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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뉴스 칼럼


“정치 얘긴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6년만에 언론과 인터뷰한 법정스님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대운하가 우리강산을 망치고 문화유적을 파괴하며 경제 이익도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


경부운하를 중심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살펴보자. 서울과 부산 사이에 수심 6m, 너비 100m 이상 되는 총540여km의 수로를 파겠다는 것이 경부운하 사업이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기 위해 조령산에 높이 약 20m, 너비 약 22~23m, 길이 약 26km의 터널을 2개 뚫는 공사도 포함된다. 조령산과 낙동강 하구의 표고 차가 100m나 되기 때문에 보를 15개 만들어 16개 수로 구간으로 나누고 갑문도 19개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운하의 서울-부산간 교통시간은 24시간. 공사비는 14조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골재를 팔아 8조원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경부운하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위를 올리거나 강바닥을 파내야 하는데 수위가 올라간만큼 홍수 범람을 피할 도리가 없고, 강바닥을 파내서 억지로 다른 강물을 끌어들이면 지류는 그만큼 강이 마르게 된다. 정부는 독일의 운하를 예로 들며 홍수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라인강의 하상계수(연중 최대수량과 최소수량의 비)가 14인 반면 낙동강은 372, 한강은 무려 393이다.


낙동강물이 조령에서 바다까지 흘러가는 데 열흘이 걸린다. 이 물을 운하에 석달 이상 가둬놓으면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하천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으면 육상생태계와 하천생태계가 단절된다. 대형 바지선이 오가면서 물속에 일으키는 회오리 때문에 수중생물들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낙동강을 파헤치게 되면 낙동강은 흙탕물이 될 것이고 이 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 시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경제 이익이란 것도 터무니없다. 경부운하는 550km 구간에 24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부산-인천간 연안 해운수송의 경우 753km에 28시간이 걸린다. 서울에서 나가는 화물의 87%가 인천과 경기도로 나가는 화물이고, 부산에서 나가는 화물의 82%가 경상남도로 나가는 화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주의 80%가 경부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골재시장이 1조원밖에 안되는데 골재를 팔아 8조원을 만들겠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도대체 경제 이득이라고 할만 한 게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정부가 살짝 말을 바꿔 관광 특수를 얘기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이 콘크리트 벽에 갇힌 운하를 보러 한국에 몰려올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강 주변 문화재들의 파괴도 심각하다.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으로 수천 곳의 지정문화재와 매장문화재가 널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재 발굴기관은 141개, 조사인력은 19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사전 문화재 조사에만 엄청난 시간과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지정문화재를 옮기는 데만도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 특유의 ‘속도전’으로 공사를 벌인다면 한강과 낙동강 주변의 문화재들 대부분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한반도 대운하는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투성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맞출 요량으로 땅값 오르는 데만 관심이 있는 해당 지역 유지들과 건설업자들을 동원해 이 어처구니없는 국토 파괴 사업을 강행한다면 단언컨대 단군 이래 최대의 민중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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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06:40 2008/03/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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