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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24호 96.6.28

 

3기 민투위 출범에 부쳐


지난 6월 26일 민투위는 총회를 열어 새로 3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1기 민투위가 양봉수 동지 분신투쟁의 한가운데서 흩어져 있던 현대자동차 민주세력을 하나로 묶어 6대 임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냈고, 2기 민투위가 현장민주조직운동의 강령과 규약을 정비하여 현장활동가조직운동의 초석을 놓았다면, 3기 민투위의 몫은 1기와 2기 활동의 성과, 나아가 지난 9년 피땀으로 쟁취한 현대자동차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온전히 계승하고 나타난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산별노조 건설운동과 노동자 정치운동을 발전시켜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만큼 3기 민투위의 두 어깨에 걸려 있는 짐들이 무겁다. 하나씩 짚어보고 바램들을 건네 본다.

첫째, 민투위의 위상을 회복하고 정립해야 한다. 2기 민투위에서 보다 분명하게 표현됐듯 민투위는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아래로부터 민주노조를 강화하고 새로운 현장활동가를 발굴·훈련하는 선진노동자조직이다. 현장활동가조직이 일회성 선거용 조직이 아니라면, 더구나 대·소위원활동을 강화하여 민주집행부를 보조하는 일들로 자기 역할을 한정하는 게 아니라면, 2기 민투위가 스스로 자리매김한 현장활동가조직의 위상과 역할은 결코 후퇴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3기 민투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6대 집행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6대 집행부가 내세우는 대등한 노사관계'론'에 대해 민투위는 분명한 자기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을 연합집행부의 한계나 현실의 변화 따위로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된다.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지향하는 모든 노력들은 언제나 근본 갈등을 세련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착각에서 비롯되었다. 이 착각이 노선으로까지 굳어져 버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사실 이 문제는 민주노총 강령 논쟁에서도 날카롭게 부딪혔듯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안이다. '노동해방'의 큰 뜻을 알게 모르게 폐기처분하려는 알량한 현실주의를 선진활동가들이 용인해서는 안된다. 3기 민투위가 투쟁과 참여를 분명히 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상을 제시하고 6대 집행부가 참여와 협력의 기조로 기우는 것을 정당하게 비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집행부와 현장조직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민주노총 가맹단위를 놓고 민투위와 집행부의 입장 차이가 있었던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그토록 중요한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민투위와 집행부의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는 데 있었다. 6대 집행부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민투위의 입장이 공식, 비공식으로 개진되고 조정될 수 있는 통로를 갖춰내는 것은 3기 민투위에 있어 그만큼 중요한 과제다.

둘째, 3기 민투위는 현대자동차 민주세력 내부의 차이를 분열이 아니라 올바른 분화로 발전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민투위 내부의 의사결정과정과 집행과정, 집행에 대한 평가와 통제과정 전체가 투명하게 전체 조직원에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총회 때나 한번 동원되고, 회비는 꼬박꼬박 내는데 도대체 자기가 속한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조차 모른다면 이 조직을 살아 움직이는 활동가조직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새로 구성될 중앙·집행위가 아무쪼록 방침을 통일시키고 집행에 책임을 지면서, 주간 단위의 내부 기관지를 통해서라도 민투위 전체의 입장을 단일화시켜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하겠다. 이런 과정 속에서 차이가 객관화되고 논쟁이 활성화되며 다수의 결정에 복종하는 활동의 방식과 조직의 풍이 자리를 잡아간다면, 말 그대로 민주조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로운 분화와 단결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3기 민투위 의장단의 지도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대목이 바로 이 문제다.

셋째, 3기 민투위의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울산지역 현장조직 연합체의 건설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전노회, 현대자동차 민투위, 현대정공 부서동지회연합, 남구지역노동자연합 등 4개 조직이 모여 대표자회의를 정례화하고 있는데, 울산지역 선진활동가 1,000여명을 포괄하고 있는 이 단위가 연합이라는 틀로 그 단결의 질을 한걸음 높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동조합운동의 1기를 졸업한 고참 지도력과 민주노총 시대 노동조합운동의 2기를 이끌어가는 중견 활동력, 그리고 90년대 이후 새롭게 전선에 뛰어든 신참 활동가 세대들이 기업별 담장을 뛰어넘어 한 울타리 안에서 우리 사회 변혁의 무기인 산별노조를 쟁취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앞당길 왕성한 활동을 벌여내는 것은, 피폐화된 현장권력을 복원시키는 것과 더불어 노동운동의 새로운 영역이 개척된다는 데 큰 뜻이 있다. 보수정치, 개량정치와 구별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의 시작을 여기서 찾는다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시작의 미약을 염려하여 그 한계에 갇히지 않고, 그 끝의 창대함을 꿈꾸며 뒤돌아보지 않고 전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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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8:05 2005/02/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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