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촛불 끄려면 국민들 가슴 속 천불부터 먼저 끄십시오
이 촛불이 우리 자신을 더 밝히고 우리 스스로를 더 태워내기를...  
 

저는 구영리 범서성당에 있는 조영만 신부입니다. 신부님들이, 목사님들이, 스님들이 촛불을 들고 나오니까, 종교인들이 자기 교회나 지키고 절이나 지킬 것이지 정치적인 일에 설치고 다닌다고, 그러니까 경제 다 말아먹는다고, 정치 신부 물러가고 정치 종교인들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시는데, 제가 한번 여쭈어보지요.

▲7월5일 울산촛불문화제에서 발언대에 오른 조영만 신부.

여러분,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정치 문제입니까? 아니면 생명에 관한 문제입니까?

말도 되지 않는 한반도 대운하가 정치 문제입니까? 아니면 이땅의 생명과 환경에 관한 문제입니까?

민영화 문제가 정치 문제입니까? 아니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보호해야 하는 생존권의 문제입니까?

촛불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환경, 그리고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촛불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촛불이 아니라 이명박입니다. 조중동입니다. 그러면서 이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게 촛불과 빨갱이 신부, 목사들이라고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그럼 또 물어봅시다.

이 나라 경제를 절단내고 있는 것, 촛불이 그랬습니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그랬습니까?

말도 안되는 협상해놓고도,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위해 협상해놓고 손도 대지 못하도록 고시 강행한 것, 촛불이 그랬습니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그랬습니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다고, 아무리 국민들을 깔보고 무시해도 유분수지 누가 누구에게 덤텡이를 씌우고 있단 말입니까?

똑바로 이야기합시다. 촛불의 배후는 이명박과 이 정부입니다. 철저히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고 국민이 쥐어준 권력으로 도리어 국민을 힘과 폭력으로 내리누르려는 이명박 정부가 오늘도 이 촛불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댑니다. 팔 아파 죽겠고, 목 아파 죽겠고, 매일 촛불 드는 일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저도 오늘 우리 성당 미사 있는데 미사도 못하고 이렇게 나오게 만드는 것, 당신들 때문입니다. 촛불 끈다고 물대포에 방패에 곤봉으로 난리를 치시는데, 촛불 끄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촛불 끄려고 물대포에 난리치지 마시고 국민들 가슴 속에 질러놓은 천불을 먼저 끄십시오. 그러면 촛불은 저절로 꺼집니다. 누가 불질러놓고 누구보고 끄라는 말입니까? 답답허다, 정말!

그리고 이왕지사 나선 김에 저는 국민들에게도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명박과 그 정부, 누가 만들었습니까? 예, 국민이 만들었습니다. 왜 이명박 찍었습니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경제 살리라고, 좀 나도 수백억 있는 니처럼 한번 잘 먹고 잘 살아보자, 하고 찍었습니다.

경제 살리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다 말아먹고 있습니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 국민소득 3만불 4만불 될 거라고 했습니다. 좋습니다. 3만불 4만불 됐다고 칩시다. 국민소득 3만불 4만불 되면 대한민국이 행복해집니까?

우리 손으로 우리 눈 찌른 겁니다. 경제만 되면, 전과 14범이든 28범이든, 아무 도덕적인 기준도 양심도 상관없다고 찍어주신 그 심보들이 지금 혼나고 있는 겁니다. 돈만 되면 뭔 짓을 해도 다 눈감아주었던 그 비겁함이 지금 우리 눈을 더 찌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종교인으로서 희망합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돈 말고도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성공만 하면, 출세만 하면 모든 것 다 용서해주지 말고 옳게 살고 바르게 살고 정직하게 살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합당한 대접을 받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몇몇 있는 사람 재벌들 성공해서 그 떡고물 나눠먹으로 줄서는 나라가 아니라, 좀 못살아도 자긍심 있고 좀 부족해도 자존감 가득한,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 척 했고, 돈과 경제, 국익 앞에 비겁했기 때문에 앞으로 5년 내내 이 망할 놈의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인으로서 촛불들에게 희망합니다. 이 촛불이 우리 자신을 더 밝히고 우리 스스로를 더 태워내기를 희망합니다. 이명박 욕만 해서 될 일 아니고, 또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소리 별로 들을 생각도 없는 것 같으니, 이 촛불은 이명박을 향한 싸움이기 이전에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 종교인들은 여러분들의 건강한 생명권뿐만 아니라 건강한 영혼과 맑은 정신을 다시금 이 촛불로써 되찾아 가시기를 기도해드릴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이제 우리의 적은 조삼모사 견강부회하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질긴 놈이 이기고 내일 또 다시 촛불을 들러 나오는 사람들이 이깁니다.

여러분, 이기기 위해 비폭력 합시다. 지금은 비폭력이 힘없고 지는 것 같지만, 훗날 역사는 비폭력의 촛불을 승리자로 기억하고 기록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영만 신부(범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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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5 22:53 2008/07/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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