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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3호, 96.1.26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 건설을 위한 공청회'를 보고…

1월 24일(수) 19시부터 울산성당에서 70여명의 노동자와 지역 활동가들이 참석한 공청회가 성화섭(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 준비위 공동의장, 한국프랜지 위원장) 동지의 사회로 세시간 가량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천창수(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 준비위 집행위원장) 동지가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제를 했고 이어 지정토론자들의 견해 발표가 있었다.

천창수 동지는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이하 시협)의 향후 방향에 대한 '극단(?)적' 고민을 첫 화두(話頭)로 끄집어내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시협이 남구, 효문지역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일에 집중하는 '상담소'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사업과 같은 '선도(?)적'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사실 이런 극단(?)적 고민은 시협을 둘러싼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핵심은 "현총련 금속사업장 노조가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금속산별에 사업을 이관하고 조직 가입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기존 현총련 사업의 관성과 동력이 있기 때문에 산별 사업이나 지역 사업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모으면 많으나, 세 조직으로 흩어져 있"는 상근역량 문제, "현총련은 1인당 월 300원에서 200원으로 삭감되었고, 시협은 1인당 월 100원인데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현총련과 시협 어디에도 맹비를 내지 않고 있는" 심각한 재정 부족 문제를 낳고 있다. 96 임투와 관련한 천창수 동지의 견해는 이렇다. "본질적으로 임투는 산별연맹이나 현총련의 고유 사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산별연맹과 민주노총 중앙이 일정하게 96 임투에 대해 공동방침을 결의한다면 당연히 지역에서도 그만큼의 공동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의 특수성(현총련과 금속연맹의 관계)을 고려하여 현총련과 금속연맹 중앙이 공동임투를 결의한다면 민주노총 시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함께 공투본을 구성하여 지역 중심으로 임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민주노총 시협의회의 역할은 각 연맹이나 현총련 단위의 임투가 원할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첫번째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대연(민주주의 민족통일 울산연합 정책차장) 동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노총 시대 노동운동의 중심 과제이며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가 울산연합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지정토론자인 안기호(시협 준비위 공동의장, 효성금속 위원장) 동지는 "현총련이 자동차연맹과 금속연맹 통일의 캐스팅 보드를 자임했지만 오히려 내부 조직의 교통정리도 못하는 무능력을 자임한 것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정치세력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현재 자신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급 중심성의 원칙이 반드시 견지되어야 하며 일체의 선거주의, 의회주의, 사민주의적 경향에 반대한다. 대중투쟁이 우선되는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지역연대에 대해서는 "실무력 없는 실무자, 회의만 참가하는 대표자의 문제가 지역연대조직이 제대로 서지 못했던 역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업종별 공동투쟁에 대해 "업종별 투쟁에 대한 일면적 비판은 부당하며 업종별 투쟁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번째 지정토론자인 김호규(현대정공 대의원) 동지는 "1년전에 울산지역 민주노총 준비위가 왜 뜨지 않았는가? 지역 대공장운동은 활성화됐지만 지역 조직운동으로 축적되어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울산지역이 갖는 조직운동에 대한 복무 자세를 촉구했다. 현총련에 대해서는 현총련이 주최한 95년 환경콘써트에 200여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던 문제를 들면서 "93년 이후 현총련 자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의문"이라고 제기했다. 정치세력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한날 우리 국민들이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던 사람에게 왕관을 씌워주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제하고 정치세력화 노력은 노조운동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노조운동과 정치운동이 병행해서 발전되어야 하며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정당 건설로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현장조합원들에게 '내 조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김명호(현총련 정책차장) 동지는 임단투를 현총련이 하고 사회정치적 활동을 시협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협이 울산연합에 가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2월 초순 현총련 대의원대회에서 금속통합에 대한 현총련 안을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토론이 끝나고 성화섭 동지의 사회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성화섭 동지는 "지금 보면 조직 논의 단계에서 내 의견은 옳고 남의 의견을 틀렸다는 식으로 분열되어왔다. 이에 대해 서글픔을 느낀다. 어떻게 하나된 조직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고민과 노력을 집중하자"고 운을 떼었다.

첫 포문은 백은종(현대정공 전 부위원장) 동지가 열었다. 백은종 동지는 "지금 이 자리에 단사 위원장들이 몇명이나 되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단사 위원장들이 책임감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왜 지금까지 현총련이 통합 논의를 해야 되는가 모르겠다"고 전제한 후 "자본가의 탄압을 돌파할 수 있는 조직 건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한창수(현대중공업 해복투 의장, 울해협 의장) 동지는 "울산연합에 시협이 들어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격렬한 항의성(?) 질문을 정대연 동지에게 던졌고 김명호 동지에게는 "현총련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질문했다.

김원필(현대중공업 조직쟁의실장) 동지는 "올해 싸움의 중심을 어디에 둘거냐? 중심을 분명히 안세우면 금속도 현총련도 지역도 다 안된다. 현총련 통합안은 불가능하다. 최근에 조합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 대다순데 현재 자동차와는 사업방식이 틀려서 어렵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은 하겠다. 중공업 내부에는 현총련을 탈퇴하자는 기류가 사실상 존재한다. 그러나 자동차와 함께 가기 위해 현총련 100원, 민주노총에 200원, 시협에 100원을 의무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시협은 중공업과 금속을 중심으로 지역을 모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2월 8일 현대자동차가 총회에서 가맹단위를 최종 결정하면 시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올해 또다시 현총련 중심으로 임투했다가는 큰일난다. 민노총 시협 대표자회의의 결의가 현총련 결의보다 약하면 민노총 문 내려야 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주장했다.

윤종오(현대자동차 조직1부장) 동지는 "현총련 금속통합안에 동의한다. 자동차는 무게중심을 시협으로 하면서 현총련 사업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금속통합 사업에 최고 무게를 싣겠다"고 말했다.

오종쇄(현총련 조직강화특위장) 동지는 "시협은 지역 내 각 가맹 연맹의 협의체적 성격이 되어야 한다. 지금 오히려 집중해야 할 사업은 지역 내 산업(업종)별 단일조직화가 아닌가?"라고 제기했다.

정용호(현대자동차 조합원) 동지가 시협이 울산연합에 가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천창수 동지는 "지난번 대표자회의 때 한 대표자가 제기해서 논의된 바는 있지만 현재 결정을 이월시켜놓은 상태다. 전국연합과 울산연합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울산연합의 경우 특별한 정치이념, 정치적 경향성이 있는 것 아니냐? 사안별 연대야 가능하겠지만 직접 가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시협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임병규(남연추 교육부장) 동지는 시협이 남구지역의 화학, 섬유업종 노조들의 민노총 가입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고 더불어 한국통신과 비제조업 업종 쪽의 결합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올들어 처음 있었던 지역 공개토론회였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는 동지들이 없을 정도로 시종 분위기가 진지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구상과 구도들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가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확정하고 헌신적으로 활동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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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34 2005/02/1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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