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여름휴가 때 휴가 안가고 사무실에서 그냥 일을 한 덕(?)에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천안에 있는 위빠사나 명상센터 호두마을에서 집중수련을 할 시간을 얻었다. 이번이 세번째다. 호두마을에서 내는 계간지가 있는데 거기 실린 성기서 고문의 권두언이다. 이런 목소리는 뭐랄까, 참 새롭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에 7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마음챙김을 뜻하는 염각지(念覺支), 법을 예리하게 검토하는 택법각지(擇法覺支), 활기찬 정진력을 뜻하는 정진각지(精進覺支), 바른 수행에서 생기는 기쁨 또는 환희의 희각지(喜覺支), 오온의 고요함을 뜻하는 경안각지(輕安覺支), 고요하고 집중된 마음을 뜻하는 정각지(定覺支), 그리고 정신적 평온함을 가리키는 사각지(捨覺支)가 그것입니다.


이 칠각지와 관련된 부처님과 마하 깟사빠 존자가 나눈 병문안 문답이 [상응부] 5권에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중병에 걸려 극심해지는 고통을 겪고 있는 마하 깟사빠 존자에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깟사빠여, 깨달음의 일곱가지 인자들은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이 인자들을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완전한 깨달음「증지(證智)」에, 완벽한 지혜「등각(等覺)」에, 열반에 이르게 된다오. 그 일곱가지란 어떤 것인가?


깟사빠여, 염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염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택법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택법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정진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정진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희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희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경안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경안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정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정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사각지는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사각지를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되오.


깟사빠여, 이 일곱가지 인자는 실로, 내가 잘 설하였고, 잘 닦았고, 많이 익힌 바요. 이들을 잘 닦고 많이 익히면 증지에, 등각에, 열반에 이르게 된다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들이야말로 깨달음의 인자들입니다! 잘 오신 분(如來)이시여, 참으로 그들이야말로 깨달음의 인자들입니다!”라고 마하 깟사빠 존자가 탄성을 발했다.

이렇게 부처님은 말씀하셨고, 마하 깟사빠 존자는 그 말씀을 환희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하 깟사빠 존자는 병석에서 일어났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마하 깟사빠 존자의 병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 만남에는 진리의 설법자이며 실천자인 부처님의 모습과 진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수행자가 가르침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와 칠각지가 수행자에게 어떠한 이익을 갖다주는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칠각지에 대한 가르침이 병든 수행자의 병을 고치는 긍정적 효과가 묘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수행의 궁극적 목표인 열반이 칠각지의 실천에 의해 보장되어 있음이 누누이 부처님에 의해서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챙김을 즐기고 방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퇴전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열반에 가까이 있다”([법구경] 32)라는 가르침이 갖는 염각지, 부처님께서 우팔리 존자에게 일러주신 “어떠한 진리든 철저히 검토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택법각지, “너희가 자신의 섬이 되어라. 너희가 너희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라”([대열반경])든지 “가죽과 힘줄과 뼈만 남을지라도, 피와 살이 말라붙을지라도 결단코 나는 이 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청정과 깨달음의 길에서 벗어나지도 않을 것이다”([중부] 70경)는 가르침의 골수인 정진각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는 희각지, 모든 조건지어진 것들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여실히 아는 데서 생기는 경안각지, 계를 지키고 집중적 사고의 힘에 의해 자신의 마음을 실재를 이해하는 데로 돌리는 정각지, 행복이 오건 고통이 오건 우쭐대지도 의기소침해지지도 않는 사각지의 실천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확인하기에 지금처럼 좋은 시절은 없을 듯 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강대국들의 세계화 강요, 정보화사회의 발달로 인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의 위기, 고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필두로 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할 수 있는 국내의 여러 문제는 우리의 수행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분명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이름과 모양을 달리할 뿐인 인간의 탐진치가 도사리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탐진치(貪瞋痴)의 삼독, 한마디로 무명(無明)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여러 생을 헤매다, 석존의 가르침인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윤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지혜의 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이 칼을 완성하여, 우리 삶의 괴로움의 모든 고리를 끊어냅시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온갖 부정적 행위를 칠각지를 부지런히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물리칩시다. 우리 스스로 고해로 뛰어들었으니, 고해에서 벗어나는 것도 우리 스스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스승이 되실 분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 그 첫째요, 바른 수행을 하신 스님들이 그 둘째이며, 재가에서 수행하는 우리의 도반들이 그 셋째입니다. 저는 셋을 다 공경하고 따르고 배우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하기를.


위빠사나 명상센터 계간지 [호두마을] 2008. 7,8,9월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8/30 16:20 2008/08/30 16:20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plus/trackback/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