한 활화산으로 터져 나올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노총이 사회적 합의체제 구축에 매달린다면, 권력과 자본에 대한 자주성을 생명으로 삼는 민주노조운동의 깃발을 내리는 것과도 같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민주노조진영이 지금 겪고 있는 진통이 민주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2005. 2.

‘사회적 교섭안’ 폐기를 촉구하는 교수들

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강석재 (안양대 경영학과)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강지은 (건국대 강사) 국중광 (한신대 독문학과) 김기택 (조선대 스페인과) 김달곤 (경상대 경영대) 김대오 (한신대 철학과) 김범춘 (서울시립대 철학과)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김성림 (건국대 강사)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김수행 (서울대 경제학부)김애영 (한신대 신학과) 김용락 (경북외국어대 국제학부) 김원재 (안전대 세무회계) 김한성 (연세대 법학과) 민완기 (한남대 경제학과)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학과) 박병섭 (상지대 법학과) 박상환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순경 (이화여대 명예교수)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박영균 (건국대 강사) 박철우 (서일대 문예창작과) 송백석 (국민대 강사)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서관모 (충북대 사회학과) 서영화 (상지대 외래교수) 신병현 (홍익대 경영학과) 양희찬 (전북대 국문과) 오세철 (전 연세대 교수) 유제호 (전북대 불어불문학과) 유초하 (충북대 철학과) 이갑영 (인천대 경제학과)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세영 (한신대 국사학과) 이재유 (건국대 강사) 이채언 (전남대 경제학과) 이현주 (경인여대 비서행정과) 이화영 (서일대 충국어과) 임성윤 (성균관대 강사) 전지용 (조선대 사학과) 전형수 (대구대 경제학과) 정규환 (성공회대 강사) 정병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정영철 (순천대 생명과학전공) 정영태 (인하대 정외과) 조은평 (건국대 강사) 조정환 (성공회대 강사) 황선길 (연세대 강사) 홍영두 (성균관대 강사) 홍영경 (성공회대 강사)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규진 (대진대 강사)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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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논평 :
진보를 자처한다는 일부 교수들의 분별없는 처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비정규직개악저지투쟁에 여념이 없는 지금 진보를 자처한다는 일부 교수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심각한 자주성침해와 사실을 왜곡하는 성명을 내놓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참으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절적한 방식의 문제제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성명서는 몇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중대한 사실의 호도와 왜곡을 통해 민주노총을 분열시키고 있다.

우선 성명에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와 노사정합의에 집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는 표현이다. 민주노총이 주창해온 것은 기존 노사정위 해체와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 구성이었다. 또한 노사정 합의에 집착한 바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여러 자료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사회적 교섭기구에서는 비정규직문제, 산업공동화문제 등 단위노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책적 의제를 놓고 쟁점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으로 만들 것임을 누차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들 교수들은 이러한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마치 합의에 집착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둘째 당면과제인 비정규직개악안 저지전선에 심각한 교란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부의 조직적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사회양극화반대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사회적 교섭을 포함한 종합적 전략이 민주노총 대대에서 수립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들 아는대로 일부단체들의 물리력으로 대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유회되었다. 사회적 교섭전술은 대정부전략과 우리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한 전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성명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하면 어용노조로 전락하게 된다는 참으로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대대파행을 이끈 일부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셋째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도 희망하는 바이다. 그러나 조직하는 과정이 있고 준비하는 전술방침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조직화의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성명을 발표한 교수들이 민주노총의 집행을 같이 책임질 것인가? 아니 작년부터 투쟁조직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 적이 있던가? 오히려 계속 개량주의, 어용으로 매도하면서 지도부의 조직화노력에 현장의 불신을 조장해온 것이 진실이다.

성명서의 주장과 대대에서 단상점거를 시도한 사람들의 주장이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의 일방적 주장은 단위 현장에서 막연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마침내 '단상점거소동', 민주노총지도부에 대해 '자본과 정권이 파견한 자' 등의 막말을 내뱉게하는 원인이 되었다.

사실왜곡과 일방적 매도 그리고 대중조직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무례한 언동에 대해 단순한 동지적 충고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우리는 지금 성명의 내용이 그대로 간과하기에는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의견이 있다면 가능한 교수노조를 통해 조직적 입장으로 개진해주길 당부한다. 교수도 노동자라면 노동자답게 집단적, 조직적 질서를 준수해주길 바란다.
또한 민주노총은 대중운동을 해온 단체이다. 학자의 관념으로 재단해서 대중의 자주성을 침해하지말기를 바란다. 섣부른 관념적 운동이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폐해를 초래했는가 우리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누구보다 많은 고민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에대해 함부로 어용이니, 개량주의니하면서 자기관념으로 재단하여 상처주는 행위를 삼가기 바란다.

민주노총은 그동안의 투쟁 경험 속에서 밀려서 하는 파업, 부분만 참여하는 파업으로는 도저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쓰라린 피의 교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 현재도 기아비리, 대대폭력 등과 같이 내부의 혁신과 개선없이는 우리 시대의 진보적 역사적 과제를 달성해낼 수 없다는 값비싼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 절절한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피의 구호이고 이 기치로 선택된 집행부이다.

마지막으로 전술적 방침에 불과한 사회적교섭 방침을 마치 절대적으로 무산시켜야할 전략적 목표로 격상시켜놓고 흔들기에 열중하기 보다는 민주노총의 큰 투쟁에 대해 함께하면서 힘을 보탤 것을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바이다.

2005.2.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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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02:17 2005/02/2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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