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주간울교협통신] 3호, 96.1.26

 

현대중공업 전노회 총회에 부쳐

전노회 출범의 배경과 문제의식

95년 임투 와중에 전노회는 준비위 형태로 출발했고, 임투가 무쟁의로 마무리되고 며칠 후 6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91년 노민추 이후 실로 4년만에 현장 활동가들의 전공장 단일조직이 재건된 것이다.

자본의 신경영전략은 94 임투의 패배의식을 비집고 현장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산개되어 있던 현장동지회들간의 연합 수준으로는 자본의 이 새로운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에 지치고 전망을 못찾아 전선을 떠났다. 조합원 대중들 또한 예전같지 않게 점점 '고급 관객'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노회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발했다.

전노회는 조직 건설의 문제의식을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첫째, 정권과 자본의 이념공세와 물리적 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전망을 확보한다.

둘째, 노동조합 공식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에서의 독자적 내용에 기반한 주체적 활동을 이끌어낸다.

셋째, 조직적 학습과 토론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된 노동자 의식으로 무장하고 토론된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직접 전달하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게끔 한다.

넷째, 올바른 조직관과 활동관으로 단련된 활동가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낸다.

다섯째, 동지들간의 상호불신을 극복하고 옆에서 챙겨주는 동지애로 동지들간에 힘이 되는 조직을 건설한다.

민주노총-금속연맹 시대, 전노회의 역할과 임무

1월 21일 금속연맹이 출범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공동임투 못지 않게 대중적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본격화하는 것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운동을 힘있게 추진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주요한 임무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전노회가 해야 할 역할과 임무를 몇가지 뽑아보자.

첫째, 전노회는 현장조직력 강화와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통일시키는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한다. "2만2천 조합원의 권익은 천만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투쟁 속에서만 쟁취될 수 있고, 2만2천 조합원의 단결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천만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 진리'다. 우리의 골리앗투쟁으로 전노협이 사수되었고, 사수된 전노협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전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임금인상은 언제나 총자본과의 격전 끝에 그 결과로 주어졌던 것이지 그 자체로 목표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 전노회는 연대와 현장을 대립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고 '산업별 단결의 정신에 근거한 현장활동'을 힘있게 개척해나가야 한다. 내주 하청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는 일에서부터 '큰 단결로 작은 차이를 모아나가는 일상활동'을 발전시키자. 시민과의 연대나 국민적 지지를 백번 외치는 것보다 같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단위사업장 울타리 안에 있는 하청 노동자, 파트타임 노동자, 일용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천만번 낫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의 지역적 단결을 강화시키고, 91년 5월 투쟁의 성과를 모아 건설했던 울민노의 경험을 발전시킬 울산지역 현장조직연합체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현대자동차 민투위, 현대정공 부서동지회, 남연추 등 울산지역에 존재하는 현장조직간의 연대를 강화하자. 당장 임원단간 회의를 상설화시키는 노력부터 시작하자. 각자의 조건들을 공유하고 과제를 통일시키면서 공동의 실천들을 하나씩 발전시키자. 다가올 총선과 임투에 대해 지역 현장활동가들의 공동토론회라도 개최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공동대응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가자. 이를 위해 전노회 집행단위 내에 반드시 연대사업을 전담할 부서가 신설되어야 한다.

셋째, 전노회는 전공장 소위원 활동을 활성화하고, 10대 집행부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할 부서집행위 사업에 적극 결합해야 한다. 현장조직력 강화의 요체는 기본 생산단위(반, 팀)에서 노동조합 권력을 재탈환하는 것이다. 부서집행위는 이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도이다. 고도로 집중된 노동조합 집행권력은 기본 생산단위에까지 직접적으로 집행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분과 대의원대표를 통하거나 분과 대의원체계를 통한 집행부 지침 전달 수준의 사업조차도 현재의 대의원 역학상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집행부 현장순회와 같은 계기적 사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조합 권력의 실질적 하향 분산이 불가피하다. 2∼300 단위의 부서체계에서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의사결정과 집행, 집행에 대한 통제와 평가 전반이 이루어지고, 이 체계에 민주적인 대의원, 소위원, 현장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부서집행위다. 더불어 전노회는 부서단위 소위원체계와 분과단위 소위원회, 나아가 전공장 소위원체계를 구성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소위원 활동의 대중적 공신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노동조합 규약에 소위원 활동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느냐 마느냐는 사실 관건적인 문제가 아니다. 대의원에 대한 단순 보좌를 넘어서서 소위원의 독자적 활동을 개척하고 이를 전공장 차원의 '비제도권(?) 현장권력'으로 발전시켜내는 것이 전노회의 보다 큰 임무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2/14 07:33 2005/02/14 07:33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plus/trackback/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