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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5호, 96.2.9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에 거는 기대

2월 9일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 창립의 의미

18개 민주노조가 참가하고 3개 노조가 참관할 것으로 알려진 울산지역 6만 노동자의 단일 대오,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이하 [시협])가 2월 9일 드디어 닻을 올린다.

[시협]은 89년 [울노협준비위], 94∼95년 [울노대]의 적법한 계승자이다.

[시협]의 창립은 [현총련]과 효문·남구지역으로 나뉘어 발전해온 울산지역 민주노조운동의 한 시대가 마감되고, '울산지역 민주노조 총단결'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시협]에 거는 안팎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시협]의 현실과 과제

그러나 [시협]을 둘러싼 현실은 복잡하고,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 같다.

첫째, 예상되는 [현총련]의 '생존'과, 마찬가지로 예견되는 [금속연맹 울산지부]의 '탄생'으로 대별되는 지역 내 조직 지형의 불안정과 복잡함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금속연맹] 가입을 결의한 상태이고, 현대정공은 2월 6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총 의무금 1,300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1차 300원에 대한 최종 결정조차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정공이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리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효성, 동성 등 4개 노조는 [금속연맹 울산지부]를 빠르면 2월 안에 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2월 8일 조합원총회에서 59.68%의 찬성으로 [현총련]을 통한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2월 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견 대의원들을 선출하고 의무금 500원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진다.

[현총련]은 2월 1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총련 통합안'을 특별 결의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총련]은 금속산업 내 3주체([금속연맹], [자동차연맹], [현총련])의 하나로 스스로를 재정립하는 셈이 된다.

[시협]의 가장 큰 과제는 [현총련] 산하 금속노조들이 더이상의 '혼란' 없이 어떻게 산업별 재편을 완료하게끔 할 것인가에 있다.

둘째, 여전히 [현총련]과 남구·효문지역의 '차이'와 '대립'(?)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남아 있다.

89년 [울노협준비위]가 말 그대로 자본과 정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객사'(?)한 이후 울산지역의 모든 투쟁은 [현총련]의 투쟁으로 대표되었다.

[우리마당], [남노집], [동해협], [남연추]로 이어지는 남구·효문지역 선진노동자들의 줄기찬 노력과 효성, 영수물산, 대성의 장기 파업투쟁은 [현총련]의 그늘에 가려 울산지역 전체의 투쟁으로 각인되거나 대표되지 못했다.

[현총련]에 대한 남구·효문지역 노동조합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남구·효문지역 노동자 대부분은 [현총련]이 주최하는 집회에서 매번 '구경꾼'일 수밖에 없었다. 매해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지만 울산지역의 깃발 아래 하나로 모여본 적이 없다.

작년을 돌이켜 보자. 막상 임투가 시작되자 [울노대]는 실종되었다. 어떻게 보면 [현총련]은 [현총련]대로, [남연추]는 [남연추]대로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이른바 [현총련]과 [남연추]의 '대립'(?)이라는 것이 '허구'임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지역의 투쟁 사업장과 중후진 사업장의 구분이 [현총련]과 [남연추]라는 틀로 이원화되어 '대립'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시협]은 지역의 앞선 투쟁 동력들을 중심으로 96년 임투를 전진 배치하고 중후진 사업장을 후진 배치함으로써 [현총련]이라는 틀보다 넓은, 말 그대로 '울산지역 연대투쟁'을 실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시협]이 울산지역 전체 조직 노동자의 압도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조직 현실이 있다.

석유화학의 대다수 노동조합과 비철금속단지의 다수 노동조합을 [시협]은 포괄하고 있지 못하다.

효문지역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한국노총 산하 금속연맹을 당장 탈퇴하기 어려운 현실이고 앞선 몇몇 노조들도 [시협]에는 참관 수준으로 결합할 것이 예견된다.

한편 병원, 대학 등 비제조업 사업장 역시 전교조 울산지회와 동강병원을 제외하고는 [시협]에 참관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부문 또한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 있지만 지부 수준의 결합이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시협]의 과제는 바로 중간노조들의 참관을 넓히고 참가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를 통해서 상당수 어용노조 사업장의 노조민주화투쟁을 촉진하고 이 힘을 근거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 확대사업을 벌여나가야 한다.

[시협]에 거는 기대

[시협]이 안고 있는 현실과 풀어야 할 숙제들은 이렇듯 어렵다. 그러나 6만 울산지역 노동자의 요구와 지향을 하나로 묶어, 닥친 것부터 하나씩 '돌파'해 간다면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시대의 울산지역 민주노조운동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아무쪼록 [시협]이 산별노조 건설운동과 현장활동을 통일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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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37 2005/02/1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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