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신문 칼럼 원고

 

불볕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는 11일 한낮. 한 노동자가 주저앉아 운다. 오른 팔에 보정대를 하고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며 펑펑 울다 그 자리에 쓰러진다. 50대 여성 해고 노동자 서지원, 울산지역연대노조 효정재활병원지부장이다.

 

 

언양에서 경주 가는 길 천전리 각석 입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거기 지적장애인과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효정재활병원이 있다. 서지원, 강을출, 윤향순 3명의 해고 간병사들이 두달째 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복직명령을 받았지만 해고기간 임금을 받지 못한 김정순 조합원도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면서 받지 못한 야간연장수당을 돌려달라.”
“부당해고와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원직복직시켜라.”
지난 9일 3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병원 쪽 ‘실세’로 알려진 동향원 김 아무개 사무국장실로 밀고 들어갔다. “대화를 하자”는 해고자들의 요구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향원 직원들과 몸싸움이 거세졌다.

 

‘실세’ 김 아무개 사무국장은 해고자들과 함께 들어간 울산연대노조 김덕상 위원장과 기자에게 “찌꺼기들은 나가.” “이 거지 XX들, 빨리 끌어내.” “우리도 민주노총으로 쳐들어가자.”며 막말을 퍼부었다.

 

여성 해고자들은 이날부터 사무국장실을 점거,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다음날 오후 동향원 직원들이 사무국장실 에어컨과 전기를 끊었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 없다’ ‘문제해결을 위한 성실교섭에 임하라’는 현수막도 찢어버렸다.

 

농성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직원들은 서지원 지부장의 팔목을 비틀며 밀어붙였다. 서 지부장은 오른쪽 팔목을 크게 다쳤다. 연대하러 달려온 공무원노조 남구지부 윤선문 사무국장도 당했다. 동향원 직원들은 윤 사무국장의 옆구리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쓰러진 윤 사무국장의 가슴팍을 발로 짓눌렀다. 윤선문 사무국장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서지원 지부장이 외친다. “너희가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소양과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냐?”

 

이달 말 중앙노동위원회는 효정재활병원 해고 노동자 3명의 부당해고 여부에 대해 심판한다. 해고자들은 말한다. “똑같은 건으로 김정순 조합원이 중노위에서 복직판결을 받은 만큼 중노위 판정을 기다릴 것 없이 빨리 복직시켜라.”

 

효정재활병원 해고 간병사들이 투쟁에 나선 지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서혜숙 지부장은 이름도 ‘연대와 지원’ 할 때 그 ‘지원’으로 바꿨다. 나약했던 간병사들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로 거듭났다. 노동조합을 통해 연대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이름까지 바꿨다.

 

서지원 지부장이 땀범벅 눈물범벅으로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며 토해낸 울음을 외면하지 말자. 서지원 지부장이 눈물로 우리들의 ‘연대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 투쟁에 열일 제쳐두고 무조건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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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09:44 2007/08/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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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2007/08/16 00:37 URL EDIT REPLY
헤헤, 예상대로 편집장님이신군요. 이렇게 인터넷으로 소식 주고 받으니 택시타면 금방이라도 갈 수 있는,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갈 수는 없지만...
사고는 쳐놓고 글도 안 올리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부지런히는 아니어도 아님 사진이라도 게이르지 않게 올릴것을 다짐해봅니다. 또 뵈요. 그리고 반갑습니다!
정현주 2007/08/16 21:20 URL EDIT REPLY
아직도 기본 법규를 모르고 운영하는 악덕 병원이 있나요?
plus 2007/08/16 22:19 URL EDIT REPLY
아키/오늘 무쟈게 더웠는데(허기야 거기 비하면 여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신문 우편 발송작업하느라 땀 깨나 흘렸지.. 이래저래 바뻐서 연재꼭지 작업을 못했는데 주말쯤에는 수희동지도 시간이 나겠지.. 반가운 걸로 따지면야 이쪽이 더 반가움^^ 주제는 되도록 폭넓게 써주면 고맙겠고 제에발 노동뉴스 틀에 얽매이지 말아주셨으면 땡큐이겠음.. 그쪽 이런저런 얘기, 릭샤 모는 사람 얘기도 좋고 꼭 활동 이렇게 얽을라고 하지 마시고 거기 사는 사람 얘기, 역사 얘기, 종교(?) 얘기 뭐든 마구 올려주삼. 사진도 이것저것 많이 올려주길 부탁드림^^
정현주/이 효정재활병원 때문에 1년 가까이 여러 사람들이 씨름하다시피 하는데 여기, 참 거시기한 곳이예요. 이랜드 홈에버랑 겹쳐서 요즘 중요한 시기에 지역에서 힘을 확 집중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하여튼 올 여름에 무슨 결말이 났으면 합니다.
아키 2007/08/24 23:23 URL EDIT REPLY
바빠요, 편집장님? 진보넷 블로그에 아는 사람이 편집장님 밖에 없네요. ^^ 괜히 그냥 말 걸어요. 뭐하시나... 맥주라도 한 잔 하고 계시나... 금요일 저녁인데. 그러고보니 편집장님과는 꽤 오랜세월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네요. 그쵸. ^^; 이번 보릿고개 하면서 아니 저런 인간적인(?) 모습도 있었단 말이지, 싶은게 역시 사람은 한꺼풀 두꺼풀 겪어봐야 하나봐요. ㅎㅎ 여기 델리는 지금 저녁 여덟시, 원푸드로 저녁 때우고 내일까지 내야 할 리포트 있는데, 진~짜 쓰지 않으면 안 될때까지 이러고 여유 부리고 있답니다. 아~ 이 벼락치기 인생. 이때껏 이러고 있을지 예전에 미처 몰랐네요. ^^ 또 뵈요!
plus 2007/08/26 21:09 URL EDIT REPLY
어, 이제야 봤네. 금토 좀 바빴지. 헌데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비쳤나? ㅎㅎ 레포튼 다 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